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는 태양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과 소행성 그리고 혜성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은 수성이지만, 항상 밝은 태양 가까이 있어 관측하기 쉽지 않으며...”
지구과학 수업 중, 그저 멍하니 턱을 괴고 제 옆 분단에 앉아 칠판을 뚫어질 정도로 바라보며 수업에 집중을 하고 있는 전정국만 바라봤다. 제 시선을 느낀 건지 이내 나를 쳐다보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치고 정국이는 1초, 2초, 역시 3초도 채 안되어 내게 머문 시선을 거둔다. 나는 아쉬운 듯 전정국을 조금 더 바라보다 이내 책상에 고개를 묻고 눈을 감으려던 찰라,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수업 잘 들었죠, 여러분? 오늘은 과제가 있어요. 수업 전 나눠준 프린트물을 한 번 봐보세요.”
프린트물을 찾으려 책을 뒤적거리다 프린트물을 받자마자 책상 속 깊은 곳에 넣어뒀던 게 생각이 나, 책상 속을 뒤적거리다 이내 손에 잡힌 프린트물을 꺼냈다.
“표가 하나 있죠, 여러분. 그 표는 태양계에 속해 있는 행성들을 나열해 놓은 것들이에요. 이건 지구과학이랑 상관없는 과제지만,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내주는 과제에요. 태양부터 명왕성까지, 자신은 태양계에서 어떤 행성인지 또한,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은 어떤 행성인지 생각해보고 행성 옆에 그 사람의 이름과 이유를 쓰세요. 여기서 끝이 아니라, 행성 옆에 적힌 사람을 직접 찾아가 서명을 받아오세요. 그 사람이 여러분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알 수 있도록. 그럼 오늘 수업 끝.”
“수고하셨습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가 가진 가장 두꺼운 볼펜으로 태양 옆에 크게 전정국이라고 적었다. 형광펜으로 별표까지 해서. 이유는, 내가 너를 맴도니까. 좋아해서. 잘생겨서. 나만 빼고 모두에게 친절해서. 목소리가 좋아서. 운동을 잘해서. 내가 전정국을 좋아하는 모든 이유를 꾹꾹 눌러 담아 적었다. 그냥 전정국이라서.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놓자마자 정국에게 다가갔다. 프린트물 속 정국의 태양 옆에는 귀찮다는 티를 내 듯 날아다니는 글씨체로 자신의 이름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정국아, 정국아. 여기 서명해줘. 너는 내 태양이야. 이유는 그냥 전정국이라서. 오늘도 내가 너 많이 좋아해.”
정국에게 담담하게 서른 한 번째 고백을 했다. 내가 내민 종이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서명을 해주는 정국의 동그란 머리를 내려다 봤다. 정국의 서명이 끝나자마자 종이를 집어 들고 자리로 가려던 찰라.
“야.”
저를 부르는 정국에 뒤를 돌아보자 프린트물에 무언가를 적더니, 저를 바라보며 볼펜으로 프린트물을 툭툭 친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의 맨 마지막 칸인 명왕성 옆에 제 이름이 적혀있다.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정국이를 바라보자 뭐하냐는 듯 제게 펜을 건넨다.
“서명해.”
“헐, 네 태양계에 나도 있어? 근데 명왕성이 좋은 거야? 태양계에 있으니까 좋은 거겠지? 이왕이면 태양이랑 가장 가까운 수성에 적어주지.
그래도 네 태양계에 있다는 게 어디야, 그치.”
제 말에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젓는 정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실없이 웃으며 명왕성 옆에 서명을 했다. 네 태양계에 나도 속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 내일 하는 고백이 미리 설레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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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째 에필로그
“발견 67년 만에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은 2006년 8월에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이후로 소행성 목록에 포함되어 현재 공식 명칭은 134340 플루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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