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ᆞ 이번에는 세훈이와 종인이, 그리고 준면의 관계도를 위주로 쓴 거여요! 부디, 즐겁게 관람해주시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랑시리즈 part.02. 열정의 사랑. 김종인의 이야기. w.Evangeline. 마음에 들지 않았다. 블루의 새로운 보스가 그 누구도 아니고 크리스라니. 나 김종인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여지껏 나의 유년기, 청소년기 모두 조직에 받쳐왔고, 모든 고된 일을 하면서 손에 피를 양동이 채 담가왔던 것도 나와 준면이 형인데, 조직은 크리스가 조금 위태로웠던 레드 샤크와의 재계약 겸 연맹을 성사시켰다는 이유 그거 하나만으로 조직의 보스로 만들어버렸다. 애초에 우리 블루가 레드와 연맹이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나와 형의 인생을 송두리째 절망과 좌절의 늪으로 빠져들도록 할 만큼은 아니었다. 게다가 크리스의 레드와의 인연은 순전히 그 쪽 새 보스와 같은 고향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즉슨, 우리는 원래부터 승산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더욱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지금의 레드나 블루의 보스들은 모두 전에 있던 지도자를 무력으로 몰아냈던 반 세력파라는 점이다. 나와 준면이 형은 블루의 전 보스인 시우민, 즉 김민석의 바로 아래의 간부였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꼴이 말도 아니게 비참하다. 반세력파인 크리스의 눈에는 우리가 눈엣가시로 보일테니.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붙잡고 싶거나, 죽여버리고 싶을 것이다. 유달리 까탈스러운 크리스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일을 하는 것은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었다. 조그만 실수에도 하루에 수도 없이 그의 방에 들어가야 했으니까. 그리고 한창 내가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던 그 때 즈음에, 레드에서 교환 인력을 보내왔을 것이다. 우리쪽으로 편입해온 그 애는 나이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름은 오세훈, 코드네임을 누헤스로 정한 듯 했다. 애초에 레드파와 블루파가 힘을 모아서 고아원으로 위장을 한 조직양성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세훈이라는 녀석이 그 고아원에서 왔고, 그 고아원의 가장 단기간 훈련학생이자 최초의 졸업인이라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오세훈, 코드는 누헤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난 김종인. 코드는 딱히 없다." "그러십니까." 처음 인사를 건네왔던 오세훈은 자신의 꽤나 센스있는 그의 코드이름을 말했다. ( 나는 코드네임을 듣고 그의 이름인 SEHUN을 거꾸로 해서 NUHES로 만들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 그 녀석은 어린데도 꽤나 우울해 보였고 딱딱해 보였다. 뭐, 저녀석의 나이로 보아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인 듯 했다. 조직에 약점을 잡히거나, 어딘가에서 납치를 당했거나, 부모님이 조직의 간부이거나. 나 같은 경우는 마지막에 속했다. 그런데 그의 우울한 표정으로 보아 오세훈의 경우는 아마도 첫번째 일 것이라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나를 바꿀 어떤 굉장한 사실은 알지도 못했었다. 그 사실은 어느날 갑자기,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크리스의 방에서 준면이 형과 나, 오세훈 셋이서 그를 마주했을 때 알게 되었다. "아, 준면. 너희 팀에 누헤스가 들어가지 않았나?" "....코드네임을 불러주십시오." "됐어. 어차피 우리가 생판 모르던 사이도 아니지 않나?" "....네 들어왔습니다." 나는 그 때 준면이 형이 주먹을 핏줄이 튀어오를 정도로 꽉 쥐는 것을 보았다. 하얀 손등에 불거지는 시퍼런 핏줄이 꽤나 분노하였음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어때? 그녀석, 데려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일은 잘 하나? 아, 참." 크리스가 무언가 깜박했다는 듯이 손을 이마에 짚으면서 기분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 새끼는 필시 악마임이 틀림없었다. "너를 닮았으면 일은 잘 하겠지. 안그래 준면?" "......." "말 놔. 편하게 말해도 좋아. 주먹은 좀 피고" "너 이 씨발놈아, 무슨 생각이냐??? " 준면이 형은 말을 놓으라던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쌍욕을 날렸다. "우리 약속하지 않았냐?? 