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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23살, 빠른)
김여주(23살)
그들의 알바 타임
도영 : 월 수 ( 5시부터 11시) 금토일(오전부터 5시까지)
여주 : 월 화 목 (5시부터 11시) 금토일(오전부터 5시까지)입니다.
현재 금요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
* BGM. 망고 - CHEEZE(치즈) 정식음원 듣기를 권장합니다.
카페 알바생, 김도영 01
w. 해변의 불꽃놀이
"저기요, 아직 음료 나오려면 멀었어요? 기다린지 꽤 됬는데.."
"죄송합니다, 지금 손님이 많아서..금방 가져다 드릴께요!"
"저기 아가씨! 이유식좀 전자레인지 데워줄 수 없을까?"
"아..손님, 저희가게는 다른 음식을 따로 데워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가씨! 주문 안받아?"
"아, 네!"
카페 알바생들이 젤 싫어하는 시간대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오후 1시요.하고 말씀드릴 자신이 있다. 점심시간인 수많은 직장러들은 물론, 대학로 근처에 자리잡고 있어, 대학생들로 항상 붐볐다. 왜 다들 밥먹고 카페로 가는건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밥먹고 아아는 필수로 먹는다는게 함정이지만.) 설상가상으로 우리 카페 근처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아주머니들까지 수다를 떨러 자주 오시기에, 오후 1시야말로 우리 카페알바생들의 최악의 시간이 아닐리 없었다.
“ 김도영, 샷 내렸, 야! 김도영! ”
“ 어, 어 갈께, 야 너 집에 가라 진짜 바빠죽겠는데 쪼끄만게. ”
“ 아 오빠볼라고 점심시간 땡하자마자 튀어왔는데! ”
“…학교에다가 전화하기 전에 가라. ”
“ 아 진짜…오빠 미워요! ”
최악의 시간은 둘째치고, 나의 최악의 선택은 다름아닌 김도영을 알바생으로 뽑았다는게 아닐까. 꽤나 잘생기고 인기 많은 김도영 덕분에 우리 카페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안그래도 직장인에, 대학생들 때문에 사람이 많아서 손이 모자라 사장님의 허락을 맡고 도영을 뽑은 것인데, 개뿔. 인기 많은 핵인싸 김도영을 뽑고 난 이후로 손님들은 더 급증했고, 바빠졌다. 투정을 부리며 툴툴거리는 내 말에도, 원채 카페에 정을 못붙이는 사장님께선, 관심조차 없었다.
“ 아 오빠, 진짜 쫌만 더 있다갈께요! 제발! ”
“ 너 진짜,..아, 니 멋대로 해. 주야, 어디까지 했어? ”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꾹 참고선, 그의 물음을 무시하며 샷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주전부터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김도영의 얼굴을 보고 반한 학생이 매일같이 바쁜 점심시간에 학교를 째고 카페에 와 도영을 괴롭혀댔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나를 괴롭혔다. 그를 붙잡고선 번호를 달라, 사랑한다, 같은 말도 안되는 세레나데를 하기 바빠, 모든 카페일들은 내 차지가 되버렸다. 처음엔 꼬맹이가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넘치는 손님들때문에 커피머신기 앞에 빌지가 가득 붙어 있는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같이 일하는 김도영을 잡고 있으니, 내 속은 들끓어올랐다. 김도영의 저 어물쩡한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와 달리 꽤나 귀엽고, 애교있는.... 쪼꼬미에게 호감이라도 생긴건지, 크게 내치지 않는 도영의 태도에 울컥하고 속상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이내 우울감이 자리잡았다. 아니 근데 내가 왜 지금 우울해 하고 있는데?
