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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울





1.




 한 여름에 집 밖을 나온다는건 곧 죽음의 길을 나선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곤욕 그 차제다. 지하철 입구 앞에서 강제로 받은 전단지 여러장을 겹쳐 인위적인 바람을 만들어 보지만 흐르는 땀을 식히기에는 역부족. 집이랑 가까운 카페로 직장을 옮기든지 해야지..출근길이 아니라 지옥길이네.. 지하철이 곧 들어온다는 안내 음성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뒤로 물러서라는 안내음의 말은 또 잘듣는 난 두발치 뒤러 물러서 발을 동동 거렸다. 으아 빨리빨리



문이 열리고 밖과는 차원이 다른 상쾌함이 숨을 탁 트이게했다. 이거지 이거야- 에어컨을 발명한 사람에게 넙죽 절 하다못해 뽀뽀 열백번은 해주고 싶은 벅찬 마음을 안고, 빈자리를 찾아 눈동자를 열심히 굴렸다. 촘촘히 나있는 자리에 내 엉덩이를 붙히고 앉을만한 자리를 찾는건 쉬운일이 아닌데 오예, 자리다 자리! 지하철에 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땀은 증발했고 앞머리가 다시 고실고실해졌다. 에어컨의 위력이란. 앞머리 롤이라도할까...내 옆구리에 있는 가방을 확인하고자 고개를 돌렸는데


[방탄소년단/전정국] 너와 나의 Sign 01 | 인스티즈



아, 깜짝아 숨이 턱 막혔다



전정국이다. 그 방탄소년인가 소년단인가 뭔가 하는 그 그룹 멤버. 아이돌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큼 삶에 여유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처음엔 그냥 숨막히게 잘생긴 남자가 옆에 앉아 있나 싶어서 심쿵했는데 자세히 보니 연예인이다..아이돌 무식자인 내가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유는? TV 며 컴퓨터며 틀기만 하면 나오니깐 모를 수 가 없지. 동양인 최초로 빌보드에서 상을 받았다고 했었나? 꼬박 챙겨보는  9시 뉴스에 까지  등장하니  내 영역에 노크 없이 훅 들어온 그들이었다.



그건 그렇고 더럽게 잘생겼네. 아니 콧대에서 미끄럼틀 타면 아주 신명나겠어- 지하철 옆자리에 유명 스타님이 앉아있다고 하니 괜히 엉덩이를 들썩들썩 거리기도 하고 큼큼- 마른 헛기침도 몇번 나왔다.  아니 슈퍼 스타면 굳이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매니저가 여기저기 잘도 모셔다 줄테고 아니면 본인 명의의 스포츠 카도 몇대는 있을것 같은데 왜 지하철을! 굳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나를 선덕거리게 하는건데...하..불편해..내 심장 불편해




보이지 않은 손으로 부여잡은 심장은 심하게 쿵쿵거렸다..그래. 슈퍼 스타 옆자리에 앉은것도 우연이고 행운인데 사인이라도 받자! 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사인은 어디다 받냐.. 슈퍼 스타가 거슬리지 않게 조심히 에코백안을 뒤적거리던 난 작은 카페 명함 한장과 모나미 볼펜 한자루를 꺼내들었다. 여기가 최선이냐...확실하냐 김여주...




" 저기- "



왜 내 몸을 내가 컨트롤을 못하는거냐 왜! 머리로는 그만하라고하는데 주둥이는 왜 놀려지는건데!! 게다가 검지 손가락 끝으로 그의 팔을 아주 조심스럽게 찌르는 행동까지 저질러버렸다. 이걸 용감하다고 해야할지...무식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건 슈퍼 스타께서 판단하는거겠지.  " 팬이에요..사인 한 장만 해주 실수.... " 개미 기어가는 소리 보다 더 작게라고 하면 오버겠지만 그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팬들이 몰리면 난감할테니..난 사인을 요청하는 문장 하나를 다 내뱉지 못했다. 슈퍼스타님의 손으로 인해서




" 흡! "
" 죄송해요. 놀라서 저도 모르게.. "
" ....... "




슈스의 검지 손가락이 내 입술에 얹혀지고...내 심장은 대장과 하이파이브를 한번 하고 왔다. 으- 심쿵... 사과하는 그 표정은 미안함을 가득 품고 있었다. 뭐랄까...아직 다 크지 않은 강아지가 소변을 아무대나 지려서 주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는 그런 표정이랄까...?비유를 해도 참..적절한 비유가 생각이 안나네..아무튼 난 손가락에 의해 입이 막혔기에 고개를 두어번 작게 주억였고, 그는 안심한듯 내 입술에서 손을 걷어갔다.



