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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geline 전체글ll조회 642 출처


안녕하세요!       

       

       

가입하고나서 처음올리는 글이에요!       

제 처녀작이구요       

욕설이 있을 수 있답니다!       

       

스압이 대박이구요..ㅎㅎ       

시리즈물이에요>〈       

향기가 누구인지 , 인물의 관계가 어떤지..맞춰보세용!       

       

히히히힣 떨리네용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랑시리즈.1       

       

성숙한 사랑       

       

       

       

w.Evangeline       

       

       

       

It is not common that true love always bring the happy ending...       

       

       

       

       

       

칼날같이 파랗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표현이 어느 고아원과 소름끼치도록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성숙한 사랑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친밀감, 열정, 헌신.       

우린 이 성숙한 사랑이 과연 찬란한 봄날을 가져다 줄지 알려주려고 한다.       

       

이것은 진실한 사랑에 관한 간단한 고찰이자, 이야기이다.       

.       

.       

.       

.       

.       

       

아이는 꿈을 꾸는 것이 좋았다.        

꿈을 꿀때면 예쁘게 빛나던 달도, 늦가을 바람에 살랑이던 한 보름날 밤의 잔디도, 달빛아래 찰랑찰랑 깨작이던 파도도.       

       

모든 것이 아이에게 다가올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아이는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어렴풋이 아른거리는 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꿈은 꿈.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면, 새까만 세상이, 건조하지만 부드러운 소재의, 어쩌면 조금 까슬한 침대의 이불이 아이의 맨 몸을 감쌌다. 꽤나 무게감있는 그 이불은 아이가 한겨울에 팔을 온전히 다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자도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따스한 이불과는 다르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어젯밤 저를 다정하게 재워주던, 두꺼운 이불을 얹은 마른 배를 토닥여주던 그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슬펐다.       

       

요즘 종인이 자신을 밀어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아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자고 일어나서 까만 세상 속에서 딱 10센치만 허우적 거리면, 방황하는 제 손을 안정시키도록 꼭 잡아주는 그의 손이 있었는데, 요즘은 아이를 마중나와주는 손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근 몇달간의 아침이 춥게만 느껴지는 아이였다.       

       

10월 말, 내일이면 11월.       

       

한창 추워질 때 이불만을 덮고 있자니 괜시리 더 쓸쓸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겨우 초라해진 마음을 다잡고, 버적버적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러 불안한 발끝의 감각으로 바닥을 더듬어 부엌으로 향했다.       

꽤나 익숙하게 물을 마시는 저의 모습을 느끼자니, 아이는 기분이 묘해졌다.       

       

곧 있으면, 아이가 이곳에 온지 6년이 되는 날이다.       

       

곧 그 날이 온다니, 새삼 느껴지는 세월에 김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아이는 6년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아이의 외모는 물론이고, 자잘한 습관들이나 성격들도 이미 오년도 넘게 변해버린 생활에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회상도 잠시, 아이에겐 언제나 반가웠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삐.삐.삐.삐.삐.삐.삐. 따라란~'       

       

       

일정한 속도로 울리는 도어락 소리를 듣자하니, 종인의 소리임을 단번에 알아차린 아이는 발을 바삐 움직여 현관으로 가 종인을 맞이했다.        

       

       

"아저씨 오셨어요?"       

       

"어"       

       

       

또 몇달 전과는 다르게 대답만 뚝 하고 마는 종인의 태도에 아이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가면 갈수록 차가워지는 종인의 태도에 불안함을 느낀 아이가 손을 허공에 휘저어 종인을 찾았다. 아이의 손끝이, 그녀가 얼마나 간절한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제서야 종인은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아끌어 제 품에 뉘였다.       

       

그러나 또 끌어안고 있기만 하고 말이 없는 종인에,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저씨....요즘 많이 힘들어요..?"       

       

"그건 왜"       

       

"...그냥, 그런 것 같아요."       

       

       

종인은 아이의 말에 그녀의 목뒤에 입을 맞출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목 뒤의 그 입술의 온기가 그런게 아니라는 듯이 아이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아이도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어젠 또 뭘 했길래 밤을 샜어요. 술냄새도 안나는데..."       

       

"쉬잇.....조용히 해 줘......"       

       

       

종인이 아이의 몸을 끌어안고, 아이 혼자 쓸쓸하게 맞던 아침의 이불이 있는 그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이를 침대에 사뿐히 뉘인 다음 아이의 머리 옆을 손으로 지탱한 후 아이를 덮치는 자세를 취했다.       

       

위에서 본 아이의 모습이 종인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아이를 계속 본 종인은 아이의 눈이 까만세상만을 담는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의 그 두 눈은 너무나도 맑고 선명하게 자신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다잡은 마음이 흔들리는 종인이다.       

       

       

"난 가끔, 네가 눈이 안보인다는게 안믿겨져."       

       

"나 보여요."       

       

"...."       

       

"나도, 볼 수 있어요. 여기가 아저씨 눈, 여기가 코, 여기가..입술."       

       

       

아이가 손을 더듬어가면서 종인의 눈코입을 훑었다. 손끝으로 살짝살짝 스치는 듯한 아이의 손을 종인이 확 낚아채어 침대시트 위에 쾅 박은 뒤, 아이의 얼굴로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신의 입술 바로 위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아찔한 온기에 아이가 주춤했다.       

       

       

"...내가 많이 서운해?"       

       

"...그냥 요즘.....좀 그래요."       

       

"미안해..."       

       

       

종인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아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살짝 틀어 아이가 조금이나마 편하도록했다.       

서로 맞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종인이 한 손을 풀어 아이의 허리를 조금씩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입술만 부딪히다가, 조금더 진하게 맞추고, 이젠 서로의 숨결까지 불어넣기도 하면서 뜨거운 혀도 주고 받았다.       

점점더 농염해지는 키스 속에, 아이의 얼굴이 발그레해 진 모습을 본 종인이 아이의 허리를 더욱 세게 휘어잡았다.       

       

너무나도 달콤하고 바래왔던 애정.       

       

그래도 아이는 마음껏 웃거나, 느낄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때를 기다리는 것 뿐이 그들을 위한 일임을 알기에.       

안락하고 포근한 방의 분위기와 다르게, 지금의 종인이나, 아이나, 불안에 떨며 서로를 더듬을 수 밖에 없었다. 서로 너무나도 불안해서 미친듯이 온기를 찾는 것 같았다.       

       

       

"후..흐아"       

       

"헉..헉..아이야."       

       

종인이 맘껏 갈라진 목소리로 달콤하게 아이를 불렀다.       

키스를 너무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둘 다 가쁜 숨을 고르고 있었다.       

       

       

"...."       

       

"나, 아저씨, 아이 안 미워해. 불안해 할 필요없어."       

       

       

그가 그 말을 끝내고 아이를 안아 같이 침대에 누웠다.       

종인이 침대에 눕고 아무런 행동이 없자 아이가 물었다.       

       

       

"아저씨, 졸려요?"       

       

"어..."       

       

"근데, 자면 안될 것 같아요. 누가 아저씨 밖에서 부르나봐"       

       

"지가 들어오겠지...그 새끼가 남의 집 문 두드리면서까지 누구 불러낼 놈이 아니니까...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그랬겠어도....."       

       

       

       

잠이 오는 듯 낮고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종인의 예상은 얼마 후, 정확히 적중했다.       

거칠고 날카롭게 문을 부수는 소리가 아이의 귀를 괴롭혔다.       

       

그래도 아이는 좋았다. 시원한 어른의 향기는 언제나 아이를 편안하게 했다.       

       

       

       

"김종인 이 개새끼야!!!!!!!!!! 다 들은거 모를 줄 알아???!?!!!!!!"       

       

"어차피 이딴식으로 들어올거 아니었나"       

       

       

       

종인은 여전히 뒤에서 아이를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허, 좆 빠지게 불렀더니 애새끼랑 노닥거리고 있어?"       

       

"애새끼라 하지마 김준면. 그럼 네 새끼는 뭔데? 어? 얘가 애새끼가 되면 넌 뭐야???"       

       

"닥쳐 씨발. 잔말말고 나오기나 해. 크리스가 부르니까."       