내가 이 지저분한 바닥에서 덜 구른 것도 아냐, 일을 못한 것도 아냐, 말을 안들어 처먹은 것도 아냐. 도대체 세훈이는 왜 데려온거야? 어머니 간호하기도 바쁜 저 어린애를 왜 데려온거냐고!!!!!!"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로는 크리스가 오세훈이 준면이 형을 닮아서 일을 잘 한다고 했을 때 이고 둘째로는 그들에게 아픈 어머니가 계셨다는 것이었다. 준면이 형은 항상. 언제나, 우리에게 자신의 아픈 모습을 감추고 싶어했다. 그래서 친한 다른 형들이나 친구끼리 있을 때에도 자신이 왜 여기에 들어와서 이 짓을 하고 있는지는 말하기 싫어했었다. 그런데 그 때, 크리스의 도발에 준면이 형은 봇물터지듯이 윽박을 질러댔다. "준면, 진정하라고. 그래도 보스인데 소리를지르는건 심하지 않나? 게다가 약속이라니. 언제부터 그렇게 도덕적인 인간이었지?" "니가 말 놓으라며 씹새야." "형...진정해. 너무 흥분했어." 준면이 형은 진정하라는 나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크리스의 방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버렸다. 암울하고 복잡한 분위기 속에 준면이 형이 박차고 나가자, 크리스 그자식은 또 그 빌어먹을 비릿한 조소를 날리면서 내게도 나가라고 손짓했었다. 그 때의 내 기분은 정말 개같았고 그 사실은 내게 있어서 큰 반환점이 되었다. 그날의 일이 있던 이후로, 준면이형은 항상 오세훈과 함께했다. 나도 물론, 준면이 형과 한 팀이기에 그와 굉장히 친해져버렸다. 하지만 나와 준면이형은 한 때는 보스의 후보에 올랐던만큼 여느때보다 위험하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을 앞장서서 도맡아야만 했다. 내 생에 이렇게 내가 권력에 의해서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일 정도로 나는 말그대로 크리스한테 기었다. 더 비참했던 것은, 다시 그 때를 생각했을 때에 난 그 때는 살기 급급해서 비참함따위 생각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년 후, 아마 비글새끼 박찬열과 변백현이 들어오고 조금 지나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여느때처럼 일을 나갔었다. 크리스가 보스가 되고 나서, 안정기가 접어들었다기에 우리는 그나마 조금은 안전한 일을 맡게 되었다. 그날은 달빛이 아름다웠던 밤이었다. 애초에 레드쪽 제2의 교환인력인 찬열, 백현 형들이 들어온 것으로 보아, 연맹이 꽤나 두터워 진 듯 했다. 사실 임무는 안전이야 굉장히 안전했지만, 귀찮은 요소들이 많이 따라붙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그렇게나 크게 벌여질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레드와 블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아원, 즉슨 오세훈이 졸업했던 그 고아원에 임시로 들린 우리 블루쪽의 한 임원이 그 곳에서 마약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공동인 그 고아원은 철저한 인재육성의 공간이므로, 마약의 유통은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곳은 위장하기 위해서 진짜 고아들도 몇명씩 있던 곳이었다. 내용을 대충 브리핑한 나와 준면이 형은 서로 혀를 찼다. "쯔쯔...뭐냐 이건, 거기 원장놈이 매수한거냐? " "그렇겠지?" "이새끼 곧 죽겠구만." "근데, 우리랑 레드의 연맹은 어떻게 해? 원장은 레드사람이잖아. 우리가 꽤 많은 손해를 본 거 아니야?" "미쳤냐. 그냥 얘 하나랑 일가친척들 말살만 하고 끝나겠지. 서로 중요한 상태니까." 대충 그런 내용의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그 고아원으로 향했다. 어쩐지 지가 나온 고아원이라고 오세훈은 그 때 표정이 썩 좋지 않았었다. 고아원에 들어서니 분위기는 또 장난이 아니었다. 블루나 레드파 어느 쪽도 아닌 진짜 고아들 ㅡ그들은 입은 옷에 파랑이나 빨강의 마크가 없었다.ㅡ 두어명 가량이 원장놈에 의해 강제로 마약을 주입받고 있었다. 그리고 미친놈의 원장은, 마약에 빠져 허우적대며 간절해하고 미쳐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 했다. "우선 김종인, 문부터 잠구고, 조용히 들어가서 저 싸이코새끼 총으로 쏴. 딱 한발만 쏴. 아까우니깐." 나는 준면이형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얼씨구나하고 그 미친놈을 쏴죽였다. '탕'하는 총성이 울려퍼지자, 아이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벌벌떨었다. 나는 이녀석들도 고아라서 힘들겠구나 하고 동정아닌 동정의 눈빛을 보내면서 자리를 뜨려했다. 어쨌든 명령은 그 원장놈만 죽이는 것이었으니. 그런데 그 때, 크리스에게서 예상치 못 한 전보가 준면이 형을 통해 들려왔다. '코드네임 누헤스및 다섯명. 듣고있나. 여기는 크리스다.' "네 김준면, 듣고 있습니다." '작전에 이상이 생겼다. 