" 사인 해드릴까요? "
"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릴게요. 근데 마땅한 종이가 없어서요.. "
" ....풉... "



슈스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 작디 작은 명함 한장과 모나미 펜을 쥐고 가볍게 흔들자 그가 풉 하고 웃음을 지었다...그렇지 맨날 구김 하나 없는 빳빳한 종이에만 사인을 했을테니깐....아 후회가 밀려온다. "역시 여기엔 무리겠죠...?" 포기가 빠른 나는 실망 가득한 표정을 하고서 명함을 주섬주섬 가방에 다시 넣으려는데 어라- 슈스님이 뺏어들었다.




" 명함에 사인은 처음인데..안 예뻐도 봐줄거죠? "
" .....그럼요!! "
" 아 그럼....제가 사인을 해드려야하는데.... "



슈스님이 큰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렸다. 와 흰자가 왜이렇게 한가득이야. 렌즈를 낀거야 뭐야 눈동자는 왜이렇게 크고 반짝이는건데..마치 밤 하늘의 별을 가져다 박.....흠 그렇다 치고. 아무튼 슈스님은 명함을 대고 사인 할 자리를 찾는듯 해보였지만 움직이는 지하철에서 그런게 있을리가 없다.



" 잠시만요 실례할게요- "



있었다. 있었네- 그건 바로 내 손바닥 위. 내 손을 허락 없이 잡아 든 정국은 내 손바닥 위에 명함을 올려두고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이 덜컹거려서 그러는건지 아님 내 심장이 덜컹거려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손은 미친듯이 떨고 있다. 제발 멈춰줘.. 손아...간질간질 손바닥을 간지럽히면서 움직이는 모나미 볼펜 끝을 바라보던 난...저게 사인일까 5살 짜리 꼬마의 낙서일까 싶었다..



" 지하철이 너무 덜컹거리네요.. "
" 그렇네요...그래도 멋진 사인이에요. 감사합니다. "
" 이름이 뭐에요?? "
" 네? 아 벌써 제 이름을....그건 좀.. "
" 아...사인에 이름을 적어드리는게 습관이되서..실례였다면 죄송해요. "




.....김칫국 한사발 드링킹 오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거냐 김여주..혼자 이상한 망상에 앞서나가다가 이게 무슨 창피야...민망함에 식었던 땀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려고 하고 있다. "아...아!! 김여주요" 라고 조금은 크게 외친 난 망했다라는 느낌이 확 와닿아 고개를 푹 숙이는걸 택했다. 하...사라지고 싶어.




" 크큭..아 죄송해요..이름 적어드릴게요. 손 줄래요? "



예예- 그럼요...당연히 드립죠... 지렁이가 브레이크 춤을 추듯 각져 있는 내 이름이 적힌 전정국의 사인을 손에 쥔 다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찾아온 이 어색해 미칠것같은 정적...아직 내리려면 한참은 남았는데..슈스님은 안내리시나..하..자리라도 옮길까..아냐 자기가 불편해서 옮긴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아니지 틀린말도 아니잖아. 고개짓 하나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가 로봇처럼 삐그덕댔다. 아 이 몸 안가질래..라고 생각하고 있을 그쯤! 내가 이 자리를 벗어날 이유가 생겼다.