       

       

       

크리스라는 이름에 종인이 급하게 눈을 팍 뜨면서 몸을 일으켰다. 허겁지겁 움직이는 종인의 몸이 느껴지자, 아이도 일어나서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요즘 늦은게..."       

       

"어. 그거야"       

       

"오늘도 늦어요?"       

       

"...상황 봐서. 미안해."       

       

"하, 이젠 내가 안보이나보네? 이 새끼들아 분위기 파악해가면서 주둥이 놀려."       

       

"너야말로.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좋은 시간 망치지마."       

       

"지랄 그만해라. 지금 늦으면 손핸거 알지? 존나 멍청한 네 새끼도 그정돈 알겠지"       

       

       

       

준면이 지금 이 상황이 영 아니꼬운지 종인에게 비꼬는 투로 말했다.       

       

       

       

"아무렴. 아이야, 돌아올게 미안."       

       

       

       

종인은 그 말을 하고서는 뒤돌아섰다.       

그가 방을 나가자 준면이 말을 이었다.       

       

       

       

"넌 좋냐? 여기 납치나 되와서는 저런새끼랑 뒹구는게. 참 너도 태평하다. 내 인생도 그렇게 태평하면 얼마나 좋을까 씨발."       

       

       

       

준면이 날카로운 말을 뱉으면서 사라졌다.       

아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치 자신이 노닥거리고 있다는 듯이 쏘아붙인 준면의 말이 걸렸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일이 꼬여버린 건지 아이는 알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방. 아이가 좋아하는 시원한 어른의 향까지도 사라져버린 이 방에 있자니, 이젠 정말 혼자구나 싶었다.       

아주 잠깐 왔다가 가면 더욱 더 그리워진다더니, 상황이 딱 들어맞았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순식간에 왔다간 그 향기는 아이에게 깊은 미련을 남겼다.       

       

그들이 다녀간 뒤로 더욱 더 답답해진 마음에 아이는 다시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몸을 침대에 뉘였다.       

       

       

       

       

       

       

       

"어, 왔나."       

       

       

       

딱 봐도 꽤나 비싸보이는 양복에, 벨벳질감의 의자, 지문은 커녕 생활 기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시계가 크리스, 그가 얼만큼의 지위에 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이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인 크리스는 아주 냉철했고, 날카로운 사냥꾼과도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한 번 눈 밖에 난 사람을 내버려두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옆엔 언제나 죽마고우이자 최고의 부하인 레이가 있었다. 이 둘의 조합은 앵간한 한 성격한다는 김종인과 김준면을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묵직하고 차가운 기운을 띄었다.       

       

크리스는 그 고급스런 의자에 앉아서 가느다랗게 잘 빠진 와인잔을 흔들면서 그들을 불렀다.       

       

       

       

"왜 부르셨습니까."       

       

"오, 준면. 왜 새삼스레 존댓말이야. 말 놔."       

       

"그래? 후........ 씨발, 너 우리 왜부른거냐? 누구 존나 약올리냐???"       

       

"....김준면 그만해."       

       

       

       

어색한 분위기에 거만하게 웃던 크리스가 말을 놓으라고 하자마자 쌍욕을 내뱉는 준면을 종인이 말렸다. 다급한 종인의 목소리가 지금은 자신들이 굽힐 때 라는 듯이 준면을 붙잡았다.       

       

그러나 준면은 그러한 종인의 태도마저 역겹다는 듯이 어깨에 올려진 손을 매섭게 뿌리쳤다.       

       

       

       

"넌 뭐라고 내 어깨에 손을 얹어? 네가 날 막을 수 있는 상황이야?"       

       

"흥분했네 준면."       

       

"시끄러워. 너도 똑같아. 전부 앗아갈 생각만 하지? 씨발 이번엔 안돼. 이번엔 안된다고!!!"       

       

"김준면! 진정하고 크리스 말 좀...!"       

       

       

       

자신을 막는 종인의 행동이 가식적이라는 듯이 준면이 쏘아붙였다.       

       

       

       

"닥쳐!!!!! 크리스, 내동생 죽였으면 됐잖아!!! 더 필요해? 내게 더 앗아가야 해? 그리고 너!! 적어도 이번 문제는 너도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어!!!!!!! "       

       

       

       

준면이 다시 말을 이었다.       

       

       

       

"크리스, 말해봐. 이 많고 많은 사람중에, 왜 이새끼한테 내 동생을 버린거야?? 왜 또 우리가 이런 일 맡아야 하는 거야??? 말 좀 해보라고 씨발!!!!!!!!!!!!"       

       

       

       

멱살까지 잡힌 크리스가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준면을 내려다 보았다. 울부짖으며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전부 내뱉고 있는 준면과는 다르게 그의 눈은 흥미로 가득 차있었다. 곧, 크리스가 대답했다.       

       

준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자, 종인도 차마 볼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재밌으니까. 이쪽 일에 그렇게 동기가 충분히 부여될 만한 일이 있던가?"       

       

       

       

너무나도 잔혹한 말을 하는 크리스의 입에서는 단 한치의 거짓도 없어보였다. 더러운 순수함. 그것이 그 때의 크리스와 가장 잘어울렸던 말이었다.       

       

       

       

"뭐, 이유는 많아. 재미있다는 이유가 가장 으뜸이지만, 요즘 너네조 애들이 너무 헤이해져있는 것 같아서 말야. 그럼 안되지 않겠어? 명색이 세계 최고 조직의 간부아닌가?"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너보단 잘났지. 보스니까."       

       

"하, 가만히 듣자하니, 어이가 없네. 김준면 뒤로가 있어봐. 웃기지마. 우리 밀어내고 오른거잖아? 아니꼬우면 그냥 그렇다고 말을해! 왜 상관없는 사람까지 끌어들이지?"       

       

       

       

준면과는 다르게 꽤 침착한 목소리로 종인이 물었다.       

       

평소 준면의 성격이라면 그리 침착하게 묻는 종인에게 얼굴에 주먹을 메다 꽂아도 무리가 아닐 듯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종인의 떨리는 주먹이 엄지손가락을 세게 감싸쥔 채로 시퍼런 핏줄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쎄. 더 말할 필요는 없어. 다 말했으니까. 너네 내 손에 그 일 치루게 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 결정하는게 좋을 걸. 알다시피 내가 원만하게 딱 할 일만 끝내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 씹새끼가....."       

       

"이만 나가. 할 말 다 했어."       

       

       

       

그렇게 내쫓겨진 준면과 종인은 크리스의 문 밖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다. 어느새 서로를 등진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들이 등을 지고 헤어진 그 따스한 느낌의 카펫이 깔린 복도와는 다르게, 잔혹무도한 크리스의 그 방의 안에는 또 다른 희생자가 채워졌다.       

       

       

       

얼마후,       

       

아이가 다시 잠에서 깨었다.       

역시 이번에도 이불은 차가웠다.       

그래도 어른의 그 시원한 향을 맡은 것만으로도 아이는 만족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이의 쓸쓸함이 비교적 일찍 채워졌다. 도어락소리가 들리더니, 곧 시원한 향이 아이의 방과 침대 전체를 부드럽고 은은하게 감쌌다.       

       

       

"아저씨 오셨어요?"       

       

"........"       

       

       

향기는 말이 없었다.       

그의 시원한 향에서 조금의 술냄새가 나는 듯 했다. 그래도 아이는 좋았다. 아이는 향기가 좋았으니까.       

       

향기는 차에서 풍기는 지독한 방향제 냄새나, 어른 남성의 톡 쏘는 스킨냄새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아주 부드럽고 상쾌했다.       

       

       

       

"술은 왜 마셨어요. 어서 자요."       

       

"......."       

       

       

       

향기가 아이를 뒤에서 안았다. 단단한 두 팔로 아이를 끌어안고, 아이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었다.       

일전에 나누었던 진득한 키스와는 또 다른 자상함에 아이의 얼굴이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향기는 한결같이 자신과 소통하고, 자신에게 웃어주던 아이가 좋았다.       

       

그는 아이의 목 근처에 한동안 기대어 있더니, 목, 얼굴, 귀 뒤 등 여러군데 촉촉거리면서 입술을 문댔다.       