그 고아원에 있는 레드와 블루의 아이들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처리하라' "...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미이행시 결과를 각오하도록' 크리스는 그딴 재수없는 말을 하고선 통신을 뚝 끊어버렸다. 원래는 원장놈만 죽이고 잃은 마약을 옮겨서 회수해 오기만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일이 커져서 여기 있는 모든 고아들을 죽여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때의 난, 조금의 놀람만을 간직했을 뿐, 추악하고 더럽게도 그것을 이행했다. 울며불며 옷깃을 붙잡으면서 애원하는 아이들의 목을 조르면서 총을 겨냥했다. 짐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만큼 나는 난폭했고, 그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짜증나서 더욱 미친듯이 잡아들였다. 힘없이 날려지는 아이들의 불쌍한 몸뚱아리를 보자니 나도 그 원장놈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한 미친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아까 원장에게 어거지로 주사를 맞던 아이중 하나를 저만치서 발견했다. 마약봉지가 너무 무겁다면서 서로 나르라며 싸우는 형같지도 않은 박찬열과 변백현을 뒤로 하고 난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찬열이 형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같이 아이들을 처리하다가 도저히 못하겠다면서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그 여자아이, 그 아이가 바로 아이였다. 아이의 시선은 멍했다. 바로 앞에 원장의 끔찍하다고도 할 수 있는 시신이 있었는데도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귀를 막고만 있었다. "준면이형...난..못 보겠어. 형이 대신 가 줘." "세훈아.....알았다." 준면이 형이 오세훈으로부터 무언가를 들은 듯 아이에게 다가갔다. 오세훈은 도저히 못보겠다는 표정을 하고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너무나도 광분한 상태였고, 옆에서 아이를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형들이 짜증이 났다. 나는 곧바로 아이의 멱살을 낚아채서는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텅 빈 눈동자 힘 없이 늘어져있는 가냘픈 몸 드러나 있는 팔에 박힌 주삿자국. 그리고 십자가. 딱 봐도 이상하리만치 초연한 태도는 우리 다섯명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옆에서 찬열이 형과 백현이 형이 애가 이상하다면서 조잘거렸던 것 같았지만, 그런거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이 아이가 지금 어떤 마음을 하고 이렇게 구는 것인가. 오로지 그것만이 내게 있어서 중요했다. "아가, 그런거 쥔다고 하느님께 가지는 않아." 나는 아이를 보고 그렇게 말했고, 그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따지면 나같은 인간쓰레기도 못 갈 천국이 없고, 못 갈 극락이 없었을 테니.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올곧은 시선으로 내 눈동자를 뚜렷이 비춰주고 있었다. 여느 아이처럼 살려달라고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떨지도 않았다. 마치, 죽지 못해서 산다는 것처럼. "살려달라고 안하네?" 무기력한 아이에게 끌린 마음이 내 입을 멋대로 움직였다. 아마 그 때부터 이 아이에게 총구를 겨눌 생각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살려달라고 하면, 살려주실거에요?" "글쎄, 모르는 일이지." 아이는 당당하고 고고했다. 그 누구보다 지금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내가 여느때와 다름없는 감정이었다면, 아이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적중했겠지만, 이미 흥미를 가져버린 나의 뇌는 정해져있는 시나리오가 아닌 전혀 예상외의 이야기를 짜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내게 다시 반문해왔다. "...당신은, 빨강? 파랑?" 난 그 색들의 의미를 단숨에 파악했다. 이 아이가 아예 무지하지는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 영특한 아이에게 나는 그 보상으로 그녀가 원하는 양자택일을 해주었다. "글쎄, 난 파랑" "누헤스는 빨강이었는데." 아이의 이 말에서 나의 흥미는 폭발한 것 마냥 부풀어 올랐다. 이 아이는, 오세훈의 코드네임을 알고 있었다. 오세훈이 고아원에서 다닐적, 이 아이와 교류를 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차마 못보겠다는 듯이 아이를 피했던 오세훈의 태도.