"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
"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




슈스님은 왜 일어나신가요. 혹시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요? 동시였다. 전자는 나 후자는 전정국. 마치 일본 꽁트 처럼 연습이라도 한듯 딱딱 맞아떨어졌다. 손동작 마져도. 당연히 우리 둘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슈스님은 고개를 푹 숙여 검정 모자에 저의 얼굴을 숨겼다. 지팡이를 짚으며 아슬아슬하게 우리쪽으로 걸어오시던 할아버지를  재빠르게 부축하며 자신의 자리로 안내하는 모습을 보고 와..이사람 인성보소. 할아버지께서 안전하게 착석한 후 부터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 아이고 고맙고 예뻐라...에의 바른 연인이네.. "
" 아니에요!! "
" 아닙니다 어르신.. "



아 제발 이 지하철 내리고 싶다. 꽁트는 이제 그만 하고싶다고요. 허허- 웃으시는 할아버지 눈에는 제법 귀여운 커플로 보였을만도 했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하는 행동도...하하..머쓱은 웃음만 짓고 있는 내게 그가 " 괜히 오해를 사버렸네요. 기분 나쁜건 아니죠? " 라는데 그럴리가요. 저 따위에 슈스인데 감개무량하죠..



" 아뇨! 그럴리가요. 저로썬 영광이죠. "
" ...앉아요. 숙녀에게 양보해야죠- "
" 아니요.. 전 괜찮아요.  다리 아프실텐데 앉으세요. "
" 전 곧 내리니깐. 여주씨 앉으세요. "



여주씨라니..여주씨라니!!! 남아있는 한 자리에 엉덩이를 붙힐까 말까 속으로 고민하던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건지 눈치라도 내게 자리를 양보하는 남자였다. 그럼 내가 앉아볼까..하는 생각으로 앉을 준비를 하려는데...에라이 난 슈스님과 서서 갈 운명이었나보다.




" 할머니...여기 자리 앉으세요. "




또 한번 지독하게도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나만 느끼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엔 그도 나와 마찬가지일거라고 감히 예상했다. 친한척 말을 걸기도 애매하고 그냥 묵묵히 가자니 열렬한 팬이 아닌게 들킬것만 같고..말을 걸고 싶다만 난 그의 이름 석자밖에 모르는데 무슨말을해.



" 어디에서 내려요? "



정적을 깬건 내가 아닌 그였다. " ㄴ..느엡? " 놀란 난 이런 아주 병신같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 뛰어내리고 싶어.




" 아, 전 학동역에서 내려요. 그 근처에서 일을 하거든요. "
" 어! 저도 학동역에서 내리는데. "
" 아 정말요? "
" 회사에 볼일이 있어서... "



바보. 굳이 학동역 근처에서 일을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히 의식하고 말한것 같잖아. 나와 같은 역에서 내린다고 하니 정말 기쁜건지 아님 이 지독할 우연이!? 라고 생각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번쩍이며 날 쳐다본다. 아..그렇게 쳐다보지말아요. 숨 쉬기 힘드니까. 




" 무슨일 하는지 물어봐도되요? "
" 아 카페에서 일해요. 바리스타거든요. 그 빅히트 사옥이랑 되게 가까워요. 한 두블럭정도? "
" 아, 거기 알아요. 생긴지 얼마 안된곳이잖아요. "
" 네 맞아요. 오픈한지 이제 두달정도 됐어요. "



아 제발 누가 내 입좀 막아줬으면 좋겠다. 묻지도 않은 위치는 왜 말하는데 김여주!



" 연습 끝나고 언제 한번 갈게요 카페.. "
" 예..? 아 꼭 그러지 않으셔도..억지로 오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
" 억지로라뇨...먹고싶어서 그래요. 여주씨가 만들어준 커피 "



한쪽 입꼬리가 보기 좋게 올리며 시원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사람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는거구나. 이러니깐 슈퍼스타구나...게다가 말도 이쁘게 하고 인성도 좋고...이런 남자를 사랑하는 팬들은 아주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기회가 생기면 와주라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내 말은 학동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음성에 보기 좋게 뭍혔다. 이제 그만 내려야할 때가 온거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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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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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까님 뒷부분이 잘린것같아요 ㅇㅅㅇ !
내리고나서의 이야기는 어디이쬬 ???????? 뒷내용이 날아간거라고 얘기해주세여,,,, 슈스정쿠❤️바리스타여주,, 넘나 상상만해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는것 ㅠㅠㅠㅠㅠ학학
너무 몰입해서 본 나머지 제가 여주인줄알았습니다 허허
침대위인데 마치 지하철인것같은 느낌적인 느낌(˶‾᷄ ⁻̫ ‾᷅˵)
넘넘 잘읽었어요오오옹 신알신누르고갈게용 ㅎㅎ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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