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부기옹앤옹에 대한 필명 검색 결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부기옹앤옹 전체글ll조회 196l 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2 下 (재업로드) | 인스티즈

House of Cards


12下. 과거下




※복구되지 못한 11 ~ 14화의 재업로드입니다.※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2 下 (재업로드) | 인스티즈

황민현. 
그 이름에선 타 들어가는 향 냄새가 난다.










약 10년 전, 그러니까…… 제 13대 카드 전쟁이 발발하던 해. 그 해의 겨울. 유달리 눈이 오지 않았던 해이기도 했다. 황민현은 겨우 15살이었고, 나는 그보다 3살 아래 12살이었다. 당시 스페이드의 최고 권력자는 킹과 퀸, 바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장남이자 수트의 후계자였던 황민현, 그리고 막내딸이었던 나. 

후계자의 존재는 그가 15살이 되어 공식적으로 후계로 인정받기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된다. 그 존재를 아는 건 킹과 퀸, 잭, 에이스 정도. 나의 부모는 두 자식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걸 절대적으로 꺼렸다. 자식의 존재가 노출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약점을 세상에 알리는 것과 같았고, 스스로를 타깃으로 내거는 행위였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자식들을 끔찍이도 사랑하셨고, 따라서 우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자 하셨다. 그 결과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으나…… 황민현은 달랐던 모양이다.

황민현과 김종현은 소꿉친구였다. 김종현은 당시 에이스의 아들이었다. 킹과 퀸의 아들, 에이스의 아들. 둘이 같은 해 태어났으니 친할 수 밖에. 둘은 늘 같이 다녔다 (고 했다). 김종현은 나의 존재를 알았다. 그는 아주 가끔 황민현이 자리를 비울 때 그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내게는 둘째 오빠 같았다. 처음엔 한 달에 겨우 몇 번 나를 챙기던 그가, 나중엔 아예 날 데리고 다녔다. 그와 함께 드문드문 자리를 비우던 황민현은, 어느새 그가 없는 게 더 당연해질 정도로 바빠졌다. 소꿉친구에서 그의 수족이 되기까지 15년이 흘렀고, 되고 난 후 10년이 더 흘렀다.

그래, 10년 전 그 해는 제 13대 카드 전쟁이 벌어지는 해인 동시에…… 황민현이 킹으로 즉위하는 해이기도 했다.















13번의 전쟁. 130년의 세월. 스페이드 정권은 그 사이 8번이 바뀌었다. 노쇠로 죽을 때까지 제 자리를 지킨 지도자도 있었던 반면,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위험들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자들도 수두룩했다.

나의 부모님은 후자였다.

나는 그들이 스페이드의 킹과 퀸임을 알았으나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진 못했었다. 그들이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도 알았으나 나는 막을 힘도 의지도 부족했다. 그래서 전쟁을 겨우 일주일 앞두고도 나는 어김없이 어리광을 부리며 말썽을 피웠다. 

13대 카드 전쟁. 전쟁에서 스페이드는, 지난 130년 간 언제나 그랬듯이 승리를 가져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기는 최고조였다. 발발하기도 전에 우리는 우리의 승리를 축하했고, 거리는 잔치 분위기였다. 모두가 미쳐버린 것 같았다고, 후에 종현이 그 일을 기억하며 내게 말했다. 모두가 마약에 취한 것 같았다고. 도시는 마치…… 군인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맨몸으로 사자를 맞서야 했던 콜로세움의 노예들, 그리고 높다란 좌석에 앉아 그의 죽음을 바랐던 수많은 관객들…… 전쟁은 하나의 오락이 되어있었다.

그건 치명적인 실수였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전쟁 발발 이틀 만에 나의 부모님은 사망했다.

130년, 무적무패의 역사.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던 스페이드에게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었던 수트는 다이아몬드 하나뿐이었다. 스페이드가 뛰어난 조직력과 군사력에 의지했었다면 다이아몬드는 재력과 인구를 과시하곤 했다. 예부터 두 수트는 좋은 라이벌로서 서로를 대했다. 그래,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둘의 관계는.

그들이 스페이드의 킹과 퀸을 암살하기 전까지는.

무슨 심산에서 그들이 그런 전략을 내세웠는지는 알 턱이 없었고, 나는 그 당시 제대로 상황에 대해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후에 자료를 뒤져가며 알게 된 사실은, 단지 나의 부모는 폭사하였다는 것. 중립 지구에 들렸다 본 기관으로 돌아오던 중, 차량이 폭발하며 숨졌다는 것. 흔히 안심 지역인 줄 알았던 중립구역에서.