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자. 내 흥미가 절정을 향해가는 동시에 오세훈이 소리쳤다. "종인형!!!그냥 걔 죽여!!! 뭐하는거야!!" 난 그 말을 철저히 무시했다. "너 되게 특이하구나" "......." "....너, 우리랑 갈래?" 난 그 말을 하고 나서 아이의 멱살을 냅다 풀어주었다. 아이가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팔로 힘겹게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떨어져있는 십자가를 더듬거리면서 찾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는 눈이 멀어있는 상태였다. 잦은 약물투여와 몸의 생채기나 멍으로 보아 원장새끼의 폭력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조직에서 이 아이를 데려온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조그만 증거를 가져온 것이라고 둘러댈 생각을 하고서는 데려갔다. 물론, 오세훈은 격하게 반대를 했지만 박찬열이랑 변백현의 시도때도 못가리는 눈치없는 고나리질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를 태웠던 그 차 안에서는, 줄곧 준면이형이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했다. 아이는 준면이형 의 품속에서 아주 편하다는 듯이 안겨서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허락없이 아이를 데려갔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의 방에 불려가지 않았다. "형, 준면이 형. 이상한데?" 내가 물어오자 형의 반응은 예상 외로 덤덤했다. 형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상황을 받아드렸고,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형의 방에서 오세훈을 보지 못한 날이었다. "나가. 들어오지마라." 그리고 형이 내게 처음으로 눈을 대신해 등을 돌린 날이었다. 형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마치 미리 짜여져 있었던 것 처럼 나는 내 두 팔을 잡아끄는 크리스의 경호부 두명에게 잡혀 그의 방으로 끌려갔다. 형이 들어서 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면이형의 이름을 불렀지만, 형은 대답조차 없었다. 방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기에, 들렸을 것이 분명한데도. "앉아." 크리스는 밑도끝도없이 고급스런 벨벳의자에 나를 앉혔다. 의자의 손잡이 끝이 그의 이름이 새겨져서는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었다. 끝을 문지르니 지문이 남을 정도였다. 크리스는 자기도 맞은편의 의자에 앉고는 몸을 기울이고 다리를 꼰채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왜 불렀을 것 같나" "글쎄요...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 별빛고아원 마약매수 때문이야." "........" "아, 너네들이 데리고온 그 꼬마말고, 누헤스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오세훈은 아이를 데려오는데 가담하지도 않았고, 딱히 그 일에서 실수를 했다거나 한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크리스는 오세훈을 맘에 들지 않아했다. "준면이한테는 얘기해놨어. 아마 넌 오늘 그녀석을 본 적이 없겠지." 맞는말이었다. 애초에 오세훈을 볼 겸 들어갔던 준면이형의 방에는 그가 없었으니. "내가 다른 곳으로 옮겼어. 이번 그 고아원 사건에 그녀석이 연루되어 있었거든. 누헤스가 그 고아원 출신이잖아? 마약밀매를 한 걸 알고도 고발하지 않은 것 같더군. 그 죄는 아주 무겁지." "확실한 증거가...." "필요없어. 애초에 불안요소는 자른다. 이게 우리의 수칙이니까." ".....저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녀석, 누헤스를 처리해줬으면 해서." "저는 왜...!" 크리스가 격하게 반대하는 나의 의사를 잘라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고귀한척 내젓는 손짓이 짜증났다. "너가 거기서 아이를 데려왔잖아. 사실 그 아이가 누헤스랑 관련이 깊은 것 같아서. 둘이 한 패가 아닌가 의심스럽더군. 사실, 딱히 별 의미는 없어. 여지껏 그런일 잘 해왔잖아? " "저는 정말 아닙니다." "그럼 해. 거절을 한다면 너네 둘이 같이 해버리지 뭐. 의심스러우니까말이야." "........." "그 애는 우리 제3지부 수감실에 있어." ".........고문..하셨습니까?" "어쩔 수 없잖아. 기간은 딱 일주일주겠어. 그 안에 알아서 해. " 그렇게 또 지 말만 하고서는 나를 그의 방에서 쫓아내다시피 내보냈다. 나는 나오자마자 또 짰다는 듯이 굳은 얼굴을 한 준면이형을 볼 수 있었다. 