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전하지 못한 진심
그 이후로는 밤이 기다려지는 하루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며칠간 보지못했던 월아가 다시 돌아왔고, 그가 없는 밤이면 정국이 제 곁을 지켰다. 신기하게도 둘이 겹치지는 않고 서로 정하기라도 한 듯 격일로 왔다 갔다 했다. 오늘 밤은, 월아가 올 건가 보다. 제 밤 친구들을 생각하며 웃던 윤이 밖에 아른거리는 인기척에 겉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월아?”
“나왔어요?”
평소와 같이 정원에서 얼굴을 반쯤 가리는 가면을 쓴 채 자신을 기다리는 태형을 보고 윤이 타박타박 걸어 태형의 앞에 섰다. 잘 있었어요? 다정하게 건네는 안부에 웃는 낯으로 답한 윤이 태형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물었다.
“뭐에요?”
“오늘 유성우가 내린대요. 그에 맞춰 밖에는 야시장이 열렸고. 그러니까….”
태형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나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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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챙겨온 옷은 자신이 후작가에 있을 때나 입었을 법한 옷이었다.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고 많은 귀족 아가씨들 같은 옷. 상체 쪽은 옅은 보랏빛이지만 밑으로 갈 수록 풍성해지고, 짙어져 마치 은하수를 연상되게 하고 노골적이지 않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허리선과 과하지 않게 드러나는 어깨 등이 아름다운 옷이었다. 늘 하인이나 시녀의 도움을 받아 입던 옷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입으려고 하니 힘들어 낑낑대던 윤을 도와준 것은 의외로 이런 옷을 잘 아는 듯한 태형이었다. 코르셋을 조이고 뒤에 있는 단추를 채워 옷 입는 것을 끝낸 윤이 한바퀴 돌아보곤 제 앞에 서 있는 태형에게 잘 어울리냐 묻자 태형은,
“어, 음,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요. 준비한 보람이 있네.”
라며 얼떨떨한 말투로 답을 내어놓았을 뿐이었다. 어딘 가에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썩 진심이 담긴 것 같지는 않는 표정에 조금 빈정이 상한 윤이 장갑과 모자를 챙기곤 먼저 밖으로 나섰다. 그 뒷모습을 보던 태형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너무 예쁘다…”
-
제국의 야시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몇 안되는 축제같은 분위기에 거리에 나온 모든 이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그들의 시간을 즐겼다. 그 인파속에 자연스레 섞인 태형과 윤 또한 등을 달아 색색이 빛나는 상점들이 신기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이거 봐요, 예쁘다…”
유난히 여자들이 많은, 장신구를 파는 곳 앞에 멈춰선 윤이 가게 안에 있는 머리 장식을 보며 감탄했다. 보석이 알알이 박혀 있는데다가 떨어지게 매달은 구슬이 매혹적인 비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큰 돈을 가져오는 건데. 돈은 생각하지도 않고 나온 탓에 아쉽게 입맛만 다시던 윤이의 뒤쪽에서 불쑥, 큰 손이 나와 주인에게 돈을 건넸다.
“이것으로 주게.”
비녀를 천에 감싸 포장한 뒤 건네는 주인에게 그것을 받은 태형이, 자신을 바라보는 윤을 보고 웃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윤이의 눈빛이 강아지의 것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곧장 윤이에게 건네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태형이 윤의 손을 잡고 상점을 빠져나와 주전부리 같은 간식거리들을 사서 윤이에게 건넸다.
자신에게 줄 선물인 줄 알았더니, 다른 이에게 선물할 것인가 보다. 생각한 윤이 아쉽다는 표정 가득한 얼굴로 태형이 건네는 먹거리들을 받았다. 두 손 가득 먹을거리들을 든 윤을 뒤에서 감싸 안 듯 바싹 붙은 태형이 장난기 가득한 입꼬리를 하곤 윤을 어디론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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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딥니까?”
외성을 빙 둘러싼 야시장을 걷고 걷다보니, 외성 뒤에 있는 작은 언덕에 다다른 윤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태형에게 물었다. 평생을 도성, 외성안에서 살았지만 처음 와 보는 곳이었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의 정상까지 올라간 태형이 말 없이 손수건을 꺼내 바닥에 깔았다. 자연스럽게 그곳에 앉은 윤이 제 한손에 있던 먹거리들을 태형에게 건네며 다시금 물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월아?”
