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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23



 어둠 속에서 기이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치 몸 전체에서 아우라를 내뿜는듯한 느낌과 진득한 비릿내.
 눈꺼풀이 거의 무의식으로 떠졌다.
 침대 근처에서 누군가 숨을 참는 듯 소리를 한참 죽이고서는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이 냄새는..피 비린내였다. 몸 전체에 달라붙는 검은 가죽의(衣)를 입은 그는 마치 어둠과도 같았다.
 나는 반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켜 점점 가까워지는 비린내에 올라오는 토기를 가까스로 삼키고 대충 그가 서있을 곳을 흐릿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도 날 응시하는 것 같았다.
 아마 살육으로 인한 광기 아닌 광기가 눈에 번들거리고 있을 터였다.
 고통을 동반한 희열. 용서 받을 수 없는 도륙을 반복하면서 느끼는 것은 후회가 아닌 자신을 버림과도 같은 처절한 외로움.
 창문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달빛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많이..다친거야?"


 말없이 창문턱 밑에 주저앉은 그는 다시 어둠에 가려졌다. 
 그는 작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가 흘리는 피는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갔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그가 가지고 다니던 구급약상자를 소파 밑에서 꺼낸뒤 그의 곁에 앉아 가위를 가지고 피가 꿀렁,거리며 흘리는 부위를 찾아 옷을 자르기 시작했다. 옆구리에 총상을 입은것 같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날 타는 듯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거친 동작으로 내 팔목을 세게 쥐었다. 이미 제정신은 아닐텐데, 누군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댄다는 사실을 알고는 저지하려는 것 같았다. 



 "치료...해줄게. 내가."
 "… …"
 
 
 손목에 가한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눈이 초점 없이 흐려지다가 고개가 까딱, 앞으로 고꾸라졌다.
 관통상인것 같았다. 탄두가 박혀있지 않은것을 보니, 가까스로 피한듯 했다.
 그의 몸을 똑바로 눕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부위에 설파제를 뿌렸다. 수혈을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일단 상처를 꼬매는 방법 밖엔 없었다.
 여기까지..그는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왔을 것이다. 지혈도 하지 못한채로, 과다출혈이 되면서까지.
 그의 안색이 창백했다. 그의 상처를 꿰매면서 축축한 땀이 얼굴을, 온 몸을 뒤덮었다.
 얌전히 누워있는 그의 몸은 서서히 떨림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얕은 헐떡임도 조금은 잠잠해졌다.
 물수건으로 상처부위를 닦아냈다. 
 긴장으로 곤두서있던 신경이 풀어지면서 현기증이 느껴졌다.
 제대로 숨을 쉴수도 없을만큼의 긴장감이 나를 휘감았었다. 
 나는..이 남자가 죽지 않기를 바랬던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이 남자를 살려냈다.


 





 눈꺼풀로 빛이 쏟아졌다. 눈을 떠보니 난 소파위에서 담요를 덮고 있었다.
 어제...잠시 멈춰진 머리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가 부상을 당했었고, 난 그를 치료했다.
 그 이후로 내 의식은 어느 기점으로 멀어졌고, 그의 옆에서 쓰러지듯 잠들었던것 같다.
 그는?
 정신이 퍼뜩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다.
 곰팡이처럼 바닥에 울거져있는 거뭇한 원형 자국들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어디간걸까. 어제 응급처치를 했다곤 해도 완전하지는 않았을테고 또 출혈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갑자기 막히듯이 답답해져오는 마음이었다.
 그때,


 "…"


 뒤를 돌아보니 귀신처럼 그가 서 있었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날들처럼.. 어제는 마치 꿈이라도 꾼듯,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가벼운 니트에, 면바지를 입고있는 그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서 있었다.
 무심한 눈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괜찮냐는 말을 하려했지만, 내 안에서 어떤 것들이 내 목소리를 자꾸 안쪽으로만 잡아당기는 것 같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날 살려줬어?"