분노에 들끓었다. 전 시내가. 추모의 물결과, 광기와 분노, 원망에 눈이 뒤집힌 자들. 순식간에 축제는 막을 내리고, 전쟁의 살의만이 남은 자들. 예로부터 충(忠)을 중시했던 스페이드의 시민들이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학살의 전조였다고, 종현이 회상하곤 했다.

스페이드의 킹과 퀸을 죽인 것. 그 자체는 죄가 아니었다. 단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을 뿐. 암묵적으로 수트들은 특별한 악감정이 있지 않거나 혹은 상황이 몰아가지 않는 이상 상대 수트의 지도자를 살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계획적으로, 상대 수트에 첩자를 심어놓고 암살을 시도하였으니 전국적 비난을 받는 건 타당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그래도, 그 계획으로 인해 다이아몬드는 서열 최상위를 독점했고, 스페이드는 밀려났다.

그러나 그들은 어기지 말았어야 할 단 하나의 룰을 어겼다; 중립 지역에선 그 어떤 수트도 딜러의 허가 없이 정치적, 군사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그건 절대로 깨서는 안될 절대 법이었다. 중립 구는 유사 신성시되는 지역. 다이아몬드는 이제 비난과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딜러는 즉각 판결을 내렸다. 전쟁 4일 차, 다이아몬드는 사흘 간 모든 정치적/군사적 시설을 압수당하며, 그 정부는 일시적으로 폐쇄. 타 수트와의 유사 접촉, 전투, 또는 협상 등의 금지. 사실상 일시적 소멸을 의미했다. 다이아몬드의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건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자신들의 죗값을 치르는 사흘 동안, 다이아몬드는 제 총 병력의 3분의 1을 잃었다.

스페이드 킹과 퀸의 자리가 공석이 되자, 즉시 그 후계자가 즉위했다. 그래, 나의 오빠 황민현.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인정받은 지 겨우 3개월 만에 그는 킹의 자리에 올랐다.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사기는 떨어지고 분노와 슬픔만이 남은 군사들을 데리고 황민현은 제 첫 명령을 내린다.

다이아몬드 중앙 구로 진격할 것.

비로소 대학살의 시작이었다.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모두가 죽어나갔다. 군사의 대부분을 다이아몬드령으로 출병시킨 황민현은, 남은 소수의 병력으로 자국민들을 솎아냈다. 그는 정권의 대청소를 감행했다. 오래된 자들. 당시 잭과 에이스도 예외는 없었다. 대부분의 고위직들이 쓸려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다.

내부가 어지러운 만큼 외부는 지옥이었다. 복수? 그게 복수라고 할만한 광경이었는가? 겨우 사흘, 사방에서 스페이드가 쳐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대피 명령을 내릴 권한이 말소되었던 다이아몬드의 정부. 그리고 맞서 싸우지 못한 그들의 군사. 총칼을 잃고 도망치기 바빴던 자들. 그들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채 목을 도려냈던 스페이드의 군사들과,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서로를 욕하던 각자의 시민들.

그 난리통의 한 가운데, 얌전히 집을 지키던 내가 있었다.

겨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만 전해 듣고 집 안에서 훌쩍이던 나.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렸다. 학교는 당연히 문을 닫았고, 나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나는 애초에 알려지지 않은 자식이었고, 황민현은 이제 스타였다. 나는 중간중간 집에 들려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아주머니(아마도 황민현이 보낸)만을 동지로 삼았다. 나는 괜히 그녀에게 말을 걸곤 했으나, 그녀는 대답 없이 제 할 일만을 하고는 떠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벙어리였다. 아마 내 정체가 드러날까 일부로 그녀를 고용했던 거겠지. 아무튼 나는 그렇게 지독한 감금생활을 계속했다.















다이아몬드의 사흘 간의 지옥이 끝나고 정부가 다시 제 위치를 돌려받았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흰 깃발을 내거는 것이었다.

무기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군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시점에서 그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항복을 받아들인 스페이드 측은 전 군사를 철수시켰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항복 직후, 스페이드의 타깃이 자신들에게 돌아올까 두려웠던 하트와 클럽이 거의 동시에 항복을 선언했다. 미쳐 날뛰는 스페이드를 이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스페이드는 다시 한 번 승리를 얻었고, 130년의 영광은 지속되었다.

종전이었다.















