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경수야."
"거기 가고 싶은데."
"..."
"거 봐, 난 그냥 남창이야.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하던거나 마저해라."
또 그 꿈이다. 여전히 남자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좆같은. 수면제 몇 알을 털어넣었다. 다시 의식이 흐릿해져간다. 다시 한 번만 만나고 싶다. 그 남자 꽤 잘생겼었는데. 다시 꿈이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남자의 얼굴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잘생기긴 존나 잘생겼단 말이야. 꿈에서 나는 남창일을 하고 있었고, 항상 섹스에 목마른 오타쿠들을 상대했다. 이번에 만난 남자는 잘생긴데다 돈까지 많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였다.
남자는 섹스가 만족스러웠는지 뒤돌아 앉아 담배연기만 뿜어대고 있었다. 레종 프레소. 날 배려한답시고 피는 커피향 담배였지만 안타깝게도 그조차 나는 역겨웠다.
"담배 끄라고."
"..."
"아 시발 담배끄라고 내 말 안들려?"
"데려가줄게"
"뭐?"
"데려가준다고. 공중정원."
어스름한 달빛에 눈을 떴다. 또 꿈이다. 온 몸이 식은 땀 범벅이었다. 시발 찝찝해. 욕을 낮게 읊조리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이를 꼼꼼히 닦고 머리를 감았다. 젖은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고 헤어 드라이기로 완전히 말렸다. 가벼워진 기분으로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었다. 어제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계단을 빠른 속도로 내려와 공원까지 가볍게 달렸다.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고. 그 중 눈에 익은 형체. 그 남자였다.
가끔, 아주 가끔은 꿈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공중정원
W.벚꽃바다
前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동그란 눈, 도톰한 입술, 좁은 어깨 꿈 속의 그가 맞았다. 공중정원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잠깐 공중정원? 거긴 어디지? 모르겠다. 지금 머릿속은 온통 저 남자아이의 생각이 잡아먹고 있다. 우그적 우그적.
남자아이도 날 알아본 것같다. 꿈 속에서 낯뜨거운 짓을 한게 기억난건지 얼굴이 붉어져 꼭 복숭아같았다. 낯이고 뭐고 씨발 덮치고 싶다. 하지만 난 이 시대의 지성인이야. 그런 야만적인 짓을 할 순 없지.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망할 다리는 벌써 소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소년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졌다. 깨물고 싶을만큼 귀여웠다. 으아 저기요 잠시만요! 소년이 소리를 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내 얼굴을 그 애 얼굴에 들이밀고 있었다. 지성인은 무슨 완전 짐승이다.
"저기...학생 나 알지?"
"아...네 뭐. 알죠."
어색한 침묵이다. 어?근데 내가 왜이러고 있지? 근본적인 질문에 드디어 도달했다. 난 이 소년이랑 아는 사이가 아니다. 그저 꿈에서 섹스 몇 번한...생각해보니 꽤나 가까운 사이인거 같기도. 아무튼 이 소년과 이렇게 어색하게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저기요. 카페라도 가실래요?"
"어? 어 응 그래."
"근데 왜 갑자기 반말이세요? 몇살인데?"
"나보다 어린거 아니야?"
"저 스물셋인데요."
"어? 동갑이네! 말놓지 뭐!"
"..."
말을 먼저 꺼낸건 소년...아니 도경수였다. 나보다 훨씬 더 어려보였지만 동갑이었다. 키만 조금 컸으면 여자들이 꽤나 따랐을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저기 경수야."
"왜."
"공중정원이 어딜까?"
"몰라"
"네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데잖아. 네가 더 잘 알겠지."
"모른다고 커피나 쳐마셔 내가 사는거잖아."
꿈에서부터 생각한건데, 도경수는 참 내 취향이란 말이야. 이런! 나쁜 마음을 먹으면 안돼. 박찬열.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경수야 내가 공중정원은 못보내줘도 홍콩은 보내줄 수 있어. 오늘 처음봤지만 사귀고 싶은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경수가 꽥 소리질렀다.
"야 박찬열 이상한 생각하지말고 잘들어."
"뭔데?"
"걍 닥치고 들어. 공중정원은 낙원이야."
"뭐? 낙원?"
"응 나만의 낙원. 꼭 갈거야. 네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좋아. 나 혼자서라도 꼭 갈테니까."
"뭐야... 이상해 너."
"낙원의 맛을 맛보게 된다면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껄?
"무슨 소리야."
"한 남자아이가 나에게 낙원의 복숭아를 몰래 가져다 줬어. 그 결과 그 아이는 영영 낙원에 갇혀버렸지만. 낙원의 관리자들은 날 열심히 찾아다녔겠지, 근데 그 때 난 너랑 섹스하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너랑 마주보고 있는거야. 관리자들은 여전히 날 찾아다니고 있어. 이번엔 만나주려고, 그 병신같은 관리자들 말이야. 어쩌면 날 낙원에 데려가줄지도 몰라! 너도 궁금하면 꿈에서 그 소년을 찾아봐. 이름이 변백현이라고 하던가? 그럼 나중에 또 봐. 찬열아."
말할 틈도 주지않고 혼자 지껄이던 도경수는 음료값을 계산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경수의 낙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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