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6. 일본 센다이, 미야기켄 미술관.
머리가 어지러웠다. 휘청휘청 대다 넘어질 뻔했지만 다시 자세를 고쳐잡았다. 도대체 나는 이런데 왜 온 걸까. 사람들로 미어터질걸 뻔히 알면서. 그 인간에게 부탁까지 해가면서 와야 하는 곳이었나, 여기가. 괜한 오기를 부렸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마음속에서 있는 대로 짜증을 부렸지만, 이미 늦어버린 걸 어떡하나. 마음을 다잡고 인파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고흐의 '해바라기'들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것이다. 물론 진품 말고. 일본 내에서의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화가들이 그린 가짜 '해바라기'들을 모은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관 안은 사람 아니면 해바라기밖에 안 보였다. 무서웠지만 용케 쓰러지지 않고 사람들 뒤를 졸졸 따라 그림을 감상했다. 그러다 문득, 한 그림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눈에 익은 그림. 이사 가기 전 집에 걸려있던 그림이었다. 방 한쪽에 예쁘게 장식돼있었지. 그 당시엔 키가 작아 항상 그림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럴 때마다 마치 해바라기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물론 그 그림 밑에서 아버지에게 맞는 것도 싫진 않았다.
정신 차려보니 나 혼자 계속 그 그림 앞에 서 있었다. 뒷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재빨리 움직이려다 어떤 사람과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말해놓고 나서 아차, 했다. 여긴 일본인데. 뒤늦게 '스미마셍.'이라고 하며 황급히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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