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般若)
저녁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손님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깊은 산중에는 벌써 해가 저물었다.
아마 묵고 가시는 손님인가 했다.
사랑방에는 불이 환했으나 간간한 웃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하얀 천을 붉게 물들이던 수를 휙 던져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딱히 저를 숨기질 않을 분들이시지만,
주워온 계집아이를 수양딸로 들인 소문이 밖으로 나진 않았을 것이었다.
깊고 깊은 산중엔 지나가던 나무꾼 빼고는 이 집에 발을 들일사람이 없었으니까.
보름이었나.
밝은 달이 정자를 환히 비췄다.
멍을 때리고 있자니 갑자기 돌풍이 불었다.
꽤나 길고 거친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를 붙잡고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서서히 멈추는 바람에 움츠렸던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치마는 손자국으로 여기저기 구겨져 버렸다.
괜히 아까운 마음에 툭툭 털며 내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암이가 엄청 힘들게 다리던데....베렸네....”
괜히 투덜대는 내가 못마땅 했는지 다시 크게 바람이 불어왔다.
“아! 진짜!!”
어디서 불어오는지도 모르면서 허공에 대고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소스라치게 놀라 그곳을 돌아보니
열린 문 사이로 사람이 서 있었다.
아주
익숙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그가 있었다.

는 우민시
아무도 보지 않아도 다시오는 이 굳은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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