“오늘 밤 유성우가 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유성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죠.”
“아….”
버거울 정도로 높은 언덕은 아니였지만 제국의 수도안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한눈에 수도가 다 들어오는 곳이였다. 평소와 다르게 색색의 불빛이 수도 곳곳을 장식한 풍경은 별이 가득한 밤 하늘만큼 아름다웠다.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눈에 담던 윤이 태형에게 말을 건넸다.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어요?”
“답답하면 이곳을 와요. 사람들은 소원보다 비밀을 털어놓을 장소를 더 필요로 한다는거 알아요?”
꽤 뜬금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 저은 윤이 태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비밀을 털어놓을 장소요?”
“네, 소원을 비는 나무보다 비밀을 털어놓을 장소를 더 필요로 한다고 해요, 사람들은.”
“그래서 이곳은 월아가 비밀을 털어놓는 장소에요?”
그 말에 살짝 웃은 태형이 고개를 저었다.
“비밀을 삼켜내는 장소죠. 속 깊이 묻어 놓았던 것들이 올라올 때 이곳을 찾아요. 그러면 좀, 참을 수 있거든요.”
더 어려워진 태형의 말에 가만히 그 말을 듣던 윤이 자신의 옆에 있던 태형의 손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오늘은 무슨 비밀을 삼키려고 왔어요?”
다정히 건네지는 윤이의 말에 다시금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진실을 삼킨 태형이 말했다.
“만약에, 비밀이 밝혀지면 한 사람이 고통스러워질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게 할 힘은 없고. 그럼 당신은 비밀을 숨길거에요? 그것이 그 사람을 속이는 일인데도요?”
갑자기 내뱉어진 의미심장한 질문에 무슨 말인가 싶어 태형을 보았지만 태형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진심이구나, 생각 한 윤이 태형이 던진 질문을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속이는 것과, 진실을 밝히고 그 사람이 고통스러워지는 것. 태형의 굳은 표정만큼, 진지하게 생각한 윤이 한참 있다 답을 내놨다.
“나라면,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을까요. 그 사람의 의사를 존중할 것 같아요. 속이는게 꼭 나쁜 의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앎으로써 그 사실 자체가 그 사람에게 독일수도 있잖아요. 왜요,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사실이 있어요?”
되받아 물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윤이의 눈동자에 태형이 잠시동안 응시하다가 굳어져 있던 표정을 풀며 말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아는 것이 꼭 행복일까. 라는 글귀가 있었는데, 당신 말을 들으니 그 글귀가 생각나네요. 당신은 앎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은 제대로 내놓지 않고 묘하게 비틀어진 주제에, 윤이 늘 이런 식이야. 라고 생각하곤 말했다.
“오래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살아 본 경험에 의해 이야기하자면 아니요, 에요. 알면 불행해지는 일들 또한 있으니까요. 그런 거짓들은 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지켜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자못 진지한 대답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낀 윤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주제를 바꾸어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그 비녀는 왜 산거에요? 나는 나 주는 줄 알았는데.”
“아, 이 비녀요?”
다시 표정을 굳혔던 태형이 덧붙혀진 윤이의 말에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비녀를 꺼냈다. 자수정과 문스톤을 비롯해 보석들이 세공되었고, 보랏빛을 띄는 유리구슬이 매달려있는 비녀가 달빛에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그 비녀를 내려보던 태형이 자신의 반대손에 있던 음식들을 내려놓고 윤이의 뒤로 가서 섰다. 뭐하는거지, 하고 의아해하던 윤이의 곧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태형에 놀라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씁, 가만히 있어요.”
