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통이 비어가자, 성규가 파묻었던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올렸다. 입가에 잔뜩 묻은 흔적들이 신경쓰이지도 않는지, 연신 그는 기분 좋은 듯 달달한 햇살 아래 우현을 향해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성규씨, 바보 같아요. 손수건으로 꼼꼼하게 입 주변을 닦아낸 우현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에 잔뜩 뿔난 표정을 지어보이던 성규가 갑자기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곤 우현의 옷깃을 잡아 끌어 당겼다. 할 말이 있다는 그의 표현 방식이었다.
우현씨.
예?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뭔데요?
항상 책에서 나오는 새 소리는 왜 짹짹이예요?
음..
강물 소리는 왜 졸졸이구?
아, 그게..
너무 궁금해요.
성규씨..
그 중에서도 제일 궁금한건,
..예.
우현씨 목소리.
..
제일 듣고 싶어요. 제일. 너무 좋을 것 같아.
잔뜩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 저를 내려다보는 눈길을 마주한 성규는 미소 지었다. 당황시키려고 한 말이 아닌데, 우현은 항상 청각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자기 일인 마냥 어쩔 줄을 몰라한다. 손으로 입을 감싸쥐고 웃던 성규가, 종이 위에 다시금 물 흐르듯 글씨를 써내려갔다. 그 위로 우현의 시선이 모아진다.
그냥, 정말 책 읽다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다들 짹짹, 졸졸 이라고만 해서.
아, 그리고 마지막 말은 진짜야! 듣기 좋을 것 같아요 우현씨 목소리.
어떻게 답해줘야할지 난감하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동글동글 귀여운 글자들에 저도 모르게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나 보다. 햇살을 받아 따뜻한 손가락이 우현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대답 들으려고 물어본 거 아니예요. 그냥 그렇다구. 새하얀 얼굴에 가득 눈웃음이 올랐다. 그리고 마주한 그것은, 점점 더 가까이 오기 시작한다.
바보.
멍해진 우현의 볼 위로 아이스크림의 단 맛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