“ 야, 김여주 너! ”
“ ..아 뜨거! ”
샷을 내릴때 잡생각하는게 아닌데. 무슨생각인지 나도 모르게 손님에게 빨리 가져다 드려야 한다는 생각과 쓸떼 없는 김도영에 대한 잡생각이 엉켜버려, 뜨거운 샷이 추출된 잔을 들다 손이 데여버렸다. 손아귀에 쥐고 있던 잔을 뜨거운 나머지 바로 떼버렸다. 손에서 벗어난 잔은 수직으로 하락하며 쨍그랑- 하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온 유리파편들이 튀었고, 시끄러웠던 카페는 잠시 조용해 졌다,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시끄러워졌다.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선 놀라는 김도영을 제치고 맨손으로 유릿조각들을 재빠르게 주워댔다. 그 모습을 보고선 야! 너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하고 소리를 지르는 도영때문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손에 있던 유리조각에 베여버려, 설상가상으로 화상을 입은 손에 피까지 뚝뚝 흘렀다.
“ 조심했어야지 바보야! ”
“ ...아니, 나 괜찮, ”
“ ..아 이거 흉지는거 아냐? 진짜 김여주 이 칠칠아 ”
피를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곤, 도영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내가 맨손으로 유리조각 만지지 말라고 했지. 미련하게 자꾸 이럴래? 날이 선 도영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도영은 티슈를 몇장 뽑아와 내 손에 있던 유리조각들을 다시 바닥으로 털었다. 다친 내손을 붙잡고, 흐르는 수돗물에 피가 난 부분을 꼼꼼히 씻겨주었다. 이렇게 까지 안,안해도 되는데..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내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무시하고선, 손수건을 꺼내, 상처가 난 부분을 눌러 지열해주다, 넌 쉬라며 휴게실로 꾸겨 넣었다. 도영이 쥐어준 손수건을 꾹 꾹눌러가며 피를 지열하다보니, 손이 데여 화상을 입은 자국들이 욱씬거리다 못해, 뜨거웠다
.
“ 고딩.”
“ 네?”
“ 바빠죽겠는데 한번만 더 와라.”
“ ......”
“ 좋게 말할 때 그만해.빡치기 전에.”
“ ......”
휴게실 밖에선, 화나보이는 도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까지만해도 장난 치는 고딩에게 좋게 좋게 말해주던 그였는데. 잔뜩 화가났는지 꾹꾹 눌러 참으며 말하는 게, 목소리로 다 느껴졌다. 고딩이 조용히 카페를 빠져나간건지,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도영의 한숨소리도 같이 들렸다. 닫힌 휴게실 문을 몰래 살짝 열어, 도영의 모습을 쭉 지켜 봤다.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꽉 찬 빌지들의 음료를 재빠르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비쳤다. 뭐가 저렇게 화났대. 뭔가 마음에 안드는지 살짝은 화나보이는, 입술을 앙 다물고 있는 그의 모습에 아픔은 뒷전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 * *
“ 너 진짜, 혼날래? 샷 내릴 때 누가 딴생각하래.”
“ 바빠서 그랬어...바빠서.”
“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 했어!”
“ .....미안..아니 내가 왜 미안해야하는데!”
“ 김여주 인성 개터졌다, 와..”
북적거렸던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손님들은 하나 둘 카페를 떠났다. 도영은 마지막 손님의 음료를 타 드리자마자, 내가 있는 휴게실로 들어왔다. 아직 화가 안풀린 듯, 뚱한 표정으로 구급상자를 꺼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내 쪽으로 와 나의 앉은키에 맞게 허리를 숙였다. 그런 도영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나에게, 도영은 손. 하고 자신의 손을 펴보였다. 강아지가 된 기분이 들었지만, 얌전히 다친 손을 도영에게 펴보였다.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상처부위에 조심스레 연고를 펴발랐다. 그러다 갑자기 울컥, 화가 터진 도영이 나에게 잔소리해댔다. 잘가다가 갑자기 왜 성질이야 싶어 똑같이 소리를 질렀더니,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곤 치료를 끝내고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데일밴드를 붙여준다.
“ 상처 덧나지 않게 치료 잘 하고..”
“ ...응.”
“ ...끝나고 저녁먹으러 갈까.”
“ 어? 엉...”
