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Andy Mckee - Rylynn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게.
넌 언제까지 몰라줄까. 너 빼고 다 아는데.
"이름!"
남의 속도 모르고 좋다고 웃으며 뛰어오는 그의 모습이 괜히 미워 못 들은 척 뒤를 돌았다.
"야! 성이름-"
특유의 늘어지는 소리를 내며 내 앞을 막아선 그는 숨을 몰아쉬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너 왜 내 말 무시해?"
"못 들은 거야."
"거짓말."
그는 밉지 않게 나를 흘겨보더니 손에 꼭 쥐고 있던 종이 두 장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뭔데 이거?"
"학! 식!"
4000원이라고 적힌 종이 2장.
그는 한 장을 내게 내밀며 말했다.
"점심시간이잖아. 밥 먹으러 가자. 하나는 네 거!"
자기 친구들은 어쩌고 나한테 왔는지.
김태형은 항상 이랬다.
뭔가 여지를 남겼다. 착각이란 걸 알면서도 이번에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김태형은 매번 그랬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는 종이를 팔락거리며 재촉했다.
"빨리-. 너랑 밥 먹으려고 애들도 버리고 왔단 말이야."
"그래. 가자, 가."
좋다고 내게 팔짱을 껴가며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모습을 보고 누가 싫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굳이 나와 밥을 먹으러 온 것도, 굳이 4000원을 들여가며 내 밥까지 사주는 것도, 굳이 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번만은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
"이름."
"어?"
"남자 소개받을래?"
돈가스를 썰다 말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그는 대뜸 남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갑자기 웬 남자?"
"아니, 내가 잘 아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진-짜 괜찮은 형인데 여자친구가 없거든."
너보다 몇 살 많은데, 직장이 어디고, 차가 있고, 얼마를 벌고.
먹던 그릇까지 치워가며 사진까지 보여주던 그는 내 대답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생각 없다."
그가 밀쳐뒀던 그릇을 다시 그의 앞에 끌어다 주며 대답했다.
"..... 그래."
내 대답이 기대와는 달랐는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을..."
"밥 먹어라."
"응."
조용히 밥을 먹던 그는 누가 봐도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할 말 있어?"
"..... 아니?"
"뭔데."
그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걸 아는 것 같진 않지만.
"정말 생각이 없는 거야,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라고 하고 싶었다.
목구멍 앞까지 차오른 좋아해,라는 단어를 애써 밥과 함께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생각이 없는 거야. 내 인생 챙기기도 바쁜데 무슨 남자냐."
그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아- 난 또. 괜히 걱정했네."
모든 건 착각이었다.
어쩌면 오늘만큼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내 예상은 다 착각이었다.
굳이 나와 밥을 먹는 것도, 굳이 4000원을 들여가며 내 밥까지 사준 것도, 굳이 내 팔짱을 끼고 걸어온 것도.
그는 그저 확신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어제의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거겠지.
어쩌면 진심으로 자기를 좋아하고 있을까 봐, 걱정하고 불안해하다 확신이 필요해 날 찾아온 거겠지.
입맛이 떨어졌다.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자 김태형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래?"
"그냥. 아침을 좀 많이 먹었더니 배부르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쯤 남은 그릇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평소엔 아침 먹지도 않으면서."
그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삶에도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아침 안 먹고 산 애가 갑자기 아침을 먹었으니 점심이 들어갈 자리가 있나."
그는 그럼 자기가 먹어도 되냐며 내 그릇을 자기 앞으로 끌어갔다.
나도 너처럼 네 마음대로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내 마음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해서 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떨리고 상처받느니, 차라리 내 마음대로 표현하고 말하고 싶어.
가슴 한 쪽이 아픈 것 같았다.
| 뷔스티에 |
이 글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이름과 태형이랑 함께 천천히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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