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거세지고 아무도 없는것처럼 불 빛 하나, 사람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마을 속. 하아,하아-하아 숨가쁜소리를 내며 무언가에게서 도망치듯 달리던 앳된 소년이 도착한곳은 역시나 빛 하나 없이 어둡기만한 다 낡은 오래된 성당이었다. 이미 비로 다 젖어버린 소년은 춥지도 않은지 저벅 저벅 천천히 가운데 십자가로 걸어갔고, 분위기는 으스스하다못해 소름이 끼치는 묘한 무거움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소년은 전혀 무서워하는 표정 하나 없이 걸어가서 십자가 아래의 무릎을 꿇어앉았다.
그저 십자가를 멍하니 응시하기만 하던 소년은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렸고, 곧 그 울음은 오열이 되어갔다. 결국 소년은 무언가 잘못이라도 했는지. 그것이 엄청난 잘못이었는지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무언가를 부정하듯 고개를 사정없이 흔들더니 울면서 싹싹 빌기 시작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급기야 머리를 조아리며 엉엉 울면서 잘못을 빌던 소년은 갑자기 무언가를 느낀듯 돌처럼 굳어졌고, 다시 울음은 더욱 커졌다.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묘한 환희가 뒤섞인 소년의 표정이 갑자기 격해지더니 곧 그대로 픽- 힘없이 옆으로 쓰러져버렸다.
twilight
이상한 꿈을 꾼지도 벌써 몇 년 이나 지났을까, 태민은 꽤나 오래전부터 알수없는 꿈을 꾸곤했다. 아주 어렸을때는 그저 끊겨서 나오던 꿈이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요즘따라 자꾸만 그 꿈이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는것이다. 게다가 몇번이나 꿈을 꾸고 땀에 젖어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몇분이 지나자마자 그 꿈에 대한 기억이 모조리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공책을 사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그 꿈의 내용을 쓰기 시작한 태민은 그 꿈에 대해 조금씩 다가가는것 같을 수록 궁금증만 커져갔다.
예전에는 꿈 속에 소년인 자신은 항상 즐거운듯 웃고있는 모습과 행복해하는 모습만 있었는데 요즘따라 꿈 속에 자신은 항상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고,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불안해하는 모습들만 있어서 괜히 그저 꿈이란것을 알면서도 일상생활에 피해가 갈 정도로 평소에도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 이다.
게다가 오늘같은 경우에는 불안한 모습이 절정에 올랐다. 분명 꿈속에서 자신은 누군가를 본것이 틀림없었다. 누군가를 보고는 기쁨과 절망이 뒤섞인 얼굴로 울고있다가 갑자기 알수없는 표정이 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대체 꿈속에 나는 무엇을 본것이고. 대체 나는 왜 신에게 그렇게나 죄송한걸까.
꿈을 생각하기도 잠시, 학교에 가야해서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태민은 집을 나와 학교로 가는 등굣길에서도 오늘 꾼 꿈을 절때 잊을수가 없었다. 분명 누군가를 봤다. 누군가를 봐서.. 그 누군가를 생각해내려고 할 수록 자꾸만 내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기분이 나서 참을수가 없다. 내 자신에게 화가나서 정말 미칠노릇이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야! 이태민!”
“어? 안녕.”
“왜그렇게 멍 때리냐? 넘어지겄네.”
“아니, 그게.. 아.. 내가 또 꿈을 꿨어.”
“그 이상야릇한 꿈?”
“이상야릇이라니.. 아, 그게. 좀 이번에는 이상해서.”
“뭔데 임마-”
태민에게 어깨동무를 한 지훈이 말해보라는듯 쿡쿡 찌르자 계속 골똘히 말할까 말까 생각하던 태민이 결심한듯 오늘 이상한 꿈에 대해서 자세히 주절 주절 말하자 지훈은 듣는둥 마는둥 하더니 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왜? 뭐 아는 부분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 전학생 오는 날 이잖아!”
“아.. 야.”
“그냥 꿈일뿐이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그냥 전학생 얼굴이나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 꿈에 대해서 잊자고. 어? 그런거 너무 생각하면 몸에 안좋다-”
설렁설렁넘어가는 지훈에 태민은 그러면 그렇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가 피곤한 감이 없지않아있어서 그냥 오늘은 꿈에 대해서 잊기로 했다. 어차피 다 꿈일뿐인데..
하지만 그 생각도 오래가지 못하고, 전학생을 본순간 태민은 직감했다.
어쩌면 꿈이. 그저 꿈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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