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아빠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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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딸 전여주
Prologu
'쾅쾅쾅' 문을 부술듯한 굉장한 소음에 눈을 살짝 떴다가 감았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싫어 덮고 있던 이불을 더욱 끌어 안은 정국의 미간에는 주름이 몇가닥 자리한다. 한번만 더 두드린다면 그놈의 면상을 확 갈려노리라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이번엔 발로 문짝을 차는건지 처음과 비교도 안되게 소리가 크다. "어떤 새끼야!!" 잠에 한껏 잠긴 목소리로 빽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으니 실내 슬리퍼를 발에 꽂아 넣는다는것도 깜빡한 정국은 지체 없이 걸어가 대문을 활 열어제낀다. 태형 이거나 지민일거라는 예상을 훨씬 벗어난 주인공에 적지 않게 놀란 정국 이다.
" 아빠를 찾으러 왔어요! "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낯선 작은 여자아이가 머리를 푹 숙이더니, 꾸깃한 사진 한 장을 정국의 시야에 닿을수 있도록 높이 치켜올리며 하는 말이 아빠를 찾으러 왔어요! 란다. 정국은 금방이라도 찢어질듯 너덜너덜 해진 사진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유심히 살펴보다가 누가봐도 자신인것을 알아채고 기분이 나쁘다는듯 손을 확 치워냈다. 자신의 단잠을 깨운것도 모자라 본인의 사진까지 소유중인 사실에 짜증이 확 올랐다. 누군지 확인 해야겠다는 생각에 까칠한 말투로 "이보세요." 라고 하자 여자아이는 오들오들 떨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정국과 눈을 마주한다.
" 이런 장난 재미없습니다. 돌아가세요. "
" 어..어!! "
요즘 애들이란 대담하다니깐. 한숨을 휴 뱉은 정국이 게의치 않아하며, 무시하곤 문을 닫으려고 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채 허공에 손을 내 뻗어 올리더니 순식간에 정국의 팔을 잡아채 문을 닫을 수 없게 한다. 그제서야 정국은 자세히 여자 애를 살피기 시작한다. 중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체구에 오목조목 눈,코,입이 매우 조화로워 보이는데다 긴 생머리를 하나로 치켜 묶은것이 깔끔해 보이기 까지 하니. 장난을 칠 학생으로 보이진 않은데..
" 우리 할아버지 성함은 전(田) 민자 석자입니다. 여기에 오면 우리 아빠를 만날 수 있다고 하셨어요. "
" 뭐? "
" 그러니까 여기가 서울시 강남구..청담동 로얄빌라 103동..1902호 맞게 온거 같은데..여기요! "
" .......... "
여자 아이와 어울리는 앙증맞은 분홍 핀을 찌른 키티 모양 포스트잇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 들더니 토시하나 틀림 없이 꾸역꾸역 읽어 내고는 벙쪄있는 정국의 손에 꼭 쥐어주며, 확인해 주길 바라는 눈빛을 힘껏 쏘아댔다. 꾸깃한 포스트잇을 받아낸 정국은 역시나 틀림없는 자신의 집 주소에 피식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싸질러놓은 애도 없는데 혹시나 사고를 쳤다해도 아마 그 아이는 이제막 걸음마를 시작 했을 정도의 나이 밖에 되지 않을텐데...다짜고짜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대며, 할아버지라고 하질 않나 아빠를 찾으러 왔다하질않나 어이가 없는것이 당연한것이었다. 게다가 아까 보여준 사진은 틀림없는 자신인데다가..
제대로 썩어있는 정국의 표정을 살피던 여자아이가 큰 눈을 어디둘지 몰라 눈동자를 연신 굴릴뿐이었다. "미치게 하네.." 라는 말을 신경질 적으로 내뱉으며, 정국이 앞머리를 쓱 끌어 올려 한 숨을 푹 내쉬자 더이상 겁내 하지도 않는 건지 오히려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온 여자아이는 정국의 팔 언저리를 꾹 눌러 자신의 눈에 시선을 두게 한다. " 음...저...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 해보이는데 고민하는듯 습관처럼 검지손가락을 입 근처에 머무르게 한다. 그러더니 마음을 먹은듯 조심스럽게 입을 놀린다.
" 들어가도..되는거죠..? 아..빠? "
'꿀떡꿀떡' 한마디 말조차 오가지 않은 둘 사이엔 정국이 목을 축이는 소리만 들릴뿐, 불안한지 비싸보이는 가죽 소파에 손톱을 세워 끄적거리던 여자아이의 얼굴은 점점 희어져 가더니 창백하기 까지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정국이지만 먼저 정적을 깰 생각은 없어보인다. 아마도 약 10분 전 문 앞에서 '아빠' 발언의 영향인듯 싶다. 억울한것도 억울한거지만 이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가고 있는건지가 궁금해 미칠 지경에 이르다가 무릎을 탁 치며 일어난 정국이 말없이 방 안으로 쌩하니 들어가렸고, 무릎치는 가벼운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 여자아이는 황급히 소파에서 손톱을 거둔다.
" 아버지 바꿔. "
[ 회장님께서 조금전 그린 호텔 사장님과의 미팅에 참석하셨습니다.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제게 말해주십시오. 전해드리겠습니다. ]
" 회장 바꾸라잖아!!!! 지금 당장!! "
[ 불가능합니다. ]
" 바꾸라면 바꿔. 다 뒤집어 엎기전에 "
[ ....여주 아가씨 일 때문이십니까. 그렇다면 더욱이 바꿔드릴 수 없습니다. 회사로 오십시오. 직접 만나 뵙고 들으셔야 합니다. ]
" 뭐? 김비서..김비서!!! "
한낱 비서 주제에 자신보다 먼저 전화를 끊었다는것에 더욱이 못마땅해진 정국이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침대 위에 던져 버리곤 침대 끝자락에 털썩 앉아 열을 식혔다. 목 언저리 부터 얼굴 부근이 화끈거리는것이 제대로 열이 뻗친것 같다." 여주 아가씨? 미친 " 이라며 또 다시 헛웃음을 내보인다. 잠옷으로 입고 있던 편한 옷차림으론 회사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 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옷장에서 손에 잡히는 옷으로 갈아입은 정국은 차키만을 챙겨둔채 부랴부랴 방 밖으로 나왔다.
거실로 나온 정국의 눈에 띈 여주는 바닥에 얌전히 앉아 자신과 함께 온 캐리어를 열어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려다가 정국이 방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재빠르게 캐리어를 훽 등뒤로 숨긴다. " 누구 마음대로 짐풀래." 집안에 들어와 여주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다. 여주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 아빠... 어디가요? "라며 조금은 떨린 목소리로 말하자 정국은 다시 한번 버럭한다.
" 중학생은 되보이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봐서 니 아빠야? "
" ... ... 저는 중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 "
"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고등학생? 고등학생이면 내가 왜 이런 반응인지 더 이해되겠네. 이제 겨우 28살인 내가 너만한 딸이 있다고? 풀었던 짐이나 다시 싸고 있어. 내가 돌아오면 넌 이 집을 나가게 될테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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