자신의 귓가 가까이 들려오는 태형의 낮은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귓가에서 느껴지는 태형의 숨소리에 제 숨을 멈춘 윤이, 평소와 다르게 자연스레 늘어트린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태형의 손길에 집중했다. 사락, 스르륵. 몇번의 소리가 나더니 틀어올려진 자신의 머리와 느껴지는 무게감에 윤이 어색한 듯 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미인. 태형은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제국 최고의 미인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가슴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자신이 선물한 옷, 장갑, 모자와 자신의 손으로 틀어올린 머리카락에 꽂힌 저 비녀까지. 온통 자신의 것으로 꾸며진, 자신의 황태자빈이라니. 비녀는, 보면서 반짝였던 윤이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산 것이었고 제 눈에는 전혀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던 것이었다. 헌데 그녀의 머리에 꽂히니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반짝였다. 밤 하늘 같이 어두운 머리카락에 반짝이는 별과 달 같이. 자신의 숨결에 바싹 긴장하는 그녀도 귀여웠고, 상점을 구경하며 눈을 반짝거리던 그녀도 예뻤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그녀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태형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기 힘들어 하던 그 때,
“월아, 저기 봐요!”
머리를 어색하게 만지작 거리던 그녀는 어디가고 밤 하늘 가득 쏟아지는 유성우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만이 제 앞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태형이 윤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유성우를 보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 진대요. 어서 소원 빌어봐요.”
그 말에 눈을 꼭 감고 무어라 소원을 비는 윤을 바라보던 태형 또한, 헛된 미신이라고 믿었던 그 말에 진심을 걸어 보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유성우가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그 하늘보다 아름다운 두 남녀가 제 진심을 별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
야시장에 다녀온 이후, 윤이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점차 황궁에 적응이 되기도 하였고, 태형과 함께 유성우를 보고 난 후 태형이 외로움이 좀 먹던 제 마음을 밝은 기운으로 채워준 탓도 있지만, 제 본가의 시종들이 조용히 드나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아무래도 본가의 시종들이 더 친숙하고 더 편하게 느껴졌고, 그들이 가져오는 편지와 자신이 본가에서 자주읽던 책 같은 것들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떨쳐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오늘도 본가에서 시종이 와 저번에 제 오라버니에게 썼던 편지의 답장을 가져다 주려나, 기다리고 있던 윤이의 눈 앞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가 등장했다.
“…오라버니?”
“오랜만이다, 윤아.”
제 앞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편지를 건네는 남자는, 제 2 후작가의 장남이자 차기 가주가 될 윤기였다. 저가 결혼하기 전 이미 황궁을 들락날락하던 윤기였지만 황태자 궁은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자신의 혈육을 만날줄은 몰랐던 윤이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가, 곧 눈물이 들어찼다. 편지를 주고받았을때는 실감하지 못했던 본가와 제 혈육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윤기가 웃어야지 왜 울어, 타박하면서도 윤을 감싸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 남자가 웃으며 지켜보았다.
“여긴, 아니, 음, 차를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출입하셔도 괜찮으십니까? 아니 근데 왜 어떻게…”
윤기에게 안겨 눈물을 뚝뚝흘리던 윤이는 금방 정신을 차리곤 우왕좌왕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라하는 윤을 진정시킨건 윤기였다. 시종을 불렀다가, 윤기에게 질문을 했다가 하는 윤이의 손을 잡아 테이블에 앉힌 윤기가 들어선 시종에게 윤 대신 차를 준비하라 일렀다. 자신에게 손이 잡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막내누이를 다정하게 본 윤기가 손을 토닥이며 조곤 조곤 말했다.
“차는 내가 말했고. 여기는 누군가가 네게 가봐도 좋다고 하셨고, 나도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 출입은… 이 궁의 주인이 허락하였으니 걱정말거라.”
자신의 손에 전해져 오는 온기와 다정한 눈빛, 조곤조곤한 말소리에 금세 차분해진 윤이 윤기의 손을 꽉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오라버니.”