아이도 자상한 입맞춤에 녹아든 듯 옅은 미소를 띄었다.       

       

하지만 향기는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은 듯 아이의 목주변에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그 한방울이 두방울, 세방울이 되더니, 결국엔 아이를 감싸안은 몸이 들썩였다. 결국 그는 아이의 어깨에 고개를 수직으로 묻은 뒤 소리 없이 눈물을 모두 쏟아내렸다.       

       

향기는 아이와 헤어지기 싫었다.       

그의 눈물이 그것을 대신하여 말해주고 있었다. 슬프게도, 향기에게는 아이와의 필연적인 이별을 거부할 능력이 없었다.       

이제 더는 아이의 웃음도, 체향도, 포근한 품도 못 볼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아이는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아저씨. 슬퍼하지 마요. 난 괜찮아, 다..알아."       

       

       

       

아이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향기는 그저 아이의 뒤돌아있던 몸을 돌려 입맞춤을 할 뿐이었다.       

그의 향기로운 입술이 짧고 애틋하게 아이의 입술을 조금씩 건들이다가 곧 아이를 세게 끌어안고 아주 짙게 키스했다.       

그의 향기가 온전히 전해지는 듯한 느낌에 아이가 살풋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서는 완전히 해맑은 웃음이란 볼 수 없었다.       

애초부터 이별을 전제로 한 만남이었기에.       

       

그는 그렇게 안타까운 입맞춤을 나누고는 사라졌다. 말 따위는 이미 그들에게서는 필요치 않았다.       

       

그래도 아이는 꽤 짙었던 향기를 맞고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지난 날의 필연적이었던 우연이 아이의 머리칼과 뇌리를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       

.       

.       

.       

.       

       

칼날같이 파랗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있을 것이다.       

       

아이 기억 속의 그날 밤은, 그렇게나 파란 보름달이 빛나던 아주 시퍼렇고 새카만 밤이었다. 물론 고아원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도 길을 걸으면서 노란색과 짙은 남색이 조화를 이룬 옷들을 본 적이 있는 것처럼 그 둘의 분위기도 나름 잘 어울렸다.       

       

'별빛고아원'       

       

하나 둘씩 들려오는 대여섯명의 비명소리.       

희미하게나마 제 눈앞에 흩뿌려지는 붉은 피.       

한참 전에 저를 불안에 떨게하던 날카로운 총성.       

       

이 모든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저 손톱끝을 시곗바늘의 박자와 맞추며 두드리고 있었다.       

귀도 제 손으로 막아버리고 이미 흐려져 버린 시야를 힘도 없이 아무데나 굴린 채 13살의 아이는 지금보다는 비교적 따뜻했던 저의 4년전 과거를 주마등마냥 천천히 회상하고 있었다.       

마음속의 시곗바늘을 돌리면서.       

       

.       

.       

.       

       

       

꽤나 쾌청했던, 햇살이 좋았던 그날, 꽤나 자란 듯한 한 소년이 아이의 눈에 들어왔다.       

       

14즈음 되 보였던 그는 아무 표정이 없었고, 봄에도 온통 까만 옷으로만 자신을 덮고 다가왔다. 심지어 그 소년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햇살을 얼릴 듯이 차가웠다.       

       

보통 원장이 저렇게 데려온 검은 아이들은 저랑은 다른 취급을 받으면서 다른 교육을 해왔다. 하지만 그 소년은 그렇지 않았다. 원장은 왜인지 그에게는 유독 까칠하게 굴었다. 그의 옷에 달린 마크가 파랑이 아니라 빨강이라 그랬던 것일까 하고 아이는 생각했다.       

       

원장의 차별아닌 차별이 일주일정도 지났을 즈음, 아이는 그에게 말을 걸기로 결심했다.       

       

그 고아원에 빨간색이나 파란색 마크가 붙지 않은 아이들은 아이를 포함해서 겨우 열명이 채 되지 않았다.       

       

       

       

"저기...안녕! 이름이 뭐야?"       

       

"......"       

       

"난...내 이름을 몰라. 그러니까 그냥 마음대로 불러도 돼."       

       

       

       

그 차가워보이는 소년은 아이의 가슴께를 보더니 아무 마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을 꺼냈다.       

       

       

       

"누헤스"       

       

"누헤스?"       

       

"모두 나를 그렇게 불러. 근데 너 내가 오빠야. 나 14살이란 말야."       

       

"아...누헤스가 진짜 이름이야??"       

       

"아니. 근데 누헤스라고 사람들이 그래"       

       

"그렇구나...좋겠다! 이름이 두 개나 돼네? 나 하나만 줘 누헤스 오빠!"       

       

"이름은 못 주는 거야."       

       

       

       

누헤스라는 소년이 이름은 못 주는 거라며 아이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아이가 꽤나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미소를 살짝 띄우면서 풀이 죽어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이름 지어줄까?"       

       

"정말???"       

       

"그래. 음....내 생각엔...."       

       

       

       

누헤스가 꽤나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이가 기대에 부풀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곧, 손뼉이 마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아이. 아이가 좋겠다."       

       

       

       

아이는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누헤스도 그녀의 해맑은 표정을 보자 오랜만에 보는 사람의 살가운 웃음에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 뒤로, 아이와 누헤스는 서로를 아끼고 많이 위해주었다. 누헤스는 사람의 따스함에 매일 적어도 하루 한번은 크게 웃을 수 있었다.       

햇살처럼 환한 아이는 누헤스의 마음을 밝게 비춰주었다. 언제나 검은색 옷만 입고 있는 누헤스에게 아이의 그 웃음이란, 그런 칙칙하고 어두운 곳 속에서도 기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 바닥이 다 그렇듯 누헤스의 봄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누헤스가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야. 나 사랑해?"       

       

"응!!! 무지무지."       

       

"아이가 나 사랑하니까 알려줄게. 가장 성숙하고 바람직한 사랑이 뭐게"       

       

"글쎄에......."       

       

"그건 서로 친하기도 하고 상대를 위해 헌신할 줄도 알고, 사랑할 열정이 있는 그런 사랑이야."       

       

       

       

9살인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듯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누헤스가 웃으면서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진정한 사랑이라면, 언젠가는 꼭 만날거야. 그치?"       

       

"응! 근데 누헤스...어디 가?"       

       

       

       

누헤스는 붙잡는 아이에게 고아원을 잠시 나갈거라면서 아이가 크면 꼭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의 손가락을 걸었다.       

그가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아이의 닭똥같은 눈물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이야, 나나 아이나 많이 어리지만...사랑해"       

       

       

       

누헤스는 그렇게 그날 야심한 밤, 자신을 붙잡으려 저의 옷깃을 꼭 쥔 채 무릎에 누워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꽃무늬 베게에 얌전히 놓여준 뒤 조용히 고아원의 문을 나섰다. 다음날 그의 무릎대신 위치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베게를 본 아이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후 4년간, 13살이 될 때까지 누헤스를 줄곧 기다렸다.        

       

아이는 아직 누헤스의 그 진정한 사랑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누헤스가 자신에게 주었던 그 사랑이라는 것이 몸에서, 마음에서 고파하고 있다는 것을 안 아이는 그를 계속 기다렸다.       

수많은 검은 아이들이 다녀갈 동안, 아이는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그 고아원의 원장은 매일 소리를 치고, 꾸중을 하는 탓에 아이의 마음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 상태였다. 곳곳에 든 멍과 핏자국에, 아이의 동공은 불안정하고, 팔엔 무언가 작은 점같은 자국이 서너개 정도 나 있었다.       

       

그래도 누헤스를 만날 생각에 아이는 이미 망가진 정신으로 줄곧 4년을 버텨왔는데, 이렇게 제 눈앞에 살인판이 벌어지니 지칠대로 지친 13살의 소녀는 그저 과거 9살의 일장춘몽과 같은 나날을 주마등마냥 기억하기로했다.       

       

그리고 한창 울부짖는 비명소리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박찬열 여기로 오라고!!! 좆빠지게 무겁다고!!!!!!"       

       

"씨발 존나 빠르네. 아! 나도 바빠 개새끼야!! 짖지말고 그냥 날라!!"       

