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익인아."
아니야, 아니야 퉁각 오빠… 미안한 일은 하지 않으면 되잖아, 응? 제발…
매니큐어 칠이 벗겨진 그녀의 손이 애처롭게 떨렸다. 하지마… 그런말 하지마. 찡그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쉴새 없이 주르륵 주르륵 흘렀다. 축축한 눈물을 머금은 그녀의 속눈썹이 힙겹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오빠… 기억나? 그때, 우리… 처음만났을 때말이야."
퉁각의 앙증맞은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얹은 익인이 아이처럼 웅얼거리며 울음을 참으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응… 네가 차에 치인 나를 구해줬었지." 퉁각은 눈을 내리깐 채로 말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맞아… 퉁, 소리가 났었지."
그 때 내가 본능적으로 각을 외쳤던건… 우리가 운명이기 때문이였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 그러니까 오빠…
후우. 익인의 말을 끊으며 한숨을 내쉰 퉁각이 그녀가 잡은 손을 슬며시 빼내며 시간을 확인했다.
"미안, 정말 미안해 익인아. … 이제 난 가봐야 해, 그 사람과의 약속이 있거든."
"퉁각 오빠 제발! …대체 그 사람이 누구야? 응? 어떤 년인데?"
…년이 아니야.
뭐?
익인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사람이 남자라는거야? 허.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남자란 말이지…하, 이름이 뭔데?"
"…주르륵…주르륵이야."
익인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단채로 퉁각을 바라봤다. 왜? 여자도 아니고 남자를… 그사람이 오빠처럼 차에 퉁하고 치이기라도 했어? 어? 동정심이라도 느껴서 그래?
"그만해!"
퉁각은 두통을 느끼는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아련한 눈망울로 익인을 응시했다.
"…아무튼, 정말 미안하다. 이 말밖에 못하겠어, 후…잘살아 익인아."
안돼 오빠!!
딸랑.
카페 문에 달려있는 종소리가 나고 퉁각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익인은 주르륵의 이름을 되뇌이며 또다시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