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아,맘마먹자.”
팔랑팔랑 뛰어오던 태형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손에 들고있던 뜨뜻한 분유를 허탈하게 바라보던 눈이 오르락 내리락 열심히도 움직이는 작은 가슴팍을 내려다 보았다.고새 잠들었냐.맘마 만드는데 얼마나 걸린다고.탁자에 젖병을 내려놓고 민형의 옆에 엎드린 태형이 제 손에 반절도 안 되어 보이는 손을 꼭 잡았다.배고플텐데….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쌕쌕 잘도 잔다.누구 닮아서 이렇게 이쁘나.작은 몸을 두드려주는 손길이 조심스럽기만 하다.자장가 불러주고 싶은데 아빠보다 노래 못해서 미안.오동통한 볼이 복숭아 마냥 분홍색을 띈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몰라,그냥 오늘따라 우리 아들이 더 이뻐 보이고 그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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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거 취소,완전취소!제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민형에 태형이 두손 두발 다 들고 거의 포기상태에 이르렀다.일어나자마자 분유 데워서 먹이고,기저귀도 갈아줬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우렁찬 울음소리가 집을 가득 채웠다.도닥도닥 등을 두드리며 민형을 달래던 태형이 울상을 지었다.나도 울고 싶다.여전히 울음은 잦아들 기미가 안 보였다.동글한 뒤통수를 쓰다듬는 손에 맥아리가 없다.작은 등을 쓸어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태형의 귀에 도어락 소리가 반갑게 들려왔다.정국이 왔구나!종종걸음으로 현관 앞에 도착한 태형이 냉큼 정국의 품으로 민형을 넘겼다.
“민형이 자꾸 울어.”
“분유 먹였어요?”
“당연하지!”
“약은요.”
…무슨 약.어제부터 민형이 감기 기운 있었잖아요.가만히 넋을 놓던 태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또 잊어버렸구나.정국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태형의 이마를 콕 찍었다.
“진짜,진짜 몰랐어.”
“정신 없으니까 그럴수도 있죠.”
“아…미안해 민형아.엄마가 미안.”
민형을 건내받은 태형이 후다닥 냉장고 문을 열어 약을 찾았다.어지간히 걱정 됬나보다.심한건 아닌데,놀라긴.걸음을 옮긴 정국이 약을 열심히도 먹이고 있는 태형의 허리를 감았다.그새 또 허리가 얇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아이구,잘 먹는다.”
“허리에서 손 떼세요 전정국씨.”
“싫은데요.”
“약 먹이잖아.”
어떻게 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또 싫은건 아니라 태형이 가만히 몸에 힘을 뺐다.약을 먹이고서야 잠잠해진 민형의 눈이 슬금슬금 감겨졌다.앞은 민형이.뒤는 전정국이.허리를 감은 정국을 달고 민형의 침실로 들어온 태형이 조심조심 민형을 눕혔다.끝났다.이제 깨지말고 잘 자주기만 해,아들아.
“고생했다,여보.”
“으…소름돋아.”
“민형이 덕분에 오랜만에 백허그도 해보네.”
참 상황에 안 맞게 능글맞은 소리만 하고 있다.제 볼에 뽀뽀를 마구 퍼부어대는 정국에 결국 태형의 웃음이 터졌다.힘들어도,좋은건 좋은거다.
ㅡ
“흐,아…좀,천천히 해.”
대낮부터 이게 대체 뭐하는건지.태형도,정국도 쉬는 주말.그런 주말에 되도않는 실력으로 음식 좀 만들어 주려고 일찍 일어나서 준비 하고 있었건만 씻고 나온 정국은 앞치마를 두른 태형의 뒷모습에 그냥 넘어갔다.그러니까,완전 후끈 달아올랐다는 그런 말이다.요리 필요 없으니까 너 먹자.하는 망언을 남기고 다짜고짜 제 목에 이를 박더니 지금은 정신없이 키스중이랄까.
“아,응.잠까,잠깐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잠깐이 어디있어.”
귓볼을 진득히 주무르다 잘근잘근 씹어오는 정국에 태형이 파닥거렸다.귀,흐…귀 건들지마,아으.무릎으로 중심부를 뭉근하게 비벼오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태형의 입술을 핥아 올리는 정국의 손이 밑으로 내려갔다.우리 형 오늘 무슨 팬티 입었는지 구경 좀 할까.손가락이 바지 버클을 풀렀다.
“…….”
“…….”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몸이 굳었다.태형의 귀에도,정국의 귀에도 분명하게 들렸다.으앙,으아아앙.뭐 대충 이런 식으로 온 집안을 울리는 민형의 울음소리.태형의 몸 위에서 느릿하게 내려오자 태형도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뜨거웠던 공기가 한순간에 잘도 식는다.앉아있는 태형이 괜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아들.아무리 어려도 눈치는 좀 챙기자.제발.손이 풀려진 바지 버클을 다시 채웠다.…정국아.태형의 애절한 부름에 정국의 한숨이 방안을 채웠다.
“아우,왜 꼭 이럴 때 깨고 그러냐.”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가서 달래고 오세요.저렇게 놔두면 울음 절대 안 그쳐.슬슬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어기적 어기적 방을 나갔다.전민형 저거 요즘 뭐 알고 저러는게 분명해.주말에는 어린이집에 맡겨두던가 해야지.뒷머리를 잔뜩 헝크린 정국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그게,애가 있다고 무조건 다 좋은건 아닌가 보다.
***
괜히 아기가 미워지는 것 같은건 안비밀
육아물이 갱쟝히 보고싶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