       

"씨바...야 오세훈!!! 도와 새끼야!!!!"       

       

       

들려오는 이름에 아이가 힘없이 웃었다.       

기다린 세월이 허무하게도 그녀는 더이상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왁자지껄한 대화가 오고 간 바로 뒤, 아이의 흐릴대로 흐려진 눈 앞에 누군가의 다리가 보였다.       

검은 정장에 잘 빠진 다리. 광택이 나는 구두는 시력을 거의 모두 상실하기 직전인 아이의 눈에도 잘 보였다.       

       

       

       

"......"       

       

       

       

그리고 어른의 시원한 향기.       

       

       

       

"형, 뭐에여? .....어?..."       

       

"뭐야, 뭐야? 헐 아직도 일반 꼬맹이가 더 있었단 말이야? 무슨 이 원장새끼는...."       

       

"그러게 어이없네. 이거 주삿바늘 자국아냐?? 어쩐지 존나 전산오류 나더라니, 개새끼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건지."       

       

"그런 애를 방금 죽인건 박찬열 너거든."       

       

"나라고 마음 편했겠냐. 근데 요 꼬맹이 말야, 좀 이상한데?"       

       

       

       

찬열이 아무리 말을 해도 쳐다보지 않는 아이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뭐, 그래 주사자국 말고도 멍도 있네."       

       

"아니 똥백아, 얘 우리를 안 쳐다보잖아."       

       

"이 도비새끼가! 무서우니까 그렇지!!! 존나 개념좀"       

       

"니야말로 개념좀..무섭다는 애가 지 바로 앞에 눈깔에 총맞은 새끼쪽으로 고개돌리고 있냐."       

       

"어...그러게"       

       

"형들 뭐하는 거야. 지금 장난해? 이 원장새끼가 약을 들켜서 증거 인멸 해야한다니까? 그냥, 죽여."       

       

"그럼 김종인 니가 죽여. 난 못해. 이렇게 마지막에 남아있는데..."       

       

"씨발. 약해 빠져서는."       

       

       

       

아이는 곧 죽을 자신의 목숨에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를 더욱 꼭 쥐어잡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종인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아이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올렸다. 엄청난 키차이에 아이의 발이 땅으로부터 떨어졌다.       

       

       

       

"아가, 그런거 쥔다고 하느님께 가지는 않아."       

       

"......"       

       

       

       

아무 말도 않는 아이에, 그 자리에서 5명 장정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향기는, 여전히 말이 없다.       

       

아이의 눈은 올곧게 초점없이 종인의 모습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깨져버린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이, 더욱 아이가 종인을 비추는 것을 도와주었다.       

비추어진 그들의 모습에는,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이 순수했다.       

       

체념한 듯한 초점없는 눈동자. 그래도 올곧게 자신만을 비추는 순수한 눈,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작은 입술, 초라한 검은색 십자가를 쥐고 있는 고사리같은 손까지.       

       

아이의 무기력한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아이는 그 누구와도 달랐다. 살려는 의지도 없었고, 죽고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이 보였다. 그런 13살의 태도 앞에서 다섯장정들은 마음이 동했다.       

       

그런 동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종인은 아이에게 말했다.       

       

       

       

"살려달라고 안하네?"       

       

       

       

꽤 긴 정적 속에, 아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살려달라고 하면, 살려주실거에요?"       

       

"글쎄, 모르는 일이지."       

       

"...당신은, 빨강? 파랑? "       

       

"글쎄, 난 파랑"       

       

"누헤스는 빨강이었는데."       

       

"종인형!!!그냥 걔 죽여!!! 뭐하는거야!!"       

       

       

세훈의 고함에 종인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쏘아붙인 뒤, 무언가 알았다는 듯이 준면을 쳐다보다가 다시 흥미롭다는 듯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 되게 특이하구나."       

       

"........."       

       

"....너, 우리랑 갈래?"       

       

       

       

아이의 그 어떤 반응도 듣지 않은 채, 종인은 아이의 멱살을 급히 풀어주었다. 떨어지려는 아이를 시원한 향이 잡아주었다. 그 때, 아이의 십자가가 떨어졌다.       

       

바로 앞에 십자가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손을 더듬는 아이의 행동에,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향기가 주웠다. 아이는 향기가 나는 쪽으로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다시 꼭 십자가를 쥐었다.       

       

       

       

"왜 안죽여?? 저애 데려가려고??? 안돼, 난, 반대야."       

       

       

       

세훈은 격하게 반대했다.       

       

       

       

"너 지금 엘리트라고 그러는 거냐?? 그냥 가. 인질을 한놈쯤은 잡아놔야, 나중에 이새끼들이 부활해도 뭘 요구를 하지. 넌 운 좋은줄알아. 진짜 이씨발놈의 동맹 조직이 배신 때리기 전에 이쪽으로 옮긴거잖아. 신이 도운거다."       

       

"...씨발"       

       

       

       

굵은 목소리가 거친 욕을 내뱉었다.        

시원한 향기가 아이를 안아들어 꽤 착석감이 좋은 차 시트에 얌전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향기가 자신을 감싸주었던 것을 아이는 똑똑히 기억했다.       

       

       

그렇게 간 어느 남자들에 조직에서는, 아이는 갑자기 끊겨버린 주삿바늘의 기분 좋은 따끔함에 발악을 했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온 다섯 명은 그런 아이를 꽤나 다정히 돌보아 주었다.       

       

       

       

"아저씨들, 나 보러 오면 안힘들어요..?"       

       

"힘들어. 그러니까 우리 아이, 빨리 낫자?"       

       

       

       

그들은 아이에게 이렇도록 다정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때는 궁금했다. 어째서 향기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는 그저 매일을 말없이 다가와서 손을 잡고, 안아주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갈 뿐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익숙한 햇살과는 다르게 향기는 언제나 말이 없었고, 항상 아이의 옆에 있었다. 거의 몇년간, 아이는 향기의 목소릴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젠 주사를 맞지 않아도 멀쩡하리만큼 회복이 되었을때, 햇살은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때, 아이는 처음으로 향기도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그 날, 향기의 갈라진 목소리를 들었다.       

몇년 사이 햇살의 목소리가 굵게 변했을 때 보다 더 큰 변화였다.       

       

       

       

"아저씨, 술 드셨어요?"       

       

"...그래"       

       

"말을 이제 하시네요"       

       

"이건 내 원래 목소리가 아니니까. 후에 언젠가 원래대로 목 상태가 돌아왔을 때, 너가 아는게 두려워."       

       

       

       

술을 마신 듯, 그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따끔거리는 목구멍에 창녀가 뿌린 듯이 진한 향수냄새. 거기에 은근히 자리잡고있는 독한 술냄새까지.       

       

       

       

"아저씨는, 내가 싫어요?"       

       

"아니..."       

       

"그런데 왜 내게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아요?"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고.."       

       

"......아저씨, 성숙한 사랑이 뭔지 아세요?"       

       

"알지...모를 수가 없지....."       

       

"그럴 줄 알았어요.....너무 그리워 하지 말아요....."       

       

       

       

그 날은, 햇살을 떠나보낸 향기가 슬픔에 젖어 제 향을 잃어버린 날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향기가 이제 누구인지, 향이없어도 알 수 있었다.       

       

향기가 눈물을 마지막으로, 아이에게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사라진 그 자리엔, 대신 종인이 있었다.       

그렇게 종인은 향기가 사라진 그 자리를 몇년동안이나 채워주었다.       

       

어느날,       

       

아이가 종인과 근처로 산책을 갔을 때, 물속에 조심스레 발을 담구고는 물을 느끼며 발장구를 치고 있는 아이를 뒤로하고 종인이 잠시 어디론가 떠났을 때가 있었다.       

       

       

       

"아이야, 아저씨 잠깐 갔다가 올게!"       

       

       

       

그리고 누군가가 잠시 후 돌아온 것을 느꼈다.       

향기였다. 그가 아이의 옆에 앉아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향기에 아이는 웃음을 지었다. 완벽히 복귀가 된 아이를 보면서 향기도 쓴웃음을 지었다.       

       

       

       

"아저씨구나! 어디 갔다 온거에요..."       

       

"...."       