형은 나와 눈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아마도 크리스가 준면이형한테 다 말해놨다는게 이거였나보다고 생각했다. "형..." "김종인." 내가 말을 걸려고하자 형이 먼저 나의 말을 끊었다. "김종인, 종인아..우리, 당분간은 말하지 말자. 널 미워하는건 아냐." 형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이에게 가보라며 일러줬다. 그러고보니 거의 내가 다 데려와 놓고서는 한동안 한번도 보러간 적이 없었다. 나는 갑자기 그 초연한 눈동자가 생각나 꽤 빠른 걸음으로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똑똑똑' 피식 웃었다. 내 꼴에 노크라니. 애써 노크를 한 문이 미안하도록 바로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누구세요?" 나는 아마도 그녀가 다시는 못 볼 오세훈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를 누구보다도 아꼈을 그녀석을 생각하면서, 아이가 그녀석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왠지 그건 친구로써 지켜줄 최소한의 의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저씨. 오늘은요, 꿈에서 아저씨를 봤어요. 너무나도 또렷했어요. 웃고있는 아저씨의 얼굴이요." "......" 또렷하게 웃고있는 오세훈의 얼굴이라니. 아마도 그 반대일지도 모르는 현실과 순식간에 대비되었다. 그것은 나를 쓴웃음짓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저씨. 나 이제 괜찮아요. 이제 약 안맞아도 안아파. 그러니까 하루쯤은 내곁에 안와도 괜찮아요." 아이가 약을 주입받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떠올렸다. 그리고 아이의 말에, 손키스로 화답했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한 5일이 지났을까, 나는 매일을 아이의 방에 들어가서 지냈다.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밝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오세훈도 잊은 채 마음의 거리를 좁혀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6일째 되는 날. 크리스는 나를 또 그 방으로 불렀다. "아직도 할 생각이 없나?" "....." "그녀석이 마지막에 그 여자아이가 있는 방에 들어가서 작별인사를 했다더군." "그랬..답니까" "어디있는지라도 가 봐. 널 보고싶어하니까." 날 보고싶어한다는 오세훈. 나의 친구 오세훈. 준면이형의 동생 오세훈. 크리스의 방에 있던, 레드샤크의 신 보스 루한. 고아원을 졸업한 누헤스. 원래는 레드였던..레드의 전 보스 타오가 보낸 오세훈. 크리스가 보스가 되고 나서 얼마 후 보스가 된 루한. 무언가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레드의 지도자가, 몰래 블루에 들어와서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난 곧바로 오세훈이 있다던 3지부 수감실로 향했다. 뛰어가는 나의 옆으로 아이의 방문이 지나쳤고 힘없이 걷다가 내가 뛰어가는 것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던 준면이 형도 보였다. 난 내 차로 향했고, 차의 문을 열 때, 머리위에서 권총 하나가 떨어져서는 내 손에 쥐어졌다. '이건 챙겨가야지' 빌어먹을 크리스가 나를 보면서 입모양으로 말했다. 나는 그걸 신경쓸새도 없이 그냥 빠르게 차에 올라서 제 3지부로 향했다. 검은색 차가 도로위를 쌩쌩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갔던 길에 사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다른 차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신호등은 있었는지 없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운전할 때의 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 오세훈만이 계속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 손에 총이 쥐어져 있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도착했던 제3지부는 아주 어두컴컴했다. 그곳에 수감부 이외의 다른 멀쩡한 방 ㅡ 응접실같은 ㅡ 이나 하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허허벌판에다가 거의 폐기건물 수준이었다. 그래도 경비는 확실한 모양인지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경호원이 세명가량 있었다. 아무말 없이 총구를 들이미는 녀석들에게 내 명함이라고 할 것도 없는 명함을 내밀고 크리스를 언급하자 그들은 나를 곧바로 수감실로 안내했다. "오세..