도영은 자신의 손으로 내 다친 부위를 쓸어내리며 말하는 목소리에, 걱정어린 다정함이 뚝뚝흘렀다.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체리같이 달아오른 내 모습이 부끄러워,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하니, 도영은 뭐가 웃긴지 살짝 웃어보이곤 자신의 큰 손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가슴께가 찌르르 떨리는 느낌이 이상했다. 그저 같이 일하는 동료가 도와준 것 뿐인데, 눈치 없이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과, 붉어진 볼이 짜증스러웠다. 그러나 김도영을 좋아하는 내마음을 부정하고 싶은 내 발악일 뿐이었다.
* * *
*여기서 브금을 your Dogs Love you로 들어주시면 아주 좋아요!
“ 와 미친, 개 맛있겠다...”
“ 그치, 정윤오한테 존나 캐물어서 알아 냈, 야! 젓가락내려! 나 사진찍어야해”
“ 아 진짜 김도영 주접 개짜증나...”
“ 음식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입다물어”
항상 카페 알바가 끝나고 나면 도영과 함께 자주 저녁을 먹었다. 그 날도 도영과 함께 퇴근하자마자 유니폼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러 갈 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대충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 갔을 법도 한데, 도영은 꼭 가야하는 우동집이 있다며 같이가자고 쫄라댔다. 우동집이 위치한 연남동 근처에 가는 내내, 도영은 줄이 길면 어떡하냐며 계속 자신의 손톱을 뜯으며 초조해했다. 나는 원채 음식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먹는 걸 좋아하는 도영의 설레발을 보고선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야, 손톱 그만 물어뜯어. 하고 손등을 찰싹 때리니 입을 삐쭉 내밀었다. 다행히도, 우동집은 한산했다.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을 들고 둘다 머리를 맡댔다. 아 크림두 먹고 싶고 매운것두 먹고싶은데... 그럼 내가 크림시킬께, 니가 매운거 시켜. 나눠먹자. 헐 개조아. 계속되는 고민 끝에 우리는 크림우동과 매콤우동을 두개 시켰다. 몇분 지나지 않아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봐도 비주얼부터 합격이었다. 젓가락을 드는 내모습을 보더니 안그래도 쭉 찢어진 눈으로 째려보며 빨리 젓가락을 내리라며 독촉했다.
“ .... ”
“ ...오, 잘나왔다. ”
“ ...너 지금 뭐하냐...? ”
“ 예쁘다, 잘나왔네. 아, 빨리 먹어. 불겠다. ”
음식사진을 포커스로 맞춰 찍던 도영이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내쪽으로 포커스잡더니, 찰칵- 하고 뾰로퉁하고 있던 나를 찍었다.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 도영에게 놀란 나머지 뭐하는거냐고 어버버, 거리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찍고 있던 휴대폰으로 앨범에 들어가 내 사진을 확인했다. 도영은 액정을 한참을 보다, 예쁘네. 하곤, 휴대폰 홀드키를 눌러 화면을 끈 뒤, 우동을 먹는데 집중했다. 그의 모습에 아니, 어떤 누가 관심이 없는 사람한테 예쁘다고 해...같이 밥을 먹으러 연남동 까지 나와..? 하고 의구심을 품었지만, 괜한 삽질이란 생각에, 다시 젓가락을 쥐고 우동을 먹는 것에 집중했다.
* * *
“ 덕분에 잘~먹었다. ”
“ 뭘, 나도 너 덕분에 우동 먹었는데. ”
“ ..어? 왜 내 덕분이야? ”
“ 너 접때 우동 먹고 싶다며. ”
“ ...어..그랬지...? ”
도영은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든 내 모습을 보곤, 익숙하게 내 손에 있던 계산대를 빼간 뒤, 계산했다. 헐, 오빠가 사는거야? 하고 실실 웃어보이니,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끌어내리며 닌 이럴때만 오빠지?하고 계산했다. 배부르게 먹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바깥은 어둑어둑해져있었다. 계산을 끝마치고 밖으로 나온 도영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니, 도영은 아무렇지 않게 뭘, 너덕분이지. 하고 카드와 영수증을 지갑속에 집어넣었다. 어? 왜..? ..?니가 먹고 싶다고 해서 온건데? 하고선, 도영은 진득하게 내 눈을 맞추며 말했다. 원채 음식을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지라, 끼니를 대충 떼우는 나를 보며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도영이었다. 그런 내가 한번 딱 꽂히는 음식이 있으면, 무조건 먹는다. 는 욕심이 있는데, 며칠 전에 그 음식이 바로 우동이었다. 알바하는내내 도영의 팔을 붙잡고 우동을 먹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 ....”
