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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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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면 시끌벅적해지는 밖과는 달리, 낮이나 밤이나 고요하여 잔잔한 물결의 미동조차 없는 호수를 품고 있는 내화(來華:찬란함이 옴) 궁은 깜깜한 새벽이 되자 그 고요함이 한층 더 짙어졌다. 그곳에서 나오는, 밤이 되자 궁의 호위를 위해 불을 붙여놓은 조명만이 호수를 유리에 비치듯 밝히며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 궁의 주인인 여주는 내화궁 그 제일 안쪽 가장 화려하고 넓은 방의 열린 창가 옆 탁자에 앉아 찻잔을 들고 밤하늘 저 너머를 쳐다보았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도박인 줄은 알았지만, 너무 무모했던 제안이었을까.




여주의 눈은 여러 걱정, 고민과 불안으로 흠뻑 취해져 멍하니 밖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방이 온통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침묵한 가운데, 그녀는 갑작스레 호수로 시선을옮겼다. 누군가 내화궁에 조심스레 들어온 듯, 항상 미동한 상태를 유지하던 그 호수에는 미미한 물결이 치고 있었다.





아아, 와주셨구나.





여주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그 호수를 담은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조용히 그가 이곳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허수아비 황제
w.감공











드르륵-.










어떠한 사람의 수발도 없이, 그는 스스로 내화궁의 문을 열었다. 그는 이윽고 방 안 창가에 앉아 고요히 앉아있는 한 여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


"......"




그가 들어오자 여주는 그와 자신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누구도 말을 먼저 꺼네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미, 서로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도.




"... 오셨습니까."


"......."


"이 시간에 친히 내화궁으로 발걸음 하셨다니, 기쁘군요.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주시는 것입니까?"




그는 여주의 말을 듣고 문을 열었을 때 멈추어있던 그곳에서 벗어나, 여주의 뒷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녀의 앞으로, 그녀가 앉아있는 그 창가로 걸음을 옮기고 여

주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꺼넸다.



"... 당신의 제안은 제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제게 어찌하여 그런 제안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현재 이 나라의 정권을 끌어안고 있는 홍윤덕 가(家)의 사람이 아닙니까. 가문을 배반하고 저를 따르시겠다니, 농담을 하신 것이라면 그보다 더 재밌는 농담이 없겠습니

다."


"...... 그리고 그 말에 이곳까지 찾아온 저는, 어쩌면 바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궁궐에 지쳐, 썩은 동아줄인지 황금 동아줄인지도 판단하지 않고 그저 당신의 그 눈을 바라

보고 온. 어떠한 도움이라도 필요하고 어떠한 제안이라도 받아들일, 허수아비 황제입니다."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보름 전 있었던 그녀와의 대화를 상기하였다. 그에게 말을 하며 믿지 못할 제안을 제시한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

은, 어느 때보다도 선명히 그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 또한 그 때 그녀를 눈에 담았다. 항상 그녀와 마주칠 때면 그저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상투적

인 인사를 건넬 뿐이었지만, 그때는 달랐다. 그때, 처음으로 그녀의 눈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 속에 비친 서로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어느 거짓도, 농담도 들어갈 수 없는, 진실된 시선들의 교환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보다 더 슬픈 눈으로 그녀는 그를 뚜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홍윤덕 가의 사람, 홍윤덕의 딸로 선왕의 후궁이 되어 이 궁에 들어온 것이 증오스럽고, 한탄스럽습니다.  입궐하였을 당시의 저는 어떠한 힘도, 의지도 가질 수 없었지

요. 그렇기에 저는 피와 눈물을 머금고 권력을 가지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충성스러운 홍윤덕 가의 꼭두각시이자 개로, 모든 더러운 술수와

모욕을 받아 가며... 저는 단지 복수를 원할 뿐입니다. 홍 가문을 풍비박산 내고 싶을 뿐... 그렇기에 당신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아니, 당신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저는

제 어미의 원한을 갚기 위하여 당신을 이용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권력, 명예, 지위... 그 어떤 것을 원하시든지 간에 그저 저를 이용하세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자 하

니,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닐 것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었다. 그녀가 제안을 했을 때부터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문을 배반할 결심을 하였다는 것을 짐작하였더라도...상상 이상

으로 그녀의 결의는 단단하고, 강인하였다. 그녀는 덤덤한 듯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속에는 모든 원한과 설움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이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준 것은 그를

신뢰하고 지지한다는 뜻이겠지만, 그는 그녀를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복수에 꼭 자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는 어떠한 권력도 손에 쥐지 못하는,

허수아비 황제였고, 그는 그 자신의 처지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 저 말고도 당신과 손잡을 이는 많습니다."