아니 누헤스는 지금 어떤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춰가면서 경비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어느순간부터 오세훈이 있는 듯 한 곳으로 크리스가 보낸 사람이 왔다면서 하던 일을 곧 중단하라고 했다. '하던 일' 이 뭔지 다시금 불안해졌다. 내가 어디를 걷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바보같이 잊어버릴 만큼 '하던 일' 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서는 정신없이 또 그냥 안내되는대로 향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 '수감실5' 그렇게 써붙여져있는, 건물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듯했던, 딱봐도 침침하고 위생적이지는 않아보이는 곳에서 그들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던 복도를 보니, 수감실이 네개정도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수감실마다 존재하는 고문기구들이 다른 듯 했다. 나는 그 때 왜 크리스가 정확한 방번호를 말해주지않고 수감실이라고만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럼, 용건이 끝나면 오른쪽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경비들은 이런 말만하고는 왔던 길로 휘리릭 떠나버렸다. 방문틈새로 비집고 나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신음소리를 애써 무시한 채 나는 문고리를 돌렸다. 딱 봐도 급하게 준비된 듯 한 의자에 오세훈이 묶여있었다. "오세훈!!!!" "으으윽...윽..커헉...." 숨을 쉬는 것 조차 버거워하는 그를 제쳐두고 일단 피로 얼룩덜룩해져 있는 몸을 옥죄는 밧줄부터 풀었다. 바닥에는 피딱지가 굳어서 얼룩덜룩했다. 오세훈은, 아직 저의 친구 김종인이 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세훈!!! 나야, 김종인! 정신이 좀 들어?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새끼야!!!" "윽....우욱..김종인..? 아, 맞,다...." "그래!!!!! 정신이 좀 드냐!" 슬펐다. 이건 그냥 고문이 아니라 살인수준이었다. 고문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죽이기 위해서 행해진 것 같았다. "김종..인, 종인아."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나를 제쳐두고 오세훈이 말을 걸었다. 고문속에서도 용케 정신줄은 붙잡았는지, 또박또박 말을 하는데 신기할 정도였다. "왜..부르냐." "얼른...해라...." "뭘말이야........ 잠깐만, 뭐라고?" "얼른, 하, 라고 멍충아....병,신이냐....." "...너도 알고 있었냐? ..미친..." "후...흐읍.. 그럼, 모르겠냐. 눈치하고는..." "...싫다." "해 병신아. 여기 감시카메라있어. 이대로 나가면 너도 죽어" 난 그제서야 크리스의 말에 넘어간 자신을 미친듯이 탓했다. 그게 다 나를 여기로 오게 하기 위한 크리스의 꾐이었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오래 있어도 상관은 없는거냐" "그럴거다....후" 내 생에 주머니에 있던 권총의 무게가 그렇게 묵직하고, 또 존재감을 드러냈던 적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오세훈에게 되물었다. "넌 니가 여기있는 이유는 아냐" "그래" "..뭔데?" "모르..냐? 바,보" "........" "알려주마. 내가 여기있는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는 것처럼 보이니깐." 오세훈은 고통스럽지도 않은지, 아니면 이제 어느정도 익숙하다 이건지 말씨 하나하나 끊김없이 또박또박 이어갔다. 게다가 오세훈이 그 때 한 말은, 마치 제가 여기 있을 줄 알았다는 것처럼 들렸기에, 나는 그것을 쉬이 넘길 수는 없었다. 어쩌면 저와 가장 가까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는 벗이 내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분개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기다려 오세훈. 내가 너한테 먼저 물어볼거니까." "......그래 좋다." "오늘, 크리스의 방에서 루한을 봤어." ".......그래서?" "루한녀석이 니얘기를 하니까 피식 웃더군. 너가 들어온게 크리스가 보스가 되고 나서, 루한이 보스가 되기 직전이었나" "...그렇지. 그럼 뭐...내가 말 안해줘도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겠네" "아니, 오늘 루한이 크리스의 방에 있는걸 보고 짐작한거야." "어쩔 수 없지. 난 레드의 전 보스가 쫓겨나기 전에 파견된 거고, 민석이형이랑 그는 친했으니까." ".....전에도 항상 느껴왔던 거지만, 우리는 참 어쩔 수 없는게 많아. 그치." 오세훈이 연맹이라는 구실로 블루에 들어오기전, 그러니까 오세훈이 레드의 전 보스에 의해서 보내진 고아원을 나오기 전에 크리스는 전 블루의 보스인 김민석을 죽이고 보스직에 올랐다. 