       

       

       

향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아이는 그래도 좋았다. 하지만 향기에게서는 전에 없던 우울한 기운이 잔뜩 고여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은 것일까. 향기는 매우 우울한 듯 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향기는 아이가 무엇을 하든 항상 아이의 곁에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가 웃을 때도, 울때도, 언제나.       

마치 어딘가에서 아이를 보고 있을 누헤스의 영혼처럼.       

       

향기는 어쩌면 조금, 아이에 대한 마음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말없이 향기와 걷는 그 정원은, 시원한 향으로 가득찬 상쾌한 공간이 아니라 조금은 야릇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지금, 19세가 되어 그 때 향기의 그 우울함을 생각해 보자니 아마도 갑자기 사라져버린 햇살이 향기의 동생인 듯 했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누헤스를 거꾸로 부르던 향기를 생각해보니 확실했다.       

       

햇살이 사라진 것은, 아이에겐 아주 슬픈 일이었지만, 그것을 향기가 보고 있는 그 앞에서 티낼 수는 없었다. 향기가 자신보다 훨씬 더 힘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그렇게 딱 맞을 수가 없었다. 햇살과 아이의 시간은 그 어느 해의 봄보다 짧고 따뜻했다.        

아이는 향기에게 미안했다. 향기는 햇살이 아끼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듯 했다.       

       

물론, 향기는 달랐다.       

그는 제 동생이 남기고 간 아이에게 알지 못할 감정을 품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왜인지, 전혀 모른 채로 향기는 아이를 품고싶어했다.        

       

향기는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을 두려워했고, 또 그녀가 자신을 종인이나 누헤스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곁에 있었고, 항상 다정히 대했고,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자신을 보듬어 주는 것이 종인이나 누헤스가 아닌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여 불안함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향기는 햇살이 고아원에 있을 때 어떤 일화가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햇살이 그 누구보다 의지하던건, 젊은 나이에 온 신임을 받고 있던 그였으니까.       

       

향기는 아이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아이에게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아이의 유연한 촉으로 첫 판부터 들통이 나고 말았지만, 그것을 모른 채로 향기는 햇살과 함께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       

       

반 강제적으로 시작한 뒷세계일, 아이는 그들에게 위안이 되어 주었다.       

       

       

       

향기가 나가고 과거를 회상하던 그 자리에, 종인이 들어왔다.       

그에게서 나는 술냄새. 그리고 어렴풋한, 그의 것은 아닌 시원한 향기.       

       

       

"...오셨어요"       

       

"....아이야, 찬열형이랑 백현형도 왔어."       

       

"또 오셨어요. 우리 진짜 자주만나는 거 알아요?"       

       

       

아이의 질문을 조용히 덮은 채, 찬열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이야, 여행가고 싶다 했지"       

       

"..."       

       

"나랑 찬열이가 어디 호텔에 갈 예정이거든. 종인이랑 우리랑 같이 가자"       

       

"..."       

       

       

아이가 드디어 체념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왜 갑자기 여행을 제안하는 것인지, 그 의문은 곧, 아이의 즉각적인 실행으로 옮겨졌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아이는 당장 대답했다, 들뜬 목소리인 척 하는 것도 잊지 않은 채.       

그건 아이가 살면서 했던 가장 큰 거짓말, 아니, 삶 전체에 걸쳐 했던 거짓말에 종지부를 찍는 일의 시작이 될 것임을 아이만이 알고 있었다.       

       

       

       

"정말요!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향기의 슬픔이 전해져왔다.       

곧, 미미한 짠 습기가 방안을 은은하게 울렸다.       

       

       

       

"..그래! 내일 모레야. 기대..하고 있어!"       

       

       

       

그들이 나갔다.       

말 그대로, 그 말만을 남겨둔 채 미련없이.       

슬펐다. 잔뜩 엉켜버린 장미덩쿨을 풀어가면 풀어갈수록 아이의 손에는 피가 가득했다. 이게 새빨갛다는 것일까 하고 아이는 생각했다. 그 느낌이란 한동안 잊고있던 색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듯이 뜨겁고 뭉클했다. 가슴 한 구석이 저릿했다.       

       

       

       

       

"....이제 어쩔거야 김종인."       

       

"뭐야 도비형. 뭘 어째"       

       

"저 애 어쩔거냐고!!!!!!! "       

       

"...김종인, 너랑 준면이형이 크리스형 방에서 나간 뒤에 우리가 바로 들어갔었어. 알고 있냐?"       

       

"....형, 알아?"       

       

"그래. 어제 들었어. 크리스가 얘네 부르는 소리."       

       

       

       

준면이 고개를 떨구며 제 구둣코를 바라보았다.       

그 어떤 때에도 생기지 않던 죄책감이 이젠 잔뜩 제 가슴을 채우고 있다 못해 흘러 넘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 하는 얘긴데, 박찬열 변백현. 너네....갈거냐?"       

       

"....공교롭게도, 우린 빨간색이 좋더라고. 형도...빨간색이 꽤나 그립지 않아?"       

       

"씨이발. 잘 끝낸 얘기 꺼내지마."       

       

       

       

거친 욕이 종인에게서 튀어나왔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김종인. 그게 왜 잘 끝낸 얘기야?"       

       

"씨발... 날더러 어쩌라고. 어? 그럼 존나 하지 말았으면 됐을까?? 그럼 난? 씨발 우리엄마랑 난!!!!! 나라고 이번일이 좋은 줄알아? 아이 데려오겠다고 한 것도 나고, 저 애 형이랑 오세훈이랑 돌봐왔던 것도 나야! 난 뭐...시한부 마냥 담담한 줄 아냐고!!!"       

       

"......알아. 그러니까 닥쳐 김종인. 박찬열 변백현, 너희도 이제 세훈이 이야기 내 앞에서 꺼내지마. 난 더이상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할 거니까."       

       

"...."       

       

"그러니까 이유나 말해. 가는 이유가 뭐야? 크리스가 협박이라도 하디?? 너네가 원래 그 쪽 파라서 뭐 돌아가는 것 뿐이겠지만, 왜 갑자기 간다는 거야? "       

       

"....그 호텔에 말야. 각 조직별 간부 회의실말야. 원래 우리쪽에서 나랑 박찬열이 가기로 했잖아. 근데 그게 바뀌었더라....."       

       

"뭐야, 그럼 너네..."       

       

"아이는......아이는, 아무 죄가 없잖아... 난, 나랑 변백현은.... 그 아이가 살았으면 좋겠어.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개인적인 사정상 거기가 살아있으면 좀 안되서 말야."       

       

       

       

찬열은 아이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회상했다.       

매일매일을 손에 피묻히고 살았던 그를 아이는 아무런 편견없이 대해주었다.       

       

때는 꽤나 오래전,       

       

찬열이 대량의 혈흔을 뭍혀왔던 때였다.       

       

       

       

"아이야, 다녀왔어..."       

       

"피..냄새"       

       

       

       

눈이 보이지 않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하게 짚어내버린 아이에 당황하여 찬열은 얼굴을 굳혔었다.       

       

       

       

"냄새...많이 나..?"       

       

"....."       

       

"어떡..한다..."       

       

       

       

들키면 안된다는 수칙하에 행동해왔던 그들과 찬열이기에 그는 순간 위협감이 들었고, 그것은 그의 큰 손을 아이의 목으로 향하게 했다.       

       

찬열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아저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게 뭔지 아세요?"       

       

"..."       

       

       

       

찬열은 그때 아이가 해줬던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순수하기 짝이 없는 그 말은, 아이의 갸냘픈 목을 질리도록 하려고 했던 찬열의 손과 그 자신이 죄책감을 갖게 했다.       

       

찬열의 갑작스런 멈춤에 백현이 대신 상황정리에 나섰다.       

       

       

       

"그쪽으로 가면 우린 적어도 회의에는 참관할 수 있으니까. 어짜피 여기던 거기던 둘다 마음에 안들어. 어차피...형이랑 김종인도 얼추 비슷한 생각 하고 있던거 아냐? 갑자기 나타나서 애 갈구는거 하며... 다양하더만.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난 저승도 가보려고"       

       

       

       

그 말과 함께 짧은 정적과 잘해보자, 라는 찬열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해산했다.       