 내 말문이 막히기엔 충분한 질문이었다.
 나는 그에 상응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가 나를 시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내가 치료하려 해을때 내 팔목을 꽉 붙잡은 이유는 날 살리지 마라, 혹은 날 살릴건가 라는 의미였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를 과다출혈로 죽게 놔둘수도 있었다. 더 이상 이 암흑 속에서 몸부림치고 고뇌하지 않았어도 될 기회였다.
 실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같은 지금 내 모습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의 비상이었을지도 몰랐다.
 그 기회를 그냥 날려보냈다. 나는 내 삶과, 나 자신을 포기하고 그의 목숨을 살렸다. 다시 암흑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내가 행한것이었다. 내 의지로 놓친 기회였고, 그것이 눈앞에 죽어가는 자를 그냥 둘 수 없는 비겁한 정의로움 때문일지라도, 나는 거의 망설임 없이 그를 살려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가 나를 덮쳐왔다.
 모르겠다. 나는 왜 그를 살렸을까?



 "나는..."




 목이 턱 막혀왔다.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있었다. 피부가 타는 듯했다.
 너무 뜨거워서. 
 내 안에 모든 것들은 다 죽어버렸는데, 이 감정의 잔해들은 나를 할퀴고, 나의 영혼까지 파먹는듯 했다.
 뜨거운 열이 머리로 몰려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점점 뒷걸음치면서 팔을 허우적댔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길 원하는 듯이 말이다.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사라질거야. 내 안의 목소리가 속삭여왔다..
 귀가 웅웅거렸다. 화병이 깨지는 소리, 책이 떨어지는 소리 모두 저 멀리서 들리는것만 같았다.
 눈물로 앞이 흐릿했다.
 그는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나는 엉거주춤한 내 다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스친 그의 얼굴에 미소가 스친것도 같았다.
 나는 또 다시 어둠 속이었다.


 

 












 몸에서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역겹기 그지없는 진득함이었다.
 눈꺼풀에는 물기가 고여있었다. 몸에서 열은 나는데 너무 추워서 덜덜 떨렸다. 고통스러웠다.
 그 와중에 땀으로 얼굴에 들러붙은 내 머리를 쓸려올려주는 기계적인 건조한 손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그라는 것을 느끼고, 내 몸에서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눈을 힘겹게 뜨고 손을 덜덜거리며 그의 손을 거부했다.
 그의 눈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른하고 묘했다. 그는 갈 곳 잃은 손을 흘깃하고는 나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렇게 죽일듯이 노려봐도, 넌 나를 살렸어. 죽이고 싶어해봤자..네 손으로 날 살렸어. 후회해봤자.."



 
 소용없는거 알지만. 증오심으로 똘똘 뭉친 내 마음은 그를 저주했다.
 나는 달빛에 취했던 걸까?그가 불쌍하다고 느낀건가? 부모님과 동생을 죽인 이 사람을?
 피 비린내에 홀렸을지도 모른다. 나는..나는 그가 우리집의 이면을 알고있는 유일한 희망이어서 살려야한다는 숭고한 사명감에 젖어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렇게 합리화를 시키며, 내 앞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게 무서워서. 나 자신이 평생 그 단죄를 껴안고 살아가기 싫어서 그를 살려냈다.
 이제 후회할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이 나를 잠식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는 그 장애물을 안고 살아가면서 내 숙명이라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나는 또다시 익숙해진것일지도 몰랐다. 권태에 빠진 내 인생이, 복수심으로 뭉쳤던 내마음이 또다시 안정을 추구하는 상황에 알맞게 길들여져,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위기감과 경계심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미약하게 반응만 보였을 뿐, 결국엔 또다시 길들여져 있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머리가 터져버릴것 같았다. 내 자신에 대한 분노로 온몸이 타들어가는것 같앴다.
 나는 죽어야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말했다. 나는 동의했다.
 그때, 또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내가 널 살려줄게."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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