김민석이 조직을 위해 비밀리에 교류하고있던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그걸로 꼬투리를 잡았던 것이다. 아마도 그 집단과 암묵적인 연맹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루한, 지금의 레드의 보스는 전 보스인 타오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가 일처리가 어수선했다고는 하지만, 딱히 잡을만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던 것을 발견해도 형이 친동생을 죽일만큼의 큰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전 레드가 머리가 나쁘진 않아. 쫓겨나기 전에 너를 심어둘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그렇지. 경험이 한 몫을 한거지." 하지만 전 레드는 내가 말했던 것 처럼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쫓겨나기 전, 우리의 전 보스였던 김민석과도 친하고, 자신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한 명을 고아원으로 보냈고, 그 고아원에서 오세훈은 레드에서 블루로 파견될 수 있었다. 애초에 고아원에 예비 조직원을 보낼 때에는 어느 조직으로 보낼 것인지, 또 누가 그 아이를 받을 것인지가 정해져 있었다. 김민석과 타오는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촉이 좋았다. 전 레드보스 타오가 오세훈을 고아원으로 보냈을 때에는, 아직 두 조직의 보스가 바뀌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블루의 보스는 김민석이었고, 레드는 타오였다. 그건 단순히 촉으로만 반세력파의 느낌을 감지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김종인, 크리스가 지금 여기에 널 총을 쥐이고서는 내 앞에 두었다는건말야.." "전 레드의 보스인 타오가 다시 보복을 꿈꾸고 있는거겠지." 과거와 현재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이자 원인이 되었다. "한가지 더, 죽기전에 귀띔을 해줄게." "너 안죽어" "여튼, 내가 여기있을 때, 위층 고문실에서 사람을 한 명 더 봤어." 오세훈의 그 말이, 나의 생각을 확실하게 했다. "보니까, 크리스가 김민석을 죽였을 때 손잡은 그 애들있잖아. 그룹 이름이 뭐였더라..." "녹스." "맞아 걔네! 걔네중에 그 되게 하얀애를 봤어. 맞다 디오." "디오?" "크리스랑 손잡았던 애거든. 아마 녹스쪽에서 타오랑 손을 잡은 모양이야. 그녀석이 말해주더군. 걔는 끝내 죽었지만." 요즘 우리 블루쪽에서 녹스를 신경쓸 여유가 없었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오세훈은 저 아파보이는 몰골을 하고서는 누가 죽었다느니하고 잘도 입을 놀려댔다. 뭐, 여러군데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본 녀석으로서는 별로 힘들지도 않았을 테지만. 나는 잠시 밖에 나가서 이곳에서 잠을 청하겠다고 했고, 경호원들은 그렇다면 문을 잠구어 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치 곧죽을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찬열이형이랑 백현이형은 어때?" "뭐...잘 지내. 여전히 시끄러운 듀오야." "그래도 그 형들은 안전할거야. 루한이랑 크리스가 얘기해서 온거니깐." "그래도 몰라. 고아원 사건때문에 표면적으로라도 언젠가는 옮길거다." "...그렇겠지 뭐." "아이랑 작별인사했다며" "어. 아이좀 잘좀 해줘. 니가 데려와 놓고서는 어떻게 한번도 안보러오냐?" "안그래도 너 여기로 오고나서 매일 갔다. 나를 너로 알고있는 것 같아." "풉. 아닐걸" 녀석은 이 상황에서도 잘도 웃음이 나왔는지 또 그 어설퍼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 가능하면 김종인 널 준면이형으로 알게끔 해줘" "준면이형?" "어. 그게 더 아이한테 편할거야. 나랑 준면이형은 같이 아이에게 갔었으니까. 너라는 새로운 존재가 생기는게 혼란스럽지 않겠어?" "이기적인새끼네." "뭐, 그 반대의 경우도 좋아. 아직 아이는 준면이형 이름을 모르니까" 둘이서 얘기를 사는 사이 어느새 밤이 되었다. 빛이라고는 위에 있는 조그만한 창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 뿐이었다. 그리고 밤. 아주 깊은. 난 내 생각대로 오세훈을 데리고 나가려고 오세훈을 들쳐업으려고 했다. "오세훈, 나가자." "미쳤어! 여기 감시카메라 있다니까!!" "부수면 되지." ".....김종인, 종인아..." "아, 성 붙이고 불러. 맘 약해지니까." ".....나 좀 봐봐.형." 오세훈이 내 고개를 돌렸다. 형이라고 불린게 참 오랜만이었다.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돌려버린 고개를 오세훈에게 들켰다. 녀석은 아니나 다를까 내 얼굴을 보고서는 웃음을 흘렸다. "야. 우냐" "너...때문이잖아. 왜 죽을 생각을 해 병신아..