       

       

       

그시각, 아이는 방 안에서 얌전히 침대에 몸을 뉘이고 있었다.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굵게 떨어졌다.       

       

.       

.       

.       

.       

.       

       

꽤 추운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다섯을 태운 검은 차량 한 대가 조용히 달렸다.       

편안한 착석감에 머리가 어질해지는 차량특유의 냄새따윈 없는 포근함, 그리고 창문으로 비치는 새하얀 눈밭까지, 모든것이 평화로웠다.       

이것이 폭풍전야라는 듯이, 아주 조용했다.       

       

아이는 차 안에서 향기와 함께 있었다.       

       

아이는 막상 계획했던 일을 할 시간이 오자 기분이 묘해졌다.       

이별이라는게, 그 사람을 미친듯이 보고싶게도 만들고 그 사람을 미친듯이 보고싶지 않게도 만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착잡한 가슴을 숨긴 채 창 밖을 꽤 올곧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아이에게 백현이 물었다.       

       

       

"아이야, 뭘 그렇게 봐?"       

       

"눈이요... 예쁘네요."       

       

"우와! 눈이 내린건 또 어떻게 알았지??"       

       

"나도 볼 수 있어요. 무시하지 말라구요"       

       

       

       

아이의 창 밖을 향해있는 머리통을 향해 그들이 쓴 웃음을 지었다.       

시선이 흐려진게 분명한 그 눈은, 놀랍게도 창밖의 시린 포근함을 정확하게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5명은 꽤 오랫동안 전우로 지내왔던 터라 미운정 고운정 죄다 들여가면서 비밀리에 우정을 쌓았는데, 이놈의 정의 근성이 크리스때문에 드러난 것이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죽지 못해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젠 좀 편해지고 싶어, 라는 마음이 그들에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아이만큼은 살려두자 라는 생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얀 눈밭에 아이의 작은 발이 놓였다.       

지금 아이는 사랑하는 다섯명과 함께 아주 행복했다. 그 기분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욱 행복했다.       

       

       

       

"야, 몇호냐?"       

       

"어디보자아...1109호"       

       

       

       

11층 끝의, 1109호로 엘리베이터를 향하게 했다.       

굵은 캐리어를 끄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퍼졌다.       

       

방에 도착해서도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 그들의 직업아닌 직업이 의심될 만큼 아늑한 분위기 속에 화목한 담소를 나누었다.       

아늑한 색감의 침대위에서 안정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만큼 향기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같은 곳을 보면서도, 다른 길로 가려고했다.       

       

       

그리고 고급스런 재질의 베이지색 천이 깔려있는 방의 테이블에서 룸서비스로 시킨 호화로운 음식을 먹고, 아이를 제외한 5인은 1109호를 나왔다.       

       

바삐 나온 그들이, 작지만 빠르고 정확한 목소리로 작전을 확인했다.       

       

       

       

"다들, 시계랑 무전기 챙겼지. 명심해. 들키지 말고, 섣불리 제 목에 칼겨누지 말자."       

       

"알아. 지금 벌써 8시 40분이야. 혹시 모를까봐 그러는데, 회의실은 1층 로비 왼쪽 특별실에서 열려. 나랑 변백현은 거기 있을테니까 그쪽으로 와."       

       

"우린 보안장치 확인하고 형들쪽으로 갈거야. 신호음 조그맣게 줄 테니까, 잘 들어."       

       

       

.       

.       

.       

       

       

       

'자, 이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레드 샤크, 대여섯년 전 그 사건 말입니다. 저희 블루 아이즈에서 꽤 손해를 봤거든요. 그럴로 오늘 태클걸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블루의 전 보스, 코드네임 시우민이 얼마나 무르게 대했는진 모르겠지만, 저 크리스는 절대 그대로 넘어갈 생각도 없고, 태클을 곧이곧대로 성격 좋게 받아들일 생각도 없으니까요. 실실웃던 전 보스와 겹쳐보시면 분명 크나큰 손해가 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쪽 호텔이 저희쪽 호텔이라서요."       

       

"듣던대로 단호하신 분이시군요. 아예 말할 기회를 자르시네요. 뭐, 저도 그 일을 다시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역시 새로 부임한 보스라서요. 전 보스 께서, 아니 제 동생 타오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저 역시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었답니다. 아, 제 이름은 모르시죠. 전 루한입니다. 타오는 제가 알아서 잘 요양시키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두 그룹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크리스고 루한이고 절대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굴었다.       

그들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엔 철가시들이 잔뜩 박혀있어 분위기가 어두워져갔다.       

       

       

       

"오늘 그 생 인질은 데려오셨지요? 걱정 마세요. 내어주셔도 별 탈이 없으실 것을 약속하죠."       

       

"...제가 걱정할 부분은 딱히 그 쪽이 아닌 것 같습니다?"       

       

       

       

크리스가 루한 양 옆에 붙어있는 찬열과 백현을 번갈아보며 비겁한 웃음을 지었다. 피식, 하는 코웃음도 들렸다.       

       

       

       

"아, 이 둘 말씀이십니까? 뭐...이제 서로 으르렁거릴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제가 불렀습니다. 전 오늘 블루쪽에서 데리고 오셨다는 그 아이가 신경쓰이는군요."       

       

"그 부분은 좀더 협의가 된 다음에 하기로 할까요. 아직 신뢰를 쌓을 그런 계기는 생기지 않은 것 같으니 말입니다."       

       

"뭐, 그러도록 하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그 쪽에 데려간 이유가 뭐죠?"       

       

"뭐...나라 눈치도 있고 하니, 진짜 고아원으로 위장해야하지 않겠어요? 서류뿐인 건물은, 요즘 세상에선 금방 들키니까요. 그런데 보스께서도 대단하십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그 기집애를 잡아두신 거지요?"       

       

       

       

루한이 웃으면서 몸을 뒤로 제껴 와인잔을 흔들었다.       

새빨간 와인이 유리잔 안 표면에 투명하게 남아 붉은기가 이질적이게 흘러내렸다.       

       

       

       

"그렇죠. 시우민을 보면서 배운거라고는 미리미리 대비하자 였으니까요. 그 증거로 6년전 사건이 터진거 아닙니까."       

       

       

       

계속되는 경쟁의식속에, 찬열의 이어폰이 얇고 가는 신호음을 울렸다.       

신호음에 백현이 흘끔, 찬열을 쳐다보자 크리스가 조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성급히 일어났다.       

       

       

       

"옛말이 틀린데가 없네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크리스의 행동을 알아챈 찬열과 백현은 서둘러서 루한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안에 있던 모든 이를 향해 독가스가 든 탄을 뿌렸다. 연기와 방독 마스크 속에서 빠져나가는 크리스가 보였다.       

급하게 일을 실행한답시고 크리스를 쏘는 것을 잊은 것이었다.       

       

서둘러 특별실을 빠져나와 크리스를 쫓던 중, 종인에게서 때마침 무전이 왔다.        

특별실의 문을 재빨리 닫고, 마스크를 벗어던진 후 무전기를 들었다.       

       

       

       

"김종인!!! 좇됐어! 크리스를 못죽였어!! 어서 도망쳐!!!!!"       

       

'그게 문제가 아냐!! 나도 총소리 듣고 아이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없어! 1109호에 없다고!!!!'       

       

"무슨 소리야! 준면이 형은! 형이 데리고 있는거 아냐?!!!"       

       

'형도 같이 없어!!!!!'       

       

       

       

갑자기 일어난 청천벽력같은 상황에 찬열과 백현이 잠시 그자리에서 굳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 뒤,       

백현이 무언가 갑작스레 떠오른 듯, 종인에게 소리질렀다.       

       

       

       

'너희도 이제 세훈이 이야기 내 앞에서 꺼내지마. 난 더이상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할 거니까.'       

       

       

       

"이런 썅!!! 그때 그딴 말을 한 이유가..!!!!!!"       

       

'뭐야, 뭐 짚이는데 있어?!!'       

       

"씨이발....."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ㅡ!!!!!!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ㅡ!!!!!'       

