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첸] My puppy 개털알레르기 크리스 X 반인반수 김종대 * 잠에서 깨어났을 때, 종대는 철제로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 있었다. 마스크를 낀 크리스가 웅크려있는 종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상황 파악을 하던 종대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종대의 온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특정 부위를 향한 노골적인 크리스의 시선에 종대는 다시 주저앉았다. "너무해!!!" "뭐가 너무해." "내가 잘 때 여기다가 가둬둔거야?" "어쩔 수 없었어. 첸이 얼마나 설쳐댔는 지 알아?" 뭐라 항변하려던 종대는 벌개진 크리스의 눈가를 보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도 간지러운 지 크리스는 옆에다가 아예 휴지를 가져다두고 수시로 코를 풀고 있었다. 종대가 강아지로 변할 때마다 착용하던 위생용 장갑은 어디다가 버려뒀는 지, 맨손이였다. 맨손으로 강아지을 만지고 옮겼으니 알만 했다. "옷 좀 갔다줘." "지금이 더 이쁜데." 크리스가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휴지를 가져다가 코를 푸는 손은 멈출 줄 몰랐다. 가만히 주저앉은 종대는 크리스를 노려봤다. 그러나 노려본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였고, 제가 큰 목소리를 낼 일도 아니였다. 곰곰히 생각하던 종대는 결국 그냥 일어나는 것을 택했다. 언제까지고 철제 울타리 안에 갇혀 있을 순 없는 노릇이였으니까. 종대가 일어나자, 역시나 크리스의 고개도 살짝 꺾였다. 부담스러워진 종대는 손으로 슬그머니 가려 시선을 차단했다. 그러나 곧, 크리스의 커다란 손이 불쑥 종대의 손을 붙잡아 치워버렸다. "뭐야?" "보기 좋은데, 왜?" "변태, 진짜." "이미 많이 봤는데 왜 맨날 부끄러워해, 종대. 첸은 별로 안 그러던데." "걔는 동물이니까!" 크리스는 종대가 강아지로 변해있을 때는 첸이라고 불렀다. 강아지에게 김종대, 라고 불렀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 이후로 붙인 이름이였다. 첸이 무슨 뜻이냐고 종대가 묻자 크리스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별이야, 종대는 나의 별이니까. 뭐, 싫진 않아서 종대는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사실 크리스는 종대가 아무리 찡찡 댄다고 한들 바꿔 부를 사람도 아니였다. 종대가 낑낑 거리면서 철제 울타리를 넘는 와중에도 크리스는 누가 들을까봐 무서운 소리를 잘도 주워섬겼다. 허리께까지 밖에 오지 않아서 쉽게 넘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크리스는 그런 모습을 보며 도와주기는 커녕 쓰잘데기 없는 소리 사이사이에, so cute, 따위의 추임새를 넣으며 관람 중이였다. "첸이 시도때도 없이 발정하니까 내가 얼마나 곤란한 줄 알아? 딴 개랑 교미시킬 수도 없고, 그런 걸 보면 내가 개한테 질투가 날 것 같으니까. 개한테 질투나면 얼마나 한심한 기분인 줄 알아? Oh my, so cute! 종대, 왜이렇게 얼굴이 빨개졌어? 귀엽다. 아무튼, 정말로 종대, 내가 강아지랑 할 수도 없는 거 잖아. 그렇다고 낑낑거리는 첸을 보고 있자면 힘들다니까! 첸은 정말로 내 꺼 만한데 말야! 더군다나 첸이랑 하면 난 하루종일 거길 긁어야 할지도 몰라!" 크리스가 '내 꺼'라 칭하며 손과 손을 벌려 대충 작은 강아지가 들어갈만한 틈을 만들어보였다. 겨우겨우 울타리를 넘은 종대가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 쳤다. "알 유 조킹? 내가 아는데? 뭐가 그거만해?" 종대의 비웃음에 빙싯빙싯 웃던 크리스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보여줘?" "보여주긴 뭘 보여줘! 아닌 거 안다니까? 하여튼 나 도와주지도 않고!" 옷을 가지러 종대가 방으로 들어가자 크리스가 졸졸 따라왔다. 하여간 누가 개인지 헷갈린다니까. 크리스의 면전에서 방 문을 닫고 잠그자, 밖에서 너무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동거 하고 난 이후로 크리스의 찡찡거림이 는 것 같은 건 착각인가. 찡찡대기론 지인들 사이에서 손에 꼽히는 종대인지라 괜히 멀쩡하던 크리스가 저렇게 변한 게 자기 탓인 것 같아서 종대는 잠궜던 문을 열어주었다.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문이 달칵하고 열리고 크리스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종대는 이미 속옷과 추리닝 바지까지 장착한 상태였다. "Ahhhhh, 종대가 벗은 게 더 좋았는데!" "아ㅡ 크리스가 없을 때가 더 좋았는데!" "Are you serious? 내가 없는 게 좋아?" "그건 아니고." 종대가 마저 윗옷을 입으려 하는 찰나 크리스가 덤벼들었다. 