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성규형!”
남우현의 레이더망을 어떻게 피하고 용케 여기까지 오셨을까. 한숨을 푹 내쉰 성규가 신난 원숭이마냥 분주하게 움직이는 지훈을 한심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지훈은 성규가 자신을 바라봐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건지 눈이 마주치자 방긋방긋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성규에게 말을 건넸다. 형, 오늘 그, 별샤벳 알죠? 거기 멤버 한명이 제 번호 딸려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잘했죠! 아니, 이걸 말하려던게 아니라. 아아ㅡ 형! 저 이렇게 인기 많은 남자라니까요? 제가 이렇게 매달릴 때 얼른 날 가져요! 조잘조잘, 말도 많다. 시끄러운걸 딱 질색하는 성규가 이어폰을 꼽고 저리가라고 손을 휘두르자 또 울상이 되어서는 대기실 구석에 위치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다. 좀 안쓰러운 마음이 생길 법도 하지만, 저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형형거리며 자신 옆에 붙어다닐 지훈을 알기에 성규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음악 듣기에만 열중했다.
“너 또 왔냐?”
대기실로 들어와 이제는 지겹다, 지겨워. 라며 성규 옆자리를 차지한 우현을 지훈은 그저 열심히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뭐라고 반박하면 성규의 핀잔 밖에 못 들을테니까. 우현은 일부러 지훈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매만지며 진한 애정신을 연출했다. 성규는 자신을 가운데에 두고 은근하게 위협의 눈빛을 주고받는 두 짐승들로부터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내가 무슨, 지들 장난감인 줄 알아. 툴툴대는 성규 뒤로 후다닥, 뒤쫓아 오는 소리가 들린다. 보나마나 표지훈이겠지, 하고 뒤를 돌았는데, 보이는건 우현뿐. 몰려드는 실망감에 저릿한 가슴께를 탁탁, 치다 자신이 왜 실망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던 성규는 괜히 아무 잘못 없는 우현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짜증을 부렸다. 졸지에 김성규 화장실 가는 것까지 쫓아다니는 지독한 스토커 신세가 된 우현이 입을 비죽이며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당연히 대기실 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줄 알았던 지훈이 없자 우현은 당황... 할리가 없지. 오히려 성규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방방 뛰고 소리지르고 난리를 피우셨댄다. 우현이 할렐루야를 외치며 화장실에서 돌아온 성규와 축배를 드는동안 지훈은 블락비 대기실로 들어가 숨 돌릴 틈도 없이 태일을 찾았다. 찡얼찡얼, 아기가 엄마를 찾는 것마냥 '태일이형'을 부르며 좁은 대기실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런 지훈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지호가 정신없다고 면박을 주려는 찰나, 태일이 대기실 문을 왈칵 열고 들어와 지훈에게 왜, 또 뭔일 났냐? 니가 나 부르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더라! 라며 투덜거렸다. 울 것 같던 지훈의 얼굴이 태일을 보자 확 밝아졌다. 지훈은 태일에게로 달려가 그 작은 태일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이런 일이 늘상 있는 일인지라 태일은 익숙하게 자신의 품에 안긴 덩치 큰 아기의 등을 토닥였다.
“왜? 너의 여신님이 또 까칠하게 굴었어?”
“씨, 몰라. 남우현인가 뭔가가 자꾸 얼쩡거려.”
ㅋㅋㅋㅋㅋㅋㅋ표지훈 귀염포텐 터지네ㅋㅋㅋㅋㅋㅋ
김성규=표지훈의 여신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