그 말에 황궁에서 겪은 외로움과 고독, 힘들었을 그 감정들이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아 윤기가 애틋하게 제 동생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버지가 거절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자식이 귀하다지만, 제 막내 동생은 더 귀하게 큰 아이였다. 첫째인 저와 둘째인 여동생이 있었으니 가문을 누가 이어야하냐는 문제는 이미 해결된 상태였고 저와 여동생과 많이는 아니더라도 나이차이가 나는 늦둥이였으니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였다. 저와 제 여동생이 받았던 후계자 교육도 막내 동생에게는 받게 하지 않았다. 귀하고 곱게만 길러 자신이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과 결혼하게 하든, 하기 싫다고 하면 재산과 함께 분가를 시켜 혼자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게 할, 그런 아이. 한치의 미움도 받지 않고 오롯이 사랑만 받고 자라 사랑스러움을 가득 뿜어내는 그런 아이. 그런 아이가 황태자비도 아닌 빈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황가의 식구가 된다고 하였을 때, 온 집안 사람들이 제 아버지에게 거절하기를 바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다. 의례적으로 온 청혼서에 허혼을 하고, 결혼을 준비하였다. 예에 어긋나지 않게, 과시하려 화려한 예물을 준비하거나 하는 것도 아닌. 어떻게 보면 조용한 결혼식을 마친 후 윤기는 아버지의 집무실에 찾아가 물었다. 자신의 가문정도면, 거절한다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하지 않을 텐데 왜 아무 말없이 결혼을 허락했냐고. 귀하게만 자란 누이가 그 험한 황궁에 들어가는 걸 왜 아버지는 말려주지 않았냐고.
제 아버지의 답은, 복잡한 계산의 결과가 아니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아버지는 말했다. 황후의 세력이 크고 그를 막을 세력은 없으니, 자신의 막내딸이 황궁으로 들어갈 것은 명확한 일. 이왕이면 현 황제의 후궁이 아닌 황태자의 보잘 것 없는 빈으로 들어가서 황후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엄청난 행복을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그저 조용히 너무 힘들지 않게 살아냈으면 한다고. 그래서 어떠한 조건도 붙이지 않고 조용히 허혼한 뒤 조용히 결혼을 준비한 것이라고. 자신의 귀한 막내딸이 그 어지러운 황궁에서 어디 다치지 않고 평안히 살았으면 좋겠어서 그랬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등이 그날따라 작고 힘들어보였다. 제 2 후작가의 가주가 아닌 저와 제 두 여동생의 아버지로 말하는 그 고백이 윤기에게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종이 내온 차를 마신 윤이, 많은 것이 담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윤기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편지에도 썼잖아요, 황태자 전하는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용히 뿌리내리며 살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라버니.”
“나를 보자마자 울기나 하고, 퉁퉁부운 눈으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퍽이나 잘 믿겠다.”
“……그냥 오라버니랑, 언니랑, 가족들이 많이 보고싶었을 뿐인 걸요.”
감출 수 없이 묻어나오는 쓸쓸함이 윤기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하다. 한참의 침묵끝에 나온 윤기의 말에, 윤이 윤기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아주 많이 본가 식구들이 보고 싶지만, 이렇게 오라버니라도 와 줬잖아요. 오라버니는 최선을 다하는데 왜 미안해해요.”
제 어린 막냇동생은 제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에도 이렇게 말했다. 하기 싫으면 아버지께 가서 하기싫다고, 죽어도 못하겠다고 말씀드려. 윤기의 말에 윤이는 담담히 말했다. 이것 또한 아버지의 뜻이 아닐텐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으면 이기적일 법도 한데도 남을 생각하는 사려깊은 아이.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는 제 막내 동생과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가 윤기는 해가 다 질때가 되어서야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남매간의 애틋한 인사를 주고 받은 뒤, 본가로 돌아가려 황태자궁 정문에 다다랐을 무렵일까.
“…….이야기는 많이 하셨…소?”
제 앞에 있는 황태자와 그 시종들에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한 윤기가, 예. 하고 짤막히 대답했다. 그 답에 보일 듯 말듯한 웃음을 지은 황태자가 윤기의 귓가에 속삭였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와달라고. 자신은 돌볼 수 없는 자신의 황태자빈을 챙겨 달라고.
-
1화에 말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이 글은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글입니다. 배경은 동서양이 섞였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아요. 의복은 로코코 시대에서 현대적으로 변형한 그런 의복들이에요. 비녀 또한, 머리를 틀어올릴때 쓰는 장신구 중 하나입니다.
이번편은 윤기가 등장했습니다. 제 2 후작가의 차기 가주이자 1남 2녀중 맏이입니다. 흑발에 하얀피부, 그와 대조되는, 머리카락과 꼭 닮은 까만 눈동자를 가졌습니다.
이 이미지 참고해주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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