       

'안내말씀 드립니다. 블루 호텔내, 비상사태로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고객 분들께서는 신속히 호텔 복도및 비상구 천장에 표시되어있는 초록색 비상구 표시를 따라 대피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고객 분들께서는 비상구를 따라 신속히 호텔 밖으로 대피하여 주십시오'       

       

       

       

안내방송이 나오자 찬열과 백현은 서둘러서 아이가 있던 11층으로 향했다.       

종인의 무전을 듣자마자 계단으로 허겁지겁 올라가느라 이미 절반 이상은 온 상태였다.       

       

종인은 화재속에서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순간 세훈이 떠올랐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 날, 11월 06일. 자신과 준면이 틀어지기 시작한 날.       

이 모든 감정선의 발단.       

       

그 날짜와 준면이 겹쳤다.       

       

종인이 조심스레 한 걸음씩 불길을 뚫으며 1106호로 향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을 회상하는 시간 속에서는, 불길의 뜨거움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찬열과 백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에도, 불똥 하나가 제 옷의 끝자락을 태울 때에도, 종인은 멍하니, 묵묵하게 1106호로 발을 옮겼다.       

       

불길을 조용히 헤치고 종인의 재로 더럽혀진 구두가 1106호의 앞에 멈춰섰다.       

머리를 둔기에 맞은 듯이 옆에서 쏟아지는 불길에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달칵'       

       

       

       

조용히 노크를 하니, 안에서 누군가가 얌전히 문을 열어주었다.       

훤칠한 키에 금발머리. 야비하게 올라간 입꼬리. 크리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묶여있는 아이의 머리통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준면.       

       

모든 방화는 그로부터 시작이 된 듯 그의 발 밑에서 라이터가 나뒹굴고 있었다.       

       

       

       

"김준면, 아주 죽을 각오로 이딴짓 하나보네?"       

       

       

       

크리스가 종인에게 문을 열어주고 나서 종인에게 비아냥거렸다.       

찬열과 백현도 유독 하나만 열려있는 문짝을 보고는 곧바로 들어와 숨을 골랐다.       

       

       

       

"당연하지 크리스. 이게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짓인데. 잘나신 보스님 앞이잖아?"       

       

       

       

아이는 또 그때처럼 초점없는 눈빛으로 그들의 공기 사이를 보고 있었다.       

       

       

       

"어, 이게 누구야, 김준면네 조원들 아냐? 어쩐지 실적이 결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런거 꾸미느라 그런거냐?"       

       

       

       

불길이 점점 거세졌지만, 방 안에 있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매우 위태로웠다.       

위에서 타닥거리며 불을 번지게하는 판자가 떨어져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준면이 아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했다.       

       

       

       

"이렇게 이 애를 저쪽에 내줄 바에야... 이렇게 어찌되었든 우리랑 떨어질 바에야..! 그냥 내손으로 죽이고 나도 죽겠어 "       

       

"정신차려 김준면!!!!!너 미쳤어!!!!! 여태껏 우리가 한건 뭐가돼!!!!!!"       

       

"너넨 모르겠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살아있는 것보다 더 아프다고!!! 그냥 모르는 채로 죽는게 나아!!!!!!!!"       

       

       

       

불안함과 고함만이 오가는 1106호에, 아이가 달콤한 목소리를 내렸다.       

       

       

       

"아저씨. 준면아저씨."       

       

"......너..!내 이름..!"       

       

"그거 알아요? 아저씨들한테서는요, 각각 특별한 느낌이 나요."       

       

"아이야..."       

       

       

       

웃으면서 준면을 응시하는 듯 했던 아이가 찬열과 백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그들이 서로 마주보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이가 무어라 그 조그마한 입을 오물거리는것이 보였다.       

준면과 종인, 찬열과 백현은 듣지 못했다.       

크리스는 무너진 천장에 깔린지 오래였다.       

       

.       

.       

.       

.       

.       

.       

       

어두운 밤. 바로 앞의 쭉 뻗은 고속도로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밤.       

아이와 향기가 차 안의 친구, 정적과 함께 새까만 도로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들이 호텔까지 몰고 온 그 차의 안이다.       

       

처음 출발할 때의 북적거림은 사라지고 운전석의 향기와 조수석의 아이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등진 쪽에서는 밝게 빛나는 노란빛의 호텔이 있었다.       

       

       

       

"아저씨, 오셨네요"       

       

       

       

어느새 달리는 차 안에 종인이 와서 도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종인은 계속 궁시렁거렸다.       

       

조용한 차 안에 그의 궁시렁거림만이 들렸다.       

       

그러나 그 나지막한 말소리도 잠시, 곧 찬열과 백현이 차안에 들어왔다.       

여전히 시끄러운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실패한 것을 탓하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이씨! 짜증나!!!"       

       

"나도 짜증나거든!!!!"       

       

"박찬열 니가 그럴자격이 어딨어! 크리스를 제대로 쏘지도 않고!!"       

       

"니가 그때 신호음 듣고 흠칫해서 이 꼴이 난거 아니야!!!!!"       

       

       

       

그들은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종인의 시끄럽다는 말 한마디에 벌을 받는 아이마냥 입을 꾹 다물었다.       

       

       

       

"이 형들아.. 이 상황에서 그런 대화가 나오는게 난 참 신기하거든.... 어휴 씨밤바야.... 그나저나 아이야, 너 계속 알고 있었던 거야?"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차에 누헤스가 탔다.       

이미 흰 모습을 하고 종인의 무릎 위에 거칠게 올라탄 세훈이 짜증난다며, 무겁다며 욕을하는 종인을 무시하고 향기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형, 아이야. 잘 있었네. 우리아이, 내가 죽이라고 한 것 때문에 삐진거 아니지?? 다 알고 있는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는데."       

       

"야 이 새끼야아!!!무겁다고!!!!! 너 지금 복수하는거지 지금!!!"       

       

"아니거든 이 깜둥아. 그 때일은 원망하지 않아. 내가 부탁한 거잖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       

       

"그러니까 준면이형, 너무 김종인 미워하지는 마."       

       

.       

.       

       

드디어 여섯명이 다 모이 차 안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이였다.       

아이는 그들이 왜 죽음을 택했는지 궁금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단순했다.       

       

       

       

"그냥, 좋아서.딱히 이유랄 것도 없어"       

       

       

       

사실 그들은 아이와의 깊은 유대를 깨는 것이 두려웠다. 몇년을 지내오면서 그녀와 쌓은 정은 이루 말할 것 없이 두터웠다.       

       

찬열이 그 말에 말을 덧붙였다.       

       

       

       

"옛날에, 내가 피냄새 잔뜩 묻히고 왔을 때, 아이야 너가 해준 말 기억나?"       

       

"...아마도요"       

       

"넌 너가 누군가를 간절히 바란다는게 행복하다고 했었잖아. 그 사람을 믿고 좋아한다는 거니까"       

       

       

       

찬열이 말을 이었다       

       

       

       

"난 그때 너의 목을 조를 뻔 했거든. 들켰다는게 무서워서. 근데 그 말 뒤에, 너가 우리 이야기를 했을때....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찬열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로 아이와 그들은 서로에게 아주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아이는 언젠가 세훈이 말해주었던 성숙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것이 생각났다.       

       

지금, 삶의 끝자락에 와서야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열정, 헌신, 친밀감.       

이 모든 것들이 그들에겐 있었고, 그 모든 것들은 진실된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완전한 사랑이란.....       

       

       

       

"누헤스, 성숙한 사랑, 기억나?"       

       

"아, 그거? 당연하지..."       

       

"고마워."       

       

"내가 왜 누헤스인지도 알겠네"       

       

"당연하지. NUHES. SEHUN."       

       

       

       

세훈이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니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간 고생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준면 아저씨, 그거 알아요? 아저씨한테서는 향기가 나요"       

       

"그렇다면 왜 말하지 않은거니? 내가 밉지 않았어?"       

       

       

       

아이가 살풋 웃으며 준면의 손을 잡아서 말했다.       