“ ....”
여름밤, 뜨거웠던 태양은 저물고 선선한 기분좋은 바람들이 나를 감싸안았다. 도영의 눈을 바라보는 내 눈동자가 흔들린다, 또다시 콩콩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내 앞에 있는 도영의 귓가에 들릴까 걱정될 정도였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기분과 함께, 생각이 들었다. 네가 조금만 미웠으면 좋겠다고. 그러다, 김도영도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미친 욕심들이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
그들의 첫 만남
동글한 토끼같은 눈매에, 매력적인 입꼬리를 가진 그는,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다. 애써 친구관계에 힘쓰지 않아도, 유한 성격이지만 맺고 끊음이 확실한 도영을 모두가 친근하게 대했다. 또한, 워낙 잘생긴 외모에 도영을 보며 가슴앓이를 한 여학생들이 한둘이 아닐정도로 그는 인기가 많았다. 그런 도영에게 크나큰 단점 하나가 있다면, 책이었다. 책이 무슨 문제가 되는데?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는 정말 자신의 인생에서 책밖에 몰랐다. 또래아이들답게 연애를 하며 가슴깊히 사랑앓이를 하고 눈물도 훔칠 법 한데, 도영은 그런 것들은 모두 쓸모 없으며, 책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면 될 감정이라 치부했다. 또한 그는 소설류의 책들도 좋아했지만, 특히나 만화책을 여러권 수집할 정도로 좋아했다. 꼬꼬마 시절때부터, '마법 천자문' 을 읽으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선, '난..모든 한자를 깨우쳐 이 세상을 구할꺼야!' 하고 엉엉 소리칠 정도로 알아주는 만화광이었다. 만화앞에서는 종류를 따지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철칙을 가진 그는, 종류는 따지지 않고, 어드벤처, 사랑물, 조직물 등의 모든 만화책들은 다 섭렵해 읽어 댔다. 학교가 쉬는 날이나 일찍 마치는 날이면, 또래 아이들과의 축구약속도 무시한채 빠르게 집으로 들어가선, 침대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이불을 돌돌 두른채로 만화책을 읽었다.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재미이자, 행복이었다.
“ 와..아 거짓말..지,지짜루...?”
토스앱에 찍혀있는 칼같은 '32원'의 금액을 보며, 도영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고선, 자신의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다. 어엿한 성인이 된, 토끼같던 귀여움이 물씬 풍기던 18살의 소년은 어느덧, 냉철함과 성숙함으로 자리잡은 스물셋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더하면 더했다 할 정도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만화책을 사모으는 것에 푹 빠져있었다. 자신의 생활비를 계산하지 못하고 최신 만화책을 쓸어담듯이 산 것이 그의 화근이었다. 결국, 학식으로 해결 할 수도 없을 만큼의 초라해진 두자리 수의 금액이 도영의 통장에 자리잡혔다. 아냐. 이건 꿈일 거야..진짜루..하고선, 냉랭해 보이는 매서운 눈매와 다르게 발음이 뭉개며 중얼 거렸다. 그러나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봐도, 여전히 그의 통장 잔액은 32원이었다.
“아 진짜, 어뜩,어뜩하...어..? ”
멘탈붕괴에 이른 그는 터덜 터덜, 힘없이 자신이 자주 가던 카페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영혼없이 카페에 들어가려하는 그는, 유리창앞에 붙어져 있는 알바 구해요 ! 의 종이를 보고선 눈을 반짝이며 들어섰다.
“ 어서오세요!”
“ ...저기, 앞에 알바 구한다고 하셔서..!”
“ 헐. 어서와요, 저기 앉으세요!”