순식간에 종대의 티셔츠는 크리스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종대가 다시 뺏어들려고 하자, 크리스는 손을 높이 들어버렸다. 달랑달랑, 깃발처럼 크리스의 손 위에서 티셔츠가 흔들렸다. 종대는 애써 티셔츠를 잡으려 들지 않았다. 그럴수록 제가 비참해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종대였다. 크리스의 키는 180가 훌쩍 넘었고, 종대는ㅡ 음, 영업 상 비밀이였다. "안 잡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짐짓 정색하며 말하는 틈을 노려 종대가 펄쩍 뛰었다. 그러나 크리스는 노련하게 팔을 더 높이 들어올렸다. How cute 종대, 크리스가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아 진짜!" "Well, 한 번 더 시도해볼래?" "됐어." 종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침대로 직행했다. 딱딱한 바닥에 누워있었더니 등허리가 아팠다. 크리스는 종대를 위한 개집을 마련해주고 싶어했지만 종대가 딱 질색했다. 언제 사람으로 변할 지 모르는 일이였다. 비좁고 강아지 특유의 냄새가 폴폴 나는 쿠션 위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크리스는 그런 종대를 배려해서 강아지인 상태에도 침대 위에 올려두거나 담요를 깔아 그 위에 올려두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워낙 갑작스러운 변신이여서 크리스도 적잔히 당황한 모양이였다. 개털은 정말 쥐약인 크리스이니, 알 만했다. 껑충껑충, 그 긴 다리로 뽈뽈뽈 걸어다니는 털뭉치에 가까운 첸을 잡기 위해서 뛰어다녔을 크리스의 모습을 상상만해도 웃음이 나왔다. "종대, 삐졌어? 줄까?" "됐거등요!" 머쓱해진 크리스의 목소리를 등지고 누웠다. 이불을 가져다가 맨 몸 위에다가 덮으니 보송보송한 감촉이 좋았다. 푹신한 배개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자 크리스가 사용하는 스킨 냄새가 풍겼다. 갑자기 옆이 묵직해졌다 했더니, 종대를 커다란 팔이 감싸안았다. 옆에 누운 크리스가 딱 제 품에 맞는 종대를 끌어당겨 안은 것이였다. 머리꼭대기에 크리스가 제 뺨을 부비적 대는 것이 느껴져 종대는 좀 더 크리스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종대는 정말 첸 같아." "첸도 나야." "그러니까, 종대가 사람일 때도 강아지 같아." "음, 그건 내가 강아지 반, 사람 반이니까! 내가 강아지일 때도 좀 사람같지 않아?" 종대의 물음에 크리스가 얼굴을 떼어냈다. 크리스가 부비적 대는 것을 그만 둔 걸 느낀 종대가 몸을 꼬물대며 품 안에서 빠져나와 크리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크리스는 약간 얼이 빠진 표정이였다. "아니, 첸은 마치...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 그간의 고생을 표정으로 다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종대는 킥킥대면서 웃었다. 종대의 그런 모습을 본 크리스는 요게 웃어, 하는 얼굴로 종대의 옆구리를 마구 간지럽혔다. "아, 간지러워! 악, 하지마! 으하하하하!!" 크리스는 종대가 눈물을 흘릴 때까지 간지럼을 태웠다. 그 여파로 축 늘어진 종대의 입에 쪽! 진하게 뽀뽀한 크리스가 씩 웃었다. "첸일때 못 풀었던 욕구 풀어줄까?" "내가 언제?" "기억 안나? 아까 내내 낑낑 댔던 거." "안나는데요?" 크리스의 말투를 따라하며 느물대자 크리스가 즉각 간지럼을 태우는 것으로 응징했다. 유독 옆구리가 약한 종대는 결국 항복 선언을 해보였다. "알겠어, 알겠어!" "뭐가 알겠는데?" "내가 아까 낑낑 거렸던 거?" "드디어 실토하는구만. 첸처럼 종대도 솔직하면 좋을텐데." "그건 강아지일때는 욕구가 더 강해져서 그런 거라니까? 내가 설명 했잖아." "Whatever." 부딪혀오는 입술에 종대의 뒷말은 영영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중략) 요즘들어 부쩍 강아지로 변하는 순간을 예측할 수 없었다. 어렴풋이나마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오던 예전과 달리 시도때도 없이 사람에서 강아지로, 강아지에서 사람으로 변하곤 했다. 그런 변화가 느껴지면서부터 종대는 이러다가 영영 강아지인채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첸인 상태로도 종대는 잘 살아나갈 자신이 있었지만 개털이라면 일단 재채기부터 하고보는 크리스가 걱정이였다. 크리스는 첸을 조금만 쓰다듬고 있어도 금세 피부에 벌겋게 알레르기가 생겼다. 지금도 버거워하는 크리스인데 평생을 털이 복실복실한 첸과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고역일 것이다. 알레르기가 심한데도 크리스는 첸을 정말 성심성의껏 돌봐주었다. 비록 몸은 첸이지만 안에 들어있을 종대의 영혼을 위해서 크리스는 세심하게 첸을 다루었다. 