       

       

       

"사실, 처음엔 딱히 알고 있다는걸 말하고 싶진 않았는데...점점 가면 갈수록 내가 살아있는게 좋은 일이라고는 될 수 없다는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건 헌신이었구나"       

       

"그렇죠. 살면서 점점 뜻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알았어.. 누군가가 우리의 죽음을 비웃는다고 해도 그건 그럴만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그들의 시야에 저 멀리있는 밝은 먹구름이 보였다. 역광인지 원래 까만건지는 알 수없지만, 구름은 굉장히 까매보였고, 그 뒤의 빛은 마치 천국과도 같이 밝았다.       

       

아이가 그 빛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준면도, 종인도, 세훈도, 찬열과 백현도 따라서 웃었다.       

       

       

       

".....성숙한 사랑이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가는건 아니지."       

       

"....."       

       

"근데, 그렇다고해서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건 아니야."       

       

       

       

준면이 시원한 향을 뿜으며 중얼거렸다.       

       

앞의 밝고 까만 먹구름이 점점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준면에게 물었다.       

       

       

       

"아저씨, 우리 몇이나 남았어요?"       

       

"뭐..세훈이는 벌써 0이고, 김종인, 변백현, 박찬열 순으로 3,4,4 씩 남았네. 아, 나는 4.5네."       

       

"나는요?"       

       

"...음...5."       

       

"어떡해요. 내가 제일 늦잖아... 심심해서 어쩐다..."       

       

       

       

심심할 것을 걱정하는 아이에게 세훈이 자신이 기다려 주겠다며 나섰지만, 아이가 막았다.       

       

그 이후로 정적만이 감돌았고, 고요하고 어쩌면 무거운 정적을 깬 것은 다름아닌 여지껏 가장 조용했던 종인이었다.       

       

       

       

"아이야, 난 항상 진짜였어"       

       

"응. 고마워요"       

       

"나야말로... 많이, 도움이 됬어.....너가"       

       

"....."       

       

"나 먼저 갈게. 찬열이형, 백현이형. 어디로 새지 말고 빨리와. 오세훈 너도 같이가자."       

       

"오오냐! 준면이형, 나 먼저 김종인이랑 같이 가 있을게! "       

       

       

       

달리는 검은 차 안에 순식간에 두명의 형상이 사라졌다.       

       

또 다시 감도는 정적이 이제서야 제대로 된 분위기라는 듯이 그들사이로 깊이 파고들었다.       

       

검은 구름이 다시 더 크다고 느껴질 때 즈음, 이번에는 백현이 입을 열었다.       

그는 꽤 밝은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야아~ 찬열아, 우린 같아서 다행이다! 적어도 심심하진 않겠네"       

       

"살면서 니가 이렇게 좋았던 적은 처음이다."       

       

"병신아, 죽어서도 처음일거야 짜샤. 아이야, 고마웠어. 너의 선택은...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       

       

"나도 고마웠어 아가. 어쩌면 그건 내게 가장 필요했던 것일지도 몰라. 준면이형! 우리도 이만 가볼게!"       

       

"아저씨들, 나도 고마워요! 올라가서봐요!"       

       

       

       

찬열과 백현도 활기차게 '그래 아이야!! 얼른 와!' 라고 외친 뒤 순식간에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었다.       

       

차 안에는 향기로운, 운전을 하는 준면과 조수석의 아이만이 남았다.       

       

       

       

"아이야, 호텔에서 말야... 무섭지 않았니. 미안했어.."       

       

"괜찮아요. 내가 더 미안한걸. 아저씨 그 향기 덕분에 어느정도 안심했어요."       

       

"..다행이다."       

       

"향기가 부드러웠거든요. 키스했을 때 처럼."       

       

"미안, 너가 또 울 생각을 하니까 그냥 같이 죽는게 낫다 싶었어."       

       

"아저씨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글쎄 잘 모르겠어."       

       

"난..사실 조금은 그래요. 아저씨들이랑 더 살고 싶었어....."       

       

"우리를 위한 거였잖아. 괜찮아"       

       

"그래도 이게뭐에요...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다 안다고 할걸 그랬어. 지금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을 텐데...."       

       

       

       

준면이 웃음지었다.       

찡찡거리는 아이가 간만에 정말 아이로 보이자 귀여웠다.       

       

다시 그 크고 밝은 먹구름이 더욱 커보이는 듯 했다.       

       

       

       

"아이야, 난 후회하지 않아. 세훈이한테서 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 그때부터 너에게 빠진 걸지도 몰라"       

       

"...."       

       

"울지마...괜찮다니까. 그리고 아이야, 맨날 감추느라 말 못했는데......"       

       

       

       

준면이 부드럽게 차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검은 도로 한복판에 멈춰섰다.       

그가 아이쪽으로 몸을 숙이고 아이의 밝은 눈에 자신의 눈을 맞추었다.       

       

       

       

"그래서 말 못했었는데......"       

       

       

       

곧, 아이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       

그리고 조금 미소지어보였다.       

아이와 준면이 서로 마주보며 엷은 웃음을 지었다.       

       

       

       

"사랑한다고"       

       

       

       

준면은 말을 마치고 다시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았지만, 일미터도 가지 못했다.       

       

아이가 웃다말고 툭, 눈물을 떨구자마자 사랑한다고 말하던 준면의 형상이 잿가루처럼 날려 흩뿌려지면서 사라졌다.       

       

준면이 사라지자,       

꽉 쥐여져 있던 검은 핸들이, 힘이 풀리면서 빙글 돌아갔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차 안에서 아이의 눈물이 외롭게 잔뜩 흘렀다.       

       

어두운 고속도로위, 밝은 먹구름의 바로 아래에서 아이가 고개를 떨구며 마지막으로 울먹였다.       

       

       

       

"아저씨...내가요....호텔에서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죠.."       

       

       

       

그래도 아이는 웃고 있었다.       

아이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고, 먹구름 아래에서는 더욱 빛이 났다.       

       

이제는 싸늘하게 변해버린 뒷자리와 운전석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꿋꿋이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아저씨랑 아저씨들, 많이...사랑한다고......"       

       

       

       

눈이 부셔서 살짝 눈살을 찌푸린 아이의 시야에 환한 빛을 띈 먹구름이 가득 담겼다.       

       

아이가 빛을 쬐며 눈을 감았다.       

흐릿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기분좋게 아이를 감쌌다.       

       

       

어른의 시원한 향기가, 아이를 감쌌다.       

       

아이가 바라던 것은, 그 곳에 있었다.       

       

.       

.       

.       

.       

.       

.       

.       

       

       

'뉴스 속보입니다. 어제 11월 5일 저녁 9시경에 강원도의 유명한 'B' 호텔에서 화재가 일어나, 호텔에 머물러있던 투숙객의 다수가 숨졌습니다. 대부분의 투숙객이 호텔의 VIP파티가 열리는 특별실에 있어 대피가 늦어진 것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며, 화재의 원인은 투숙객중 한 명이 실수로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사망자의 신원은 아직 불명인 상태며,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서 다음 뉴스.............."       

       

.       

.       

.       

.       

.       

.       

.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네!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어요ㅜㅠㅜㅠ       

본편은 시리즈물이에요!       

이야기도중 생략이된 인물들의 관계도 올릴 예정이구요!       

       

블루ㅡ준면, 세훈, 민석, 크리스, 종인       

레드ㅡ타오, 루한, 찬백이들(옮김).       

       

이랍니다!       

관계도는 차차 보시면서 아시면 돼요!       

       

그리고 향기는 준면이였다는...ㅎㅎ       

       

첫소설이라 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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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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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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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geline
허류ㅠㅠㅠㅠㅠㅠㅜ이런 긴 글에 댓글이 ㅠㅠㅠㅜㅠㅠㅠ다음글도 기대해 주세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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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첨에 저란것...아이랑 향기랑 동일시하고 봤었...그러다가 향기가 사람이 아닌가? 이렇게 까지 봤었는뎈ㅋㅋ 죄송해요..이해력이 똥이라..ㅠㅠ 우와..길지만 다 보니까 되게 아련하네여..ㅠ 죽음까지 갔이간다는게ㅠㅠ 그리고 크리스..난 사연있어서 나쁜 놈인줄 알았는데 진짜 나쁜놈ㅇㅂㅇ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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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geline
ㅋㅋㅋㅋㅋ괜차나여!
그나저나 크리스...나쁜놈으로 만들어서 미안하다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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