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도 무언가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나는 한번도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존재하는 듯이 살았다.
내 위로는 형이 한 명 있었다.
형은 너무나 유약해.
형제는 서로 상반되게 태어난다지.
그래서 나는 강하게 못되게 태어났나보다.
부모님께서 형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
내게 오게 하기 위해
나는 바이올린을 미친듯 . 정말 좋아하는 듯. 홀린듯. 켰다.
바이올린 계의 거장이신 두분은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무섭기도 하다.
그깟 부모의 사랑이 뭐라고 이럴까.
이 높은 바이올린의 소리는 내 귀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연주를 듣고
천재다. 감동이 있다.
역시 두 거장의 끼를 전해받고
뭔가 다르다 .라고 평한다.
나는 아무런
정말 아무런 기쁨이 없다.
나는 감정이 메마른 걸까?
어쩌면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바이올린을 이용해 내게로 돌렸다는 것에 대한
무언가임을 안다.
형과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원망
그리고 나에 대한 자괴감.동정심.
.
.
.
하지만 너를 본 뒤로
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이후로
나는 달라졌다.
처음 내 은사님이 교수로 역임했다는
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나는 너의 소리를 들었다.
나와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내가 연주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내게 공연이 끝나면 으레 말하던
그런 미사어구가 생각이 났다.
너는 그리고 네 소리는
섬세하다.
나는 네 소리를 듣고
너의 생김새를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네 소리에 .....너에 이끌려
네가 연습하고 있는
그 방 앞에 갔을 때
나는
내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감사했다.
나는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껏 배운 모든 걸 잊게 된다해도 너에 대해 알게 된다면
내가 지금 껏 악착같이 쥐고 있었던 것들을 이제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주었다.
네가 그런 말을 해주어 참 고마웠다.
'루한은 나랑 음악으로 연결되어있어'
이 한마디로. 내 속의 모든 나쁜 것들이
내게 용서 받을 수 있었다.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너를 알게해준. 너를 갖게 해준
음악을 사랑한다.
바이올린, 부모님까지도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