“ 네!”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지는 도영의 모습을 보고선, 여주는 드디어 괜찮은 사람이 온건가? 하고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났다. 그녀는 도영을 자리에 앉혀두고선, 원두를 익숙하게 갈아, 투샷을 그라인딩했다. 자그마하지만, 애살이 담겨있는 손으로 분쇄된 원두들을 꾹,꾹 눌러 탬핑을 하고선, 머신기에 탬핑한 것들을 끼워넣었다. 익숙하고 전문적인 손길이 느껴지는 여주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을 하는 도영이다. 여주는 투 샷을 그대로 도피오 잔에 담아, 도영의 앞에 내주었다.
“ 드세요, 방금 추출한거라 더 맛있을꺼에요.”
“ 아, 아...네!”
도영은 자신의 앞에 담긴 커피잔을 들고 눈을 꼭 감고선 한약을 삼키듯 꿀꺽 꿀꺽 마셨다. 커피를 즐겨 먹지 않을 뿐더러, 쓴 것을 제일 싫어하는 그에게 방금 내린 커피는 사약과도 같았다. 도영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으나, 금세 닦아보이곤 씩 입꼬리를 올리며 맛있네요! 하고 기계적인 반응 했다. 그런 도영을 보며 여주는 다행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커피를 좋아하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 어, 저기..근데 사장님은...”
“ 사장님께서 제가 대신 알바생을 뽑으라고 하셔서...”
“ 아...”
“ ....”
카페에 크게 정을 붙이지 못하는 사장님께서는 알바생인 저를 뽑아 두고선, 카페를 아주, 통채로 맡겨버렸다. 대신 기존 시급보다 두배로 주셨고, 근무시간에도 사장님께서는 카페에 잘 오시지 않는 터라, 카페 알바를 할 때 훨씬 편했고 좋았다. 그러나, 편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모든 일들을 여주 혼자 하기엔 무리였다. 무거운 카페 재료들을 혼자 나르기도 힘들었고, 손님이 물밀듯 들어올때면 땀을 삐질흘리면서 샷을 내리기 바빴다. 그런 여주를 보고선, 사장님께서는 알아서 알바생을 뽑아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도영이 오기전까지 뺀질하게 일하던 알바생들이 여주의 눈에 차지 않아, 몇일 일하다 말고 알바생들이 여러번 짤린 적이 있었다.
“ 원래 커피에 관심 있으세요?”
“ 네, 저 신메뉴같은거에도 관심 되게 많아요!”
“ 아, 다행이다. 웬만하면 커피에 관심있는 친구를 뽑고 싶었거든요.”
“ ...저 커피 진-짜 좋아해요. 관심도 많구요.”
여주가 생각하는 카페 남알바생이 가져야 할 자질은, 바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파리만 날릴 때가 종종 있는 카페기에, 잘생긴 남자가 카운터를 하루종일 맡고 있다면 아마도 여자 손님들이 꽤 몰려 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알바 할 때 잘생긴 얼굴보면 힘나고, 좋잖아! 하고 생각한 여주는 도영을 보며 합격이네! 하고,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음은, 커피의 대한 마음가짐이었다. 여주는 카페에서 매달 신메뉴를 선보일 정도로 커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고, 그만큼 애착도 컸다. 도영이 만화책을 애지중지 하는 것과 같달까. 그녀의 물음의 목적을 정확히 캐치한 눈치 빠른 도영은, 저 커피 진-짜 좋아해요. 관심도 많구요. 하고, '진'에 괜스레 악센트를 주며 과장되게 이야기했다. 사약같이 쓰디 쓴 샷에, 스팀 된 우유와 캬라멜이 조화롭게 뿌려지며 입안 가득, 달달함이 돌 듯이 저를 보며 생글 생글 웃어보이는 그의 달콤한 미소에 여주 또한 기분좋은 행복감으로 물들어졌다.
* * *
안녕하세요. 해변의 불꽃놀이, 해꽃입니다.
...현재...카페 알바 1년차.. 도영이같은 잘생긴 알바생, 자기 카페에 관심없는 사장님... 없습니다 'ㅅ'...있었으면 좋겠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찾, 댓글 환영입니다. (ㅠㅠ) 여러분의 댓글에 큰 힘을 얻습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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