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EXO의 D.O로 살아간다는 것은 02
W. 올리비아
꿈이길 바랬다. 또 속으론 그래, 아주 미세하게 기뻤다.
그리곤 난 어쩔 수 없는 엑소 덕후 임을 또 한번 깨달았다. 다리가 후덜거리더니 이내 풀려버리고 말았다.
침대 아래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무릎을 감싸안고 그 속에 머리를 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딱히 방도가 생각난 건 아니다. 어떡하지? 어쩌지? 이런 생각만 하다가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경수야, 백현이가 너 아프다던데 진짜야? "
" 네? 아뇨..꿈이 뒤숭숭해서요.. "
" 그런거야? 저 자식은 하여튼..안씻고 뭐해? 다른 애들은 준비중인데. "
난 그저 "네.."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매니저인것같다. 인터뷰에서 듣기론 매니저형과 함께 산다고 했으니까.
매니저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나도 씻어야 하는거겠지.. 하고 두 손을 무릎위에 지탱해 일어났다.
햐안 민소매 티셔츠에 7부 추니닝 바지. 평소 경수 오빠는 이렇게 입고 자는구나. 심플한 은색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숙소는 넓었다. 정말 넓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미궁속에 빠져있던 숙소의 내부 정체를 내가 보게 된 거다. 내가...
역시나 욕실 앞은 북적거렸다. 이 또한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바가 있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고 있는 종인,
앞머리를 헤어밴드로 밀어올리고 종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세훈,
칫솔을 입에 문 백현은 아침 부터 찬열과 복싱을 하고 있다.
난 욕실을 지나쳐 거실쪽으로 천천히 발걸음 했다.
식탁 앞에서 통일된 도시락 앞에 앉아 열심히 젖가락질 중인 루한, 레이, 민석.
정수기 앞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 크리스. 커피를 내리고 있는 준면.
집안에 향기로운 커피향으로 가득하다. 작은 욕실에서 씻고 나오는듯한 축 젖은 타오와 종대.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지만, 언젠가 한두번 아니 여러변 상상했던 그 광경이 눈 앞에 실현되고 있다. 난 그저 거실에 멀뚱멀뚱 서있었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밥을 먹을? 아님 어제나 그랬을 것처럼 커피를 마셔볼까? 아니면 세훈과 욕실에서 씻을까?
도경수는 세련된 이미지 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처럼 커피를 한 잔 마시겠지?
" 준면이형. 저 커피..한 잔..주세요.. " 라고 하자 준면이 눈썹을 위로 들며 특유의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닌가 보다. 식사 후에 마셔야 했나?
"마시려구? "
" ..네..안돼..요? "
" 안돼긴..근데 괜찮겠어? "
심플한 잔에 커피를 따르며 내게 괜찮겠냐고 묻는다. 무슨 의미지.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었다. 갓 내린 커피 답게 뜨겁다.
내가 뜨거운 커피 한 입 후루룩 들이 마셨다. 쓰다. 맛도 뭤도 없다. 그냥 쓴 물이다. 내 표정은 거울로 보지 않아도 알것같다. 잔뜩 구겨져 있겠지.
윽..신음이 절로 나온다.
" 풉! 찬열아 저것봐. 경수 커피 마신다. "
" 도경수 오늘 진짜 이상하다. 커피 우유도 못마시는 자식이. 크크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냐. "
" 딱 뭐 씹은 표정이네. "
모두들 내게 시선이 집중된다. 하아.눈이 실명 될 것 같아. 하나같이 조각 처럼 잘생겼잖아. 이런 표현 진짜 민망한데. 사실인걸.
그런데 경수오빠가 평소 커피우유도 못마시는 초딩입맛이었어? 에스프레소도 원샷 드링킹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팬 사인회때 T.O.P 커피를 내밀었던 내 자신을 후회했다.
" 준면이 형이 잘 마시길래..오늘은 좀 덜 쓰나 했..지 히히 "
내가 머쓱하게 웃어보이자 루한이 한 마디 거둔다. " 준면이는 원래 잘 마시잖아. " 라며. 다들 한번씩 웃고 제각기 할 일을 한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이 가족같은 공기. 느껴보고 싶었다.
띠링- 현관에 서 비밀 번호 잠금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매니저가 들어왔다.
" 아래 주차장에 차 대기 시켜놨으니까 준비된 사람 부터 먼저 타고 출발해- "
" 네- "
" 난 아직 머리도 못 감았는데! "
" 민석이형. 내 모자 못봤어요? "
" 네 모자가 한두개도 아니고, 옷장 서랍에 봐바- "
갑자기 정신 없어졌다. 식사를 마친 루한,레이는 가방을 어깨에 걸쳐 매고 신발장으로 가면서
"우리먼저 내려가 있을게- "라고 말하고는 까치발로 신발을 대충 걸쳐 신고 나간다.
찡찡 거리며 뭐 마려운 강아지 처럼 " 오늘 그 모자 꼭 써야 하는데- " 라며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백현에게 대충 대답한 민석이도 쌩 나가버린다.
준면도 빨래 건조대에서 양말 한 켤레를 집어 들고 그들을 따라나선다.
아직도 머리를 못 감은 찬열은 짧은 머리에 내려앉은 까치집에 대충 머리를 뭍혀 쓱쓱 비비고는 누그의 것인지 모를 모자로 푹 눌러쓴다.
