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식들을 친구들의 말로 간간이 듣고 다녔다. '걔 잘 됐다더라.', '완전 그대로 라던데.'
친구들에게서 너의 이야기가 나오면 씁쓸한 기분을 숨긴 채 그저 가만히 웃어주기만 했다. 이제는 어차피 지나간 추억일 뿐이니까.
벌써 삼 년이나 됐나. 너와 교복을 입고 손을 잡으며 학교 앞 교정을 걸었던 추억과, 내 어린 투정과 눈물로 널 떠나보냈던 그날도 아직까지 눈앞에 생생한데
시간은 여느 때나 멈춰져있는 나를 두고 빨리 뛰어가는 중이었다.
***
오랜만에 친구들은 술 한잔하자고 했고, 오늘따라 울적한 기분을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간 자리에는 찬열이 있었다.
순간 내가 헛 걸 본 것인가. 하고서 눈을 몇 번 깜박여도 찬열은 그대로였다.
반대쪽 테이블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데, 찬열은 이제 내가 생각하던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다 커버려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와 닿으니까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더 멋있어진 모습에 괜히 설레고 박찬열과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서 묵묵히 모른척하며, 나는 나대로 힐끔거리며 찬열이 있는 테이블 쪽을 열심히 곁눈질했다.
아는 척을 하기에는 너무 애매하고…
이게 무슨 쿨하지 못한 행동이야. 하고 자책하며 머리를 털었다.
술기운 때문인가. 답답해져오는 가슴에 친구들에게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고서 화장실에 갔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초라해 보이는지. 한숨을 한번 푹 쉬고 손을 씻었다.
대충 손을 바지에 닦고 나서 화장실을 나왔는데 순간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들었다.
벽에는 찬열이가 기대 있었다.
"오랜만이다. 왜 아는 척 안 해"
몇 년 전 하고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데, 술이 들어가서 인지 내 눈은 통제를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줄줄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그대로 얼굴을 가리고 훌쩍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창피인지.
찬열이는 내 모습을 보며 당황하더니 왜 우냐고 물었다. 우는 나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더니 결국은 어색하게 안아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진정되자 찬열은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친구들에게는 피곤해서 먼저 가보겠다고 말을 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나보다 먼저 나와있었는지 웃으며 반겨주는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자리를 옮겼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맥주를 한 캔 땄다.
안마시냐고 물어보는 내 말에 '운전해야지. 먹으면 너 어떻게 데려다 주라고' 라며 익살스럽게 웃는 모습을 보이는 찬열이었다.
찬열이와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길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뭘 하고 지냈는지. 그러다가 서로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술 한입 두입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다가
늦어지는 시간을 보고 찬열이의 차를 타고 우리 집 앞에까지 왔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찬열이를 극구 말렸지만 어쩔 수 없는 똥고집에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고등학교 때랑 똑같아. 고집은 아주 그대로다.
엘리베이터가 우리 집 층에 도착했을 땐 솔직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애써 아쉬움을 숨긴 채로 집 앞 현관에서 '들어가~ 연락하고 지내자' 하면서 손을 흔들고 들어가려는데
찬열이가 문을 잡았다.
"야 넌 나 안 보고 싶었나 보네"
솔직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사실 무슨 말을 할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건 나였는데…
울고불고… 너와 헤어질 때 나를 생각하니, 진상도 이런 진상이 따로 없었네.
무안해진 기분에 웃으면서 넘기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닫히지 않았다. 갑자기 한쪽 팔로 문을 밀고 나를 밀어붙치는 찬열이 때문에.
"안 보고 싶었나 봐 진짜? 어?"
"…왜 이래 박찬열. 너 취했다 얼른 가"
당황을 했지만 애써 웃어넘겼다. 갑자기 왜 이럴까. 내 말에 찬열이는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취한 것 같아?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으니까 찬열이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난 많이 보고 싶었는데."
"… 어?"