장례식은 종전 선언 다음 날 치러졌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나 빼고는. 검은 옷의 사람들, 역시 검은 옷을 입고 조문을 지키던 황민현, 그런 황민현 대신 나를 달래던 김종현, 향 냄새로 지독했던 엄마아빠의 영정사진…… 12살의 나는 알 건 다 아는 시기였으나 부모님께서는 나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셨던 모양이다. 김종현의 손을 잡고 떼를 쓰던 나와, 다시 없을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던 황민현과, 쩔쩔 매며 내 눈물을 닦아주던 김종현.

아무도 내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모님의 친척들 중 어린 아이들이 몇몇 있었으나 서로 처음 보는 사이었던 나는 내 친족인 줄조차 몰랐다. 나는 구석에서 조용히 울었고, 종현은 필사적으로 나를 그곳에 가두어 놓으려고 했다. 남에 눈에 띄면 좋을 게 없었으니.

관이 실려나가고 그 시꺼먼 차를 뒤따르며, 나는 여전히 오빠에게 안아달라고 떼를 썼다. 그 때가 와서야 엄마아빠가 없다는 것이 어렴풋이나마 실감이 났고, 그래서 더 오빠에게 매달린 걸지도 모른다. 관을 싣고 식장을 나가는 차와, 그 차를 뒤따라 나가던 오빠의 옷소매를 잡았다. 오빠, 가지 마. 황민현은 그 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김종현만 나를 달랬을 뿐. 내가 황민현의 손을 잡았고, 그는 곧바로 매섭게 뿌리쳤다. 그 여파에 내가 뒤로 밀려 넘어질 정도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얼굴이 말했다.



“앞으로 나보고 오빠라고 부르지 마.”



그래, 그게 마지막이었다. 

황민현은 그대로 조문행렬을 앞장섰고, 김종현은 넘어진 날 일으켜 내 오른손을 꼭 쥐었다. 이름아, 울지 마. 울지 않을 수가 없었어. 나는 그 날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전부 잃었으니까. 가족을 전부 잃고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 지를 몰랐어. 그래서 그냥 울었어. 멍청하게, 김종현의 손을 놓지 못하고. 그게 마치 오빠의 손인 마냥 놓지 못하고……















그리고 내 인생은 뒤바뀐다. 나는 당시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제나저제나 나의 ‘오빠’가 돌아오길 바랐다. 하지만…… 며칠, 몇 주를 기다려도 오는 건 여전히 가정부 아주머니뿐이었다. 나는 방치되었다.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 그 때 새로운 사람이 찾아왔다. 김종현이었다. 오랜만에 아는 얼굴을 본 나는 신나서 그를 반겼다. 싱글벙글 웃는 나와는 달리 종현은 난처한 듯, 어색한 듯, 어정쩡하게 무릎을 굽혀 나와 눈을 맞췄다.



‘종현 오빠! 우리 오빠 언제 와?’

‘……이름아.’

‘오빠 나한테 왜 화났대? 나 집에 얌전히 잘 있었는데……’

‘……민현이는 이제 안 와.’



왜? 왜 안 온대? 내가 너무 미워서 안 온대? 내가 잘못했다고 전해줘. 이제 나 안 울게. 떼도 안 쓸게. 공부 열심히 할게. 오빠, 나 오빠 보고 싶어. 종현 오빠, 우리 오빠 데리고 와. 둘이 친하잖아. 왜 안 온대……



‘미안.’



민현이는 이제 네 오빠 안 한대. 싫어, 우리 오빠 데리고 와. 그리고 엉엉 울었다. 종현은 날 슬쩍 끌어안고 다독였다. 미안. 미안해. 그게 다였다. 

그리고 황민현은 정말로 오지 않았다.















적자가 후계를 잇는 스페이드는 보통 킹과 퀸 사이에 한 명의 자식만을 두는 것이 암묵적인 원칙이었다. 후계자 선정에 있어서 발생할 문제들, 수트 내의 대립, 자식들간의 경쟁을 막기 위해서 택한 방침이었다. 따라서 집안의 둘째였던 나는 곧 내 3살 위 오빠를 정치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라고 인식될 것이었다 (내가 자식인 게 알려졌다면). 

아마 그게 이유였을 것이다.