찬열은 끝! 을 외치더니 전신 거울앞에서 구렛나루를 정리하고 이내 콩콩 신발을 신는다.
" 이씨!! 박찬열!! 그거 내 모자잖아!! 머리도 안감은게 더럽게 시리!! "
이미 떠난 버스는 아무말이 없었다. 백현은 씩씩 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더니 복수다 싶은 마음에 찬열의 옷장에서 모자를 꺼내 푹 눌러쓴다.
" 야! 나 간다 "
" 백현!! 가지마! 기다려! 딱 오분만!! 나 기다려 알았지!! "
몇번을 당부했다. 누군가 함께 있어야 차량을 탈 수 있다. 이곳은 나에게 있어 미지의 세계 같으니까..
나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누구의 칫솔인지 모를 핑크색 칫솔로 분노의 칫솔질을 했다.
귀한 우리 경수 잇몸에 스크래치가 났다. 옅은 피 비린내가. 어찌됐던 내 뭄은 아니니..몸을 소중히 해야겠다.
대충 어푸어푸 고양이 세수를 끝마치고 뜬 머리는 대충 손으로 누르며 욕실에서 나왔다.
" 갔어..갔어...변백현..갔어.. "
나쁘다. 난 또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떡밥 사진만 보고 착하고 경수를 잘 챙겨주는줄알았지..난 조용한 거실에서 소리쳤다.
"누구 있어?!!" 라고.
그리고 내 방에서 저 있어요!!라고 대답이 들려왔다. 다행이다. 세훈이가 남아있다.
세훈은 썬크림을 바르느라 분주했다. 세훈의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난 옆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혹시나 남의 옷을 걸칠까 내가 일어났던 침대 위에 널부러진 티에 바지를 입었다.
세훈이 "어제 입은 옷 또 입어요? " 라며 나를 타박했지만. 난 그저 웃지요.
" 가자. 우리만 남았어. "
" 네. 가요 형- "
난 뒤처지게 걸었다. 무서웠다. 혹시나 숨어있던 팬들이 팍 나타나진 않을까. 카메라가 들어오진 않을까.
세훈은 아무 의심 없었다. 덤덤해 보였다. 이젠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난 세훈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훈의 남방 뒤 끝자락을 잡았다.
엘리베이터에서 깜빡 한듯이 물었다. " 핑크색 칫솔이 누구거였지?" 라고. 들려오는 대답은
" 종인이꺼요 "
전혀 아닐것 같은 사람의 것이었다.
행사 리허설이 한창이다. 우리 순서는 조금 남았다. 다들 편한 옷차림에 크게 박힌 이름표를 배에 고정시켰다.
D.O. 내 배 위에 새겨진 이름표다. 다들 여유가 넘치듯이 한 쪽에서는 앉아 장난도 치고있고, 다른 한쪽은 무대 의상을 체크하고 있다.
나는 종인에게 벼락치기 춤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엑소 덕후 답게 동선&춤&가사 모두 알고 있다.
무대 영상 뿐만 아니라 거울 모드 연습 연상은 한 100번 이상 보고 다 파악해 뒀다. 하지만 헷갈리는 부분이나 걱정되는 부분은 종인에게 물어봤다.
종인은 아무 의심 하지 않았다. 그저 완벽하게 춤을 추려는 형의 모습으로만 보는듯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게 춤추기와 춤 가르치기 일것같아서 난 고민없이 종인에게 부탁했다. 역시나 그랬다. 종인은 신이나서 알려준다.
" 경수..마이크 안차? "
" 어?아..네..차야죠 "
크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난 크리스에게 다가갔고, 크리스 마이크를 달아주던 스텝이 새 마이크를 내게 달아준다.
떨려. 고음 부분에서 음이탈이 나면 어쩌지. 내 실수 하나로 디오의 이미지, 엑소의 이미지가 우스워질꺼야.
소파에 앉아 다리를 덜덜 떨면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 엑소 리허설 가실게요- " 소리에 다들 무대로 향핬다.
나 역시 종대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랐다. 김종대의 따뜻한 손..감촉이 아주.. 하아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많은 팬들이 왔다. 엑소의 등장에 함성 소리가 장난아니게 크다. 대부분 내 또래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었다.
이 시간이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일텐데.. 나도 학교 째고 응원오는게 꿈이였을때가 엊그제 같은데..아니 바로 어제 였는데..
" 경수야 이어폰 빠졌다. "
라며 찬열이 친히 이어폰을 내 귀에 꽂아준다.
그러자 팬들의 삼성 소리는 비명에 가까워 졌다. 이런거구나. 가수들의 가벼운 터치, 스킨쉽에 반응하는게. 이 몸으로 있는 한 떡밥 많이 뿌려야지.
그럼 스킨쉽 하는 나도 좋고, 커플 끼리 짝지어 연결해서 보는 팬들도 좋고.
리허설이 끝이났다. 몇번 삐끗하고 레이와 수호와 부딪힐 뻔 한거 말고는 문제 없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무때 뿐 만이 아니라, 도경수의 몸으로 살아간다는것에 대한 자신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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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리비아입니다.
앞으로 몇회는 저번과 같은 예정입니다.
약간의 수정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비슷합니다.
저번 작가와 이번 작가는 이름만 다른 동일인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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