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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달이 머지 않았스엉 'ㅂ'!! 그때까진.. 단편 한 편 더 뱉을게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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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고 여린 어깨가 푸드덕 거리며 지저귀는 하얀 새들이 급히 도망치듯이, 돌아선 마른 몸. 그것이 떨리었다. 웅장한 달빛 아래에 서서 달콤한 사랑의 노랫말을 들려주며, 입술을 귓가에 가까이 가져다대었던-. 유창한 발음으로 매끄럽게 새어나오던 스페니쉬로 속삭인 그것들을-. 이제는 들을 수가, 재촉할 수가 없지만. 그의 끊긴 목소리와 울먹이던 눈가에서 흐르던 물방울과, 떨리는 왼손으로 부둥켜 잡은 나의 손목을 기어코 놓아주고 만 그의 모습은 벚꽃 피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간다. 향기는 짙어졌고, 향수는 멀어졌으며, 사랑은 깊게 베였으나, 사람은 붙잡을 수 없이 멀어져간다. 스쳐지나가는 단 하나의 인연으로써, 그의 작은 뒷통수의 갈색 머릿칼도, 여린 어깨의 떨림도 한 순간일 뿐. 잔상으로 나마 기억되겠지.

 

그를 붙잡지 못하는 것. 붙잡지 아니 하는 것은, 그의 절절함이 나의 걸음과 내민 손과 그래. 나의 모든 사고회로를 정지시킴으로써, 나보다 한 뼘 컸었던 키와 나보다 한마디 길었던 손가락을 가졌던, 많은 말들로 하여금 나를 한 순간에 풀어지게 만들어버렸던, 김기범, 그를 나는 붙잡을 수가 없었다. 벚꽃잎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것에 연약함을 들어내며 휘청대었고, 나의 가까이로 다가와 뺨을 스쳐지났다.

 

아무말도, 아무런 감정도 나타낼 수 없는 시간. 그가 멀어져가며 한 걸음, 두 걸음을 힘겹게 내딛는 소리만이 이 공기와 시간을 수놓고 있을 뿐이었지, 나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가 없다. 그가 드디어 시야에서 살아졌고, 한 순간 흑백세상처럼 멍하니 무기력하게 머물 수 밖에 없던 주파수가 스파크를 일렁였고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 숨을 옥죄어 왔고,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표정도 지을 수 없던 나는 주저앉아 울먹이며, 울먹이며-. 끝없는 눈물을 쏟아 낼 수 밖에. 그럴 수 밖에. 그를 잡을 수 없이 내밀어졌던 손은 주먹을 쥐며, 손톱이 손바닥과 마찰을 일었다. 아프다. 마음에 깊게 패인 낙인으로 있던 그가 사라졌다. 그의 입술은 나를 위해 맞부딪혀졌고, 그의 손길은 나의 몸을 유린하였고, 하얀 살결과 살결이 맞닿았고, 그가 가장 좋아했던 색갈은 파스텔톤의 분홍색. 그를 위해 항시 챙겨 입던 분홍색 셔츠와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 껏 흥분한 모습으로 그를 유혹하기도 하였던 때.

 

그것이 추억이고, 잔상이요, 잊혀질 나날일테이니.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마는
비밀은 야속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視覺)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聽覺)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 한용운, '비밀'

 

 

 

벚꽃나무 아래에 활개를 치며 나란히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노오란 개나리. 그의 아래에서 항시 연약한 소년의 모습을 띄우며 보살핌을 받았던 나는, 노오란 개나리. 복받치는 감정을 어찌해야하나, 나는 그의 들리지 않는 미성을 들어내었다. 너는-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 이므로, 나는 더이상 너의 이름을 불러줄 수가 없으니, 사랑한다는 말조차 해줄 수가 없으니….

 

떠나가겠노라, 이별의 인사마저도 쩔쩔매던 그는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눈물을 보였고, 닦아주려던 손은 그의 돌아선 등판의 여린 선에 의해, 그의 멀어지려 떨어뜨리는 발걸음에 의하여서-. 붙잡기 위해 내밀은 손길이 되었으니.

 

그는 언제부턴가 말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였으며, 오늘이 아닌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었던 일주일 전 만해도 아무런 말도 없이 나의 턱을 치켜세우며 당장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고, 그가 눈을 감으며 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깊게 파고들은 혀놀림에 정신을 잃을 즈음, 그는 나를 놓아주었고, 가득 쉰 목소리로 비밀이 있다 말을 하였다. 그의 비밀을 알기 위해 추궁하며 눈을 마주쳤지만, 그의 입술은 열리지 않았고 까만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지 않은 채, 환하게 빛나는 형광등에 조명에 비춰지고 있을 뿐이었다.

 

비밀이라는 것.

 

어째서.

 

그는 고요히 잠들어 있던 나를 깨워주었던 사람이었고, 심장은 뛰었지만 아무런 감정에도 익숙할 수 없던 소년에게 표정을 알려주었고 아무것도 듣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유약함이 깃들어있던 아이에게 'ㄱ'이라는 단어부터 하여 노오란 메모장에 적어주던 글씨들로 시작하여 많은 것을 알게 하였다. 그는 나를 사랑하였고, 끝까지 나를 위해 노력하였던 사람이다. 다시는 내가 아니라면 그 누구의 사랑도 받을 수 없을지 모르는 현실에서,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려하였던 사람. 욕심을 부리지 않던 사람. 나의 유약함에 흰 날개 한쪽을 맡기고는 벼랑끝으로 몸을 내던진 사람. 그가 갈 곳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미래를 어렴풋이 예상했음에도. 그가 나에게 쏘아낸 화살이 가슴팍에서 끝없이 파고들음에도 뽑아낼 수 없는 것.

 

그에게는 수만가지의 시간 속에서 깊고 길던 고통이었을텐데, 그 고통을 짐작만으로도 소름끼치도록 아프게 느낄 수가 있으므로. 지금 그를 잡는다면 나를 위해 살고 헌신하고, 떼묻지 않은 나를 유지시켜주며 나의 어린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던 존재였던 그를 속박하는 일일테니.

 

김기범. 기범의 입꼬리는 분명 올라가 있을테고, 그는 지금쯤 목울대를 드러내며 고개를 젖힌 채, 숨을 들이마시고 있을 것이다. 벼랑 끝에서 몸을 내던지기 위하여, 한쪽을 잃어버린 날개가 아픈 듯이 미간을 좁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타락하겠지. 검은 눈물은 정화수가 되어 투명한 모습으로 공기 속에 흩어지겠지. 꽉 쥔 주먹을 풀었고, 풀려있던 다리에 힘을 쥐어 일어났고, 찌푸렸던 미간을 폈고, 휘청이던 걸음을 곧게 걸으며-. 그의 모습을 닮은 성당을 벗어난다.

 

가슴에 깊이 박힌 화살은 심장을 뚫어내며, 그의 페로몬이 가득 진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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