씨발....."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처잃은 한 손에 쥐어진 총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만 느껴졌다. 정말 겪고싶지는 않았던, 나만은 아니길 바랐던 딜레마가 찾아왔다. 내가 살기위해서 오세훈을 죽여야했고, 오세훈이 살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했다. 오세훈이 총을 쥔 내 오른손을 두 손으로 꼭 쥐면서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내게 말했다. "아이말야, 참 예쁘지." ".....넌 병신이냐" "너가 병신이겠지. 울지마라 이 바보야. 몇살이라고 우냐 니가. 형 맞냐." "넌..! 넌..!!!!!!" "야." "왜" "난 어차피 죽을목숨이었어. 그 짧은 목숨, 아이가 조금더 연장해 준거야." "무슨 소릴 하는거야!!!" "농담아니다. 정말이야. 난 충분해. " "거짓말하지마!!!!!! 사실 살고 싶잖아" ".....준면이형이 싸늘하게 대해도 그러려니하고 조금만 버텨줘. 그 형은 엄마성을 따와서 그런지 엄마처럼 뒤끝이 길어." 난 내눈을 가득 키운 채로 지껄이는 오세훈을 바라보았다. 고문으로 얼룩덜룩해진 얼굴이 달빛을 받아서 그런가 깨끗해 보였다. 생채기들도 없는 듯 했다. 맘에 안드는 것은, 슬프게도 웃고 있던 오세훈이었다. 오세훈은 마지막이라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두팔벌려 꼭 안았다. 너무 따뜻해서 난 그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녀석이 내 귓가에 뭐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다시 내 오른손을 두 손으로 꼭 쥐더니 자신의 가슴에 갖다댔다. 바보같은 난, 그 때 눈물을 흘리느라 오세훈의 그 행동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오세훈의 손이 새끼손가락에서부터 서서히 자리를 옮겨갔다. 약지 중지 그리고 검지. 그녀석의 판판한 가슴에 내 딱딱한 총구가 밀착되어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늦어있었다. 오세훈은 내 오른손이 쥐고 있던 총이 자신을 향하도록 하고 있었다. 놀란 내 눈을 보며 오세훈은 웃으면서 내 검지로 옮긴 자신의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믿고 싶지 않았던 일어났다. 총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세훈의 깨끗하고 고결한 몸이 일시적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내 벗은 이렇게 말했었다. '고맙고, 사랑한다 친구야.' 오세훈이 내 팔뚝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 빌어먹을 웃음을 지은 표정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달빛이 그를 다시 한 번 깨끗한 눈으로 비추어줄때, 그 때 오열했다. 힘없는 몸이 영혼이 빠져나간 그의 상태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찬 시신을 부여잡고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누가 이 건물에 있든, 내가 누구이든 상관치 않았다. 그저 내 곁에 나로 인해 죽었다고도 할 수 있는 친구가 힘없이 찬 몸을 뉘이고 있다는 것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나는 그가 왜 죽어야하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 날 처음으로 의문을 가졌고 처음으로 그런 나를 원망했다. 그리고 우는 나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또 갈라져서 내가 듣기에도 흡사 짐승이나 괴물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끝내 악으로 받쳐서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했다. 그렇게 울면서 지새우고 난 다음날 아침, 경호원들은 그 방에 와서는 세훈이의 시신을 끌어냈고, 울어서 잠도 못잔 내가 우습게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허' 나는 짙은 조소를 띄우며, 밤새 오세훈의 피가 굳어버린 내 몸은 상관치도 않고 그 건물을 빠져나와 곧장 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 때, 그 시절에는 그 어느 누구보다 복잡했고 그 여느 때보다 열정적이었던 나, 김종인이 있었다. 단언컨대 그 때의 나는, 정말 열정적으로 모든 감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나도 사랑하고, 고맙다 친구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 읽으셨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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