"아니, 당신이어야만 합니다. 황제, 그 자리를 가진 이가 아니면... 그리고 당신이 아니라면... 우리의 거래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권력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갑작스레 황제가 되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저 조차도 제가 황제가 될 자격이 있는 자인지 의문이 듭니다.  선황의 병세로 얼

떨결에 자리를 물려받았을 뿐..."




"어찌 되었든 당신은 황제입니다. 이 나라의 수많은 백성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는 당신이,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고 계신다면 어느 누가 백성들을 보살피나요? 아무도, 아무

도 없습니다. 죄 없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강해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만약 소중한 것이 없다면, 훗날 그것이 생겼을 때 지키기 위하여..."



"하지만......"



여주의 말에도 그가 계속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며 의기소침해 있자, 여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와 마주 섰다. 그리고, 그의 왼쪽 어깨를 꽈악 붙잡으며 밀어 그를 힘껏 벽

으로 쳐냈다. 그는 여주의 행동에 순순히 따르며 저항 없이 벽에 밀쳐져 풀썩 주저앉았다. 밀쳐진 그에게 여주가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갔고, 이윽고 한껏 가까워진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벽에 기대어 앉아 그녀를 보고 있던 그의 턱을 그녀가 검지 끝으로 올려세우며, 말을 하였다.




"정국, 당신은 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겁니다. 당신과 저는 이제 한 배를 탔고, 저는 이제 당신을 전격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껏 이렇게 하기 위하여 권력과 재산을

모아 왔고, 모든 것을 당신에게 쏟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강해지세요. 더 이상 허수아비 황제가 되기 싫으시다면."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유유히 방을 빠져나갔고, 정국은 방을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당신은 나를 각성시켜주는구나. 어쩌면 황제는 내가 아닌 당신이 되었어야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이 황제인 나를 돕겠다니, 강해지도록 노력해야지. 더이상 허수아비가

되는 것은 사양이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아니, 소중한 이를....



그는 그녀가 떠나간 자리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를 눈에 담듯이.



~~~~~~~~~~~~~~~~~~~~~~~~~~~~~~~~~~~~~
~~~~~~~~~~~~~~~~~~~~~~~~~~~~~~~~~~~~~

안녕하세요 여러분 감공입니다!!
이 글은 제가 비오는 날(?)에 막 글잡 소재가 떠올랐어가지구 쓰게 된 글입니다.
그때 독방에서 소재를 올리고 반응을 봤었는데 감사하게도 글잡으로 가자!!는 댓글이 많아서 힘이 되어 머릿속으로 구상을 마친 후 드디어 글을 올리게 되네요
~(^ㅁ^)~
구체적인 설정은
선황(정국의 형)이 갑작스레 병세로 세상을 떠나 황제가 된 정국과 선왕의 후궁인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황제가 되었으니 권력도 약해서 허수아비 황제가 된 정국과 권세가의 딸인 여주, 하지만 여주는 어떠한 이유인지 가문을 극도로 증오하여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정국을 좋아하여 뒤에서 몰래 정국에게 힘을 실어주다가 가문에 충성하여 막대한 권력과 부와 중요 정보를 가지고 정국에게 협력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둘이 진짜 밤에 만나서 여러 정보 공유&대략들을 모의하며 든든한 정치적 파트너로 일을 하지만 정국을 좋아하는 여주, 가만히 있을 리는 없죠.
여주의 적극적 대쉬를 시작으로 둘이 서로 점점 끌리고 정국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밤에 몰래 여주의 궁에 와서 시간을 보내다 가고...
첫 호감 표시는 여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정국이 막대한 대시를 팍팍팍!!

...이런 이야기입니당
아마 반응이 좋으면 상,중,하로 연재하게 될 것 같은데...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네용!!
아니면 그냥 딱 단편 하나도 좋은 것 같아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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