여름이 다가올 수록 학생들은 더더욱 바빠져만 갔다.
미국의 하이스쿨은 4년제인데, 그 중 가장 고되고 바쁜 시기는 단연 3학년인 주니어 때 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때 SAT(미국의 수능 시험 비슷한 것)나 ACT(역시 비슷한 능력 검증 시험)를 보고 목표로 하는 대학을 위한 스펙을 더 쌓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들을 쏟아 붓는데, 나는 유학생이기 때문에 토플을 추가적으로 봐야 했다.
내가 목표로 잡은 대학교들은 다 토플을 100점 이상 요구했기 때문에 나는 이를 악물고 단어들을 외우고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열심히 공부 해서 SAT는 꼭 2000점 이상을 넘기겠노라 다짐했건만, 내 사랑스러운 나재민은 나를 영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애초에 남자친구랑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같이 공부를 하고 있으면 슬금슬금 다가온 나재민의 손이 내 왼손이나 머리카락 등을 만져서 자꾸만 집중력을 흩뜨려버리길래 한번은 짜증을 냈더니 빙글빙글 웃으며
"아니, 누나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가만히 둘 수가 없네."
라는 헛소리를 하길래 일주일 접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늘 여유로워 보이는 재민이도 나름대로 바쁘고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토플 시험이 무사히 끝난 후 데이트 할 겸 나오라고 불렀더니 밤새 공부 하느라 헬쓱해진 얼굴을 내 어깨에 부비며 칭얼거리는 걸 내가 달래기도 했고, 시험이 다가오니 답지않게 예민해져 평소라면 무던히 넘어갔을 것들에 약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아직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몇번의 경험상 나의 걱정이 타인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다가갈 때가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그걸 망각했고. 그로인해 재민이와 처음 싸우게 됐을 땐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이 상했었다.
재민이는 나와 사귀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삶에 중요한 것들을 두번째로 미뤄두고 나를 가장 첫번째로 생각하는 것 같은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늘 그게 걱정스러웠고. 물론 사랑스럽지만, 그때의 나는 혹시 나중에 재민이가 나를 탓하진 않을까- 하는 불신에 차있었던 것 같다.
"재민아, 나 그만 보고 니 공부 해."
"누나 보는게 더 재밌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시험 망치면 어떡해."
"공부는 나중에 하면 돼요."
"너 그러지마, 그러다 니 인생 잘못되면 누구를 탓하려고 그래?"
활짝 웃고 있던 나재민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내가 진심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딱딱대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분도 조금 상한 눈치였다.
"...내가 누구를 탓해요? 내 결정이고 그 결정에 따른 결과도 내가 감당할 일이에요. 신경 쓰지마요."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써? 왜 말을 그렇게 해?"
"나 이외에 누군가가 신경쓰고 간섭 할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 한거예요"
"간섭? 나재민 너 내가 이런 말 하는게 간섭같아?"
"누나야말로 왜 이렇게 꼬아서 들어요? 아 진짜 답답하네."
"야, 나재민."
나도 속이 상했다.
걱정과 간섭도 구분 못하는 것 같은 나재민이 짜증났고, 그래. 솔직히 말 하면 조금 한심하다는 느낌도 없지않아 들었다.
그리고 재민이도 그걸 느꼈을 것이다.
그 애의 지친듯한 얼굴을 봤을 땐 심장이 덜컹. 주저 앉았다.
나는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재민이는 평생 나에게 그런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재민은 나를 너무 좋아하니까.
사람간의 관계에서 그런 오만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 안됐는데.
"...누나는 내가 누나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고 그런게 그냥 다 귀찮죠? 그래서 그런거잖아 지금."
"무슨 소리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렇잖아요. 평소에도 나만 안달내는 것 같아. 나도 속상하고 화 날때 있어요. 근데 내가 단 한번이라도 누나한테 화 낸적 있어요? 없잖아."
"..."
"아, 됐어요. 더 말하면 진짜 화 날것 같아. 아무튼 걱정마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미안한데 오늘은 먼저 가요."
"왜 먼저 가라고 해? 다 얘기해, 얘기하고 끝내."
"화내기 싫다고 했잖아!"
화 내기 싫다고 하는 재민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애써 목소리를 상냥하게 억누르던 재민이가 지친듯 한숨을 푹 내쉬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우리 둘 사이의 공기가 차가웠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행복했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그래. 먼저 갈게."
"누나,"
"아니야. 재민아, 우리 둘 다 지금 감정 격해져서 어떤 식으로든 좋게 얘기 안나올 것 같아. 너도 알잖아."
"..."
"나중에 연락할게."
재민이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나를 올려다 봤다.
뭐라 입을 떼려다 그냥 고개를 떨구는 그 애를 보고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왜 이렇게 된걸까, 하는 아쉬움 뿐. 아마 재민이도 같았을 것이다.
그 애를 뒤로하고 멀어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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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독자님들...또 늦었지요...일주일 내내 개처럼 일만 하다보니 우울해져서 행복한 글이 안나와요...
그래서 오늘 애들도 싸워...흐엉...독자님들은 늘 행복만 하세요....
이런 불친절한 작가를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은...에인졀인가....?
솔직히 빨리 오겠다는 약속은 지금 당장 확답을 드릴 수가 없어요ㅠㅠㅠㅠㅠ하지만 꾸준히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성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엉ㅠㅠㅠ뒤늦게 확인 했는데 초록글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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