찬열이의 말에 솔직히 안 놀랐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심장이 떨어지는듯한 느낌을 받으면서까지 놀랐지만 겉으로는 애써 담담한 척을 했다.
아니. 하려고 했는데 왜 내 몸은 머리의 말을 따라주지 않는지.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기고 뭐라도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 했다.
문을 닫고 갑자기 키스를 해오는 박찬열에 의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서 가만히 받아들였더니 긴장을 너무 한 탓이었을까.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다.
허리를 감싸오는 찬열이에 의해서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허리를 감싸면서 입술을 살짝 떼는 찬열이의 얼굴을, 그래 솔직히 평소와 같았으면 제대로 바라보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오늘은, 그런 날 있잖아. 술도 많이 넘어가고, 그런 술기운 덕분에 할 수 없던 일을 하게 되는 거.
나는 조심스럽게 찬열이를 올려다보았다.
"넌 키스 아직도 안 늘었네"
내 눈을 바라보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살짝 웃으면서 말하는데 왜이렇게 오늘따라 멋져 보이고 섹시해 보이는지.
그 말에 넋이 빠진 듯 찬열이를 바라보는데, 찬열이는 그대로 다시 입을 맞춰왔다.
구두도 못 벗고 신발장에 기대서 숨이 넘어갈 듯이 키스를 했다.
찬열이는 여전히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고 나도 그런 찬열이의 팔을 잡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속된 키스에 내가 숨을 많이 가빠 하니 찬열이는 다시 입술을 뗐다.
"신발 신고 들어가면 더러워지니까"
그러면서 나를 안은 후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눕혔다.
다시 한번 부딪힌 시선은 주위를 더워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찬열이와의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술에 취해서 일까 분위기에 취해서 일까. 약간은 몽롱한 상태로 찬열이를 보고 있는데 찬열이가 입을 열었다.
"이래도 안 보고 싶었다고 말할 거야?"
찬열이의 말에 결국엔 웃음이 나왔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내 말에 박찬열은 내 머리를 한번 눌렀다.
"…후회 많이 했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후회 안 하는 게 이상한 걸껄?"
"장난은."
"다시 돌아간 거 같다. 나 지금 너무 좋아."
"… 사실 아까 너보고 진짜 두근거렸다."
내 말에 다시 한 번 웃더니 예전 고등학교 때의 말투와 표정, 나를 바라보는 눈빛 그대로 '뽀뽀해봐' 란다.
찬열의 얼굴에 손을 살짝 갖다 대었다. 그리고 '쪽' 하는 소리가 나게 짧게 뽀뽀를 했더니 또 웃는다.
"또 해줘 여기"
-
"한 번만 더"
-
"이번엔 이쪽"
웃으면서 찬열이의 말을 다 들어주었다. 얼굴 곳곳에 뽀뽀를 하고 나니 이번엔 먼저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이번엔 내가 할 차례. 이 말을 끝으로 몇 번이나 뽀뽀를 하다가 결국엔 다시 키스로 이어졌다.
얼굴을 살짝 떼고 고등학교 때의 버릇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얼굴을 하면서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찬열이는 사랑스럽단듯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EXO/찬열] 새벽 , 동이 트는 시간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c/2/6c2f7af1627948a1f6a0776464d1a644.gif)
"아 예뻐 죽겠다 진짜."
그 말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다시 한번 찬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의해 고개를 올려 찬열이를 바라보면,
"우리 다시 만나볼까"
-
드디어 下편이네요 많이 늦은 점은 죄송합니다.ㅠㅠㅠ
당므은 에필로그에요!
흠.. 시리즈주제에 무슨 에필로그냐 하실수도 있으시겠네요ㅋㅋ
하지만 아직 안끝난이야기가 있어서!
인터넷에 있는 썰이 이렇게 길게 풀어질 줄은 몰랐네요..ㅎ..
다들 고맙습니다!
+제목 두번 수정..;ㅅ;
+아 그리고 랩하는 목소리 레이닮지 않았나요? 나만그런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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