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이 잘 안써져?"
태연은 책을 읽느라 한참 열심히 더듬거리던 손을 멈추어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청각에 굉장히 예민한 태연이었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린 태연에게로 다가가 옆에 앉은 미영이 태연의 조금 어긋난 시선을 바라보다 고개를 제 손으로 움직여 이내 자신의 눈을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하면 네가 정말 날 봐주는거 같아-. 피식 웃어보이는 태연의 배로 손을 대고선 조물거리던 미영이 물었다. 말랑말랑 해.
"태연아, 배 안고파?"
"음..조금?"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까? 어제 장도 봤잖아."
"너 안바빠?"
"응. 다 써가. 기다려봐, 내가 맛있는거 만들어줄게."
쇼파에 앉아있는 태연의 무릎 위에 있던 책을 치운 미영이 이어 무릎에 머리를 대고 길게 누워버린다.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버리는 미영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더니 이내 미영의 손을 찾아 더듬거린다. 손을 잡은 태연이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맛있는거 만들어준다며-
"조금만 이러고있자. 앉아서 글 계속 썼더니 조금 뻐근해.."
"피곤해? 너무 무리하지마."
"우리 애기 먹여살리려면 열심히 일해야지."
"..미안해."
뭐가 미안해. 그런소리 하지 말랬지-툴툴 대며 말한 미영이 손을 뻗어 자신을 향해 숙인 태연의 볼을 어루만진다. 미영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태연이 물었다.
"네 얼굴 만져도 돼?"
응- 짧게 떨어진 미영의 대답에 가만히 손을 미영의 이마 위에 얹는다. 이어 가볍게 손을 쓸어내린 태연은 미영의 눈두덩이와 콧망울, 입술까지 꼼꼼히 더듬어본다.
"보고싶다."
"응?"
"네 얼굴..네 눈. 네 코. 입술. 손가락. 다리. 전부 다."
"그게 다야?"
"...."
"정말?"
"..가슴도"
태연의 붉어진 얼굴에 푸흐흐-하고 웃은 미영이 누워있던 태연의 무릎에서 일어나앉아 태연을 끌어안는다. 아이고 귀여운 우리 애기-
"미영아."
"응."
미영을 끌어안은채로 어깨에 턱을 괸 태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너 정말 사랑해."
"나도 너 사랑해."
"난 너 없으면 안돼."
"..."
"너 없으면 나 혼자 밥도 못차려먹고 제대로 씻지도 못해. 옷도 하나 제대로 못입고 밖에선 아마 한걸음도 못뗄꺼야."
"..."
"그리고."
"..."
"무엇보다 마음이 너무 아파할꺼야."
"..알아. 다 알아. 너도 너 정말정말 사랑하고 너 없으면 안돼. 그러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응? 갑자기 우리 태연이 왜그럴까?"
항상 자신을 웅크리며 살던 태연이였다. 원래도 원체 다른 사람들에게 낯을 잘 가리고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었다. 사고로 신경을 다치고 볼 수 있는것이라곤 온통 새카만 어둠뿐인 지금의 태연은 그런 자신을 더더욱 누르고 살아왔다. 너무 어두워- 사고 후 병실에서 처음 눈을 뜬 태연이 제게 건넨 떨리던 말 한마디가 귀에서 울리는 듯했다. 미영이 조금 굳은 표정의 태연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달래자 다시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듯 보였다. 요새 바빠진 일때문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졌는데 이에 혼자남은 태연이 불안해했나보다. 집에서 낑낑대며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을 태연의 모습이 그려지자 괜스레 짠해진 미영이였다.
"미안해. 요즘 일이 좀 바빠서 집 비우는 시간이 많았지? 곧 끝나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으이구 나밖에 모르는 우리 애기."
"응..근데 너 아까부터 계속 나보고 애기애기 거리는데, 어쭈 황미영 이게 요즘 너무 풀어줬어."
"애기 맞잖아.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면서. 메롱-"
"야 너 이리 안와? 너 잡히면 오늘 죽어."
부엌으로 도망치듯 뛰어간 미영이 멈춰서서 자신이 낸 소리를 따라 허공에 손을 더듬거리며 한발 한발 자신을 향해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태연을 바라본다. 미영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태연에게 다가가 팔을 벌려 태연을 꽉 안고 새하얀 볼에 쪽- 뽀뽀를 해버린다.
"항복, 항복! 대신 내가 맛있는거 만들어줄께요. 자리에 앉아있어."
"응....응.."
갑작스런 스킨쉽에 얼굴이 벌게진 태연이 귀여워 조용히 웃은 미영이 식탁 의자를 빼내 태연을 앉히고 냉장고를 뒤적거려 재료들을 꺼낸다.
"뭐 특별히 먹고싶은거 있어? 떡볶이 먹을까?"
"응.."
뒤를 돌아보니 볼에 손을 얹고 아직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태연이 보여 미영은 미소를 지었다.
"태연아."
"응.."
"태연아."
"응?"
"태연아."
"..왜에."
"사랑해."
"..나도."
"그렇게 말고."
"나도 사랑해."
-
어제 첫 글 올렸었는데 다음편 기다려주시는 분들 계시더라구요.
단편이였습니다. 다음편은 없을거에요..ㅠㅠ
지금 읽으신 글도 물론 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