특히나 다른 사람에 의해서 머리가 쓰다듬어 지거나, 배를 간지럽혀지는 것이라면 학을 떼는 종대이기 때문에 크리스는 돌아다니는 털뭉치의 뒷 꽁무니를 예의 주시하면서 혹시 낯선 사람이 종대를 귀여워해주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곤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본인의 질투심이 섞여있는 탓이기도 했다. "종대, 개 목걸이 사러갈래?" 가끔씩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는 것만 빼면 크리스는 정말 완벽한 애인이였다. "싫어, 그게 뭐야!" "왜, 귀엽잖아. 첸 털이 갈색이니까 노란색이나 빨간색도 잘 어울릴거야. 같이 고르러 가자." "그거 하고 있다가 사람으로 변하면 어떻해?" "음...... That's better! 좋은데?" "뭐가 좋아!" 슬며시 퍼지는 크리스의 음흉한 미소에 종대는 넓은 등짝을 몇 대 퍽퍽 갈겨주었다. 아, 아파, 하면서도 크리스는 그럼 까만색 애니멀로 사줄게, 한 번만 해보자, 하는 헛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중략) 두꺼운 면 마스크와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위생용 장갑, 얼굴의 반을 가리는 선글라스. 이 모든 도구를 갖추고도 크리스는 3초마다 한 번 씩 요란하게 재채기를 해댔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강아지를 안고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재채기를 뿌려대는 남자를 뒤돌아봤다. 크리스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괜찮다는 듯 그 큰 손을 들어보였으나 이내 3연속으로 재채기를 했고 안쓰러움이 듬뿍 담긴 눈길을 받아야했다. 혹여나 첸이 길을 가는 중에 종대로 변할까봐 크리스는 최대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물병원의 진찰대에 첸을 내려놓았을 때, 크리스의 상태는 말이 아니였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은 이미 벌겋게 부어올라있었다. 애써 침착한 척 첸의 상태를 설명하는데 수의사가 오히려 크리스를 더 걱정해왔다. "혹시 알레르기 있으세요?" "예? 아, 조금..."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심하시면서 키우시는 거예요?" "아, 네." "그렇게 심하시면 키우면 안될 것 같은데...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 바뀌시면 길에다가 버리지말고 꼭 가까운 보호소에 맡기거나 입양보내세요." "그럴 일은, 에취ㅡ 없을 겁니다."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첸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온 이유는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토 했기 때문이였다. 사실 강아지로 변하기 전 종대의 증상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종대가 감기에 걸린 채 변신하면 첸도 그대로 병을 앓았다. 종대를 미처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첸으로 변해버렸고 크리스는 고민 끝에 첸을 동물 병원에 데려왔다. 어지럼증까지 느끼는 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쓰러진 첸을 발견하고 크리스가 얼마나 놀랐던지. 첸은 수의사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심하게 떨어댔다. 어찌나 자신의 털을 헤집는 손을 피해 크리스에게 달겨드는 지, 떼어놓느라 애를 먹었다. "Shhhh, 첸, 착하지." 크리스가 달래고 달래서야 첸은 수의사에게 자신을 내맡겼다. "장염입니다. 심하게 걸렸네요. 푹 쉬게 하고 따뜻한 것만 먹이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호자분도 진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저는 에취ㅡ 괜찮습니다." 끝끝내 크리스를 보고 걱정하는 수의사를 뒤로한 채 첸을 품 안에 밀어넣고 병원을 나섰다. 역시나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도착한 크리스는 첸을 같이 쓰는 침대 위에 눕혀놓았다. 이렇게 하면 개털이 침대시트에 묻어 크리스가 고생할테지만 언제 다시 종대로 변할 지 모르니 따뜻하고 폭신한 곳에서 쉬게 하고 싶었다. 그새 잠이든 첸이 새근거렸다, -------------------------------------------(절취선)-------------------------------------------- 조각글입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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