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ta.
-00
평소에도 마냥 푸른 느낌은 아니였지만 오늘따라 더욱 에버딘의 물결이 잿빛같아 보이는 건 크리스 뿐만이 아니였다.왠지모를 불안감은 언제나 느껴지고는 했으니깐. 더군다나 이번엔 공안경찰들이 함께 하는건데, 더 안심할만하면 안심할만했지 추격전 중 기물파손으로 의뢰비의 삼분의 일을 벌금으로 쓴다거나 영업방해나 폭행이라며 되로 신고당해 복잡한 절차를 밟게 되는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안경찰과 부두의 한 방에서 창 밖의 바다와 삼파선을 바라보고 있는 크리스와 그 수 십개의 삼파선 사이에 한 배위에 올라 타 있는 첸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오늘따라 바다가 참 잿빛이다.
.
.
.
"첸, 방금 K입장."
삼파선 위에서 부두가를 바라보며 저 창 너머 어디쯤 크리스가 있겠지,하고 생각하던 첸은 피어싱처럼 자리하고 있는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레이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배에 타기 시작했고 자신의 동료인 루한과 민석 또한 평범한 관광객인 척 자신에게 표를 내밀어 보았다.
"谢谢 (감사합니다.)"
민석이 나름 여행객스러운 어조로 인사를 건넸고, 루한이 싱긋 웃어보이며 첸이 도로 건네는 표를 받았다.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세 사람의 미소가 마주쳤다.
"请给我看一下票 (표 좀 보여주세요.)"
루한과 민석이 들어가자마자, 작전 기간 내내 질리도록 봐왔던 익숙한 얼굴이 첸의 눈앞에 멈춰섰다. 친절한 목소리의 첸에게 남자는 무표정으로 자신의 표를 내밀었고, 감사합니다, 하며 웃는 첸을 조금 수상한 눈으로 살피더니 곧바로 지나쳤다. 첸은 남자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 한 뒤 자신의 무전으로 크리스에게 남자의 도착을 알렸다.
"K도착, 시작바람."
.
.
.
부두가 한 편에서 레이에게 수신호를 받은 타오는 움직일 준비를 시작했다. 무전에 의하면 K는 배에서 마주친 루한과 민석이 자신의 보석을 건드리자 낌새를 알아채고선 부두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작전대로 움직이고 있다. 다른 승객들과 흔들리는 배에서 부딪히는 것 보다 부두로 몰고 나오는 것이 났다. 그래야 경찰인력이 소용이 있지.
"부두 A구역, 출발바람"
무전으로 들려오는 민석의 목소리에 타오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향했다. 저 편에서 낯익은 자신의 동료들과 머릿 속에 단단히 박아뒀던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공안경찰과 크리스가 이 쪽으로 오는 데 약 3분. 그 동안 남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또 다른 동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긴 타오는 아직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채 제 쪽으로 뛰어오는 남자를 향해 달렸다.
"다 멈춰.가까이 오기만 해봐."
예상 외에 일이였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남자가 부둣가에 있던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잊고있었다, 부둣가 추격전의 최단점. 여기저기 늘여져 있는 쇳덩이들과 나무조각들이 언제나 무기가 되버린다는 점. 남자는 자신의 사방의 네 사람을 훑어보며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다가오지마, 다 죽일테니깐.
"그거 내려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진 않아. 곧 경찰이 올테니깐."
타오의 말에 남자는 흠칫하는 눈빛이였으나 곧 비소를 지었다. 그리곤 네 사람 중 가장 여리여리한 체형의 첸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닌데. 타오는 생각했다. 루한과 민석은 첸에게 다가가는 남자를 향해 한발짝씩 똑같이 다가섰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던 타오는 어떤 방법이 최선으로 크리스와 경찰이 올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지 생각하였다. 그냥 심리전인 상태로 1분만 버텨라. 제발 1분만.
"다가오지말라했지. 떨어져. 니들 친구 살리고 싶으면."
첸의 뒤편에서 목을 팔로 잡아챈 남자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손의 쇠파이프는 여전히 거칠게 휘둘려졌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의 당황한 듯한 첸이였지만 아마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듯 바로 반항하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그런 첸의 생각을 아는 지 섣불리 남자에게 잡혀있는 첸에게 다가서지 않고 쇠파이프를 내려 놓으라는 말만 할 뿐이였다. 경찰과 크리스만 오면 돼. 타오는 크리스가 왔을 때 첸을 보고 놀라서 달려들진 않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자신의 보스가 그정도로 비이성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삼십초. 멀리서 크리스와 경찰들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워지는 수많은 발소리에 남자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사람이 많으면 뭐 달라질거라 생각하나? 경찰은 나를 잡는 것보다 한 생명을 살리는게 우선일텐데?"
비열한 남자의 목소리에 세 사람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곧이어 크리스와 경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남자에게 잡혀있는 첸을 본 크리스는 놀란 눈치였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으로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 손 놓고 순순히 나오는게 좋을거야. 어차피 넌 이미 잡혀있게 되있고, 그 애를 건들였다간 그냥 조용히 이동하는 걸로 끝나지 않을걸?"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고 더욱 더 세게 첸을 잡으려던 찰나, 첸이 남자의 팔을 거세게 뿌리치고 빠져 나오는 동시에 휘둘러진 남자의 쇠파이프에 팔을 세게 맞았다. 거친 마찰음과 함께 쇠파이프는 루한의 발 앞에 떨어졌고 크리스 뒤편의 열 댓명의 경찰들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더 이상 남자가 도망 칠 곳도, 인질 삼을 것도 없었다.경찰들이 남자에게 몰려가는 동시에, 크리스는 곧 바로 땅에 주저 앉자 제 팔을 잡은 채 고통을 호소하는 첸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아? 움직일 수 있겠어?"
경찰이 시끄럽게 남자를 데려가는 사이 타오와 루한, 민석 그리고 작전 완료의 무전을 들은 레이까지 첸을 향해 달려왔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첸은 그 와중에도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다들 나 걱정해주는거야? 미안, 다치지만 않기로 했는데."
애써 해맑은 첸의 모습에 다들 깊은 한숨을 쉬었다. 범인은 잡았는데 부상이 남았다니, 최악인지 최고인지 모를 작전이 뉘엿뉘엿 사라져가는 해와 함께 끝을 맺었다.

인스티즈앱 ![[루민클첸] Agita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c/8/ec88995ccc6951139f045abc9271d7da.jpg)
![[루민클첸] Agita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a/f/6afd71a097d7abbb0fbeb3d12e073332.gif)
![[루민클첸] Agita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6/9/969e388a51479b4e30eafa3e8a62f9b7.gif)
조카 봐줬는데 새언니가 화났어요.. 이유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