역시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그 때 종현은 진작 에이스로 임명된 뒤였다고 했다. 15살짜리 킹에, 15살짜리 에이스라니. 그러나 둘 다 적자였다.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그건 황민현의 계획의 일부였다. 전쟁 중 다이아몬드를 향한 적의를 마음껏 풀게 하고, 배신자를 싹 다 처단한다는 명분 하에 자국민을 처형했으니 당연히 그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정권을 꾸린 그는 이제 진짜 즉위할 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즉위식이 열렸다. 대부분의 텔레비전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행사를 나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황민현이 어쩐지 갑자기 성숙해 보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때까지도 나는 그를 그리워했다. 화면 속의 그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저는 이번 전쟁으로 제 가족을 모두 잃었습니다. 제게 남아있는 건 분노와 슬픔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 조직의 지도자가 된 저에겐, 잃은 것들보다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이 생겼다는 걸, 이제 깨달았습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는 절대로, 지난 수치를 잊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그들은 죗값을 치를 것입니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죄를, 그들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에겐 10년의 세월이 남았습니다. 이 10년 안에 제가 무엇을 이뤄낼 것인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거짓말 치지마. 네 가족 아직 남아있잖아.

이후 나는 이사를 갔다. 종현이 권유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함께 지내던 집에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은 나도 싫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서도 살 만한 작은 평수의 오피스텔로 옮겨졌다. 황민현이 보내던 가사도우미는 중학교 입학할 때쯤 내가 거부해서 더 이상오지 않았다.
 
황민현은 매달 꼬박꼬박 내 생활비를 부쳤다. 언제 개설되었는지도 모르는 통장에 다달이 300만원이 들어왔다. 아마도 자동 이체였겠지. 그는 내가 살아있는 지도 몰랐을 텐데. 관심도 없었을 텐데. 내가 아직 미성년자였을 땐 늘 종현이 보호자 역할을 대신했다. 고등학교 때, 독감으로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는 병원은 군말 없이 종현의 서명을 용인했다. 후에 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황민현이 법적 보호자가 아니냐고. 종현은 난처하게 웃었다.

그 때 알았다. 법으로도 우린 이제 완전히 남남이었다고. 어떻게 조작이 가능했을까? 그 의문은 가질 필요도 없었다. 황민현은 절대권력이었다. 그는 이제 내 서류상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뿐이었을까? 내 서류엔 부모님의 성함조차 등재되어있지 않았다. 친족관계 없음. 그게 나였다. 다 가졌었지만 다 빼앗겼던.

차차 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황민현은 날 버렸다. 

황민현은 내가 죽기를 바랬을 거다.

그래서 모든 걸 가슴에 묻었다.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신 지도 제대로 모르는 딸이 무슨 힘이 있었을까? 다시는 입에 담지 않기로 했다. 다시는 생각도 않으리. 황민현. ‘오빠’의 존재. 애초부터 가족이 없었던 것처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고…… 매일 사방팔방에서 황민현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황민현이 날 버렸음을 확인사살 당한 그 날부터 나는 악몽을 꿨다. 그곳은 언제나 장례식장. 그 날의 기억. 온통 새카만 덩어리들이 옹골진 곳. 단 하나도 검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여전히 김종현의 손에 붙들려있었고, 황민현은 등을 돌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검은 등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난다. 오빠, 우는 내가 있다. 울음소리에 먹혀 들어가는 웅얼거림 속에서도 오빠, 한 단어는 또렷하게 말하고 있다. 오빠, 손 잡아줘. 나는 칭얼댄다. 오빠는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오빠, 안아줘. 오빠는 안아주지도 않는다. 오빠, 이제 엄마랑 아빠 못 본대. 내 울음소리가 커져간다, 듣기 싫을 만큼. 오빠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울지 마, 이름아. 종현이 나를 달랜다. 나는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오빠.



‘앞으로 나보고 오빠라고 부르지 마.’



그리고 그는 가버린다. 검은 사람들이 멀어지는 오빠의 등을 가린다. 오빠, 가지 마. 오빠는 간다. 나는 눈을 번쩍 뜬다.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고 얼굴엔 눈물줄기가 가득하다. 쥐가 난 듯 무겁고 아픈 팔다리에 그제서야 현실임을 깨닫는다.

10년을 그렇게 지냈다. 스스로를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황민현이 원했던 거였으니까. 나는 출처가 소멸된 사람. 과거도 미래도 부정당한 사람. 나의 썩은 뿌리에는 아무런 가지가 없다.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내 주변도 다 죽었는데.

다만…… 그 악몽만이 멈추길 바랐다. 더 이상 꾸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가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믿었거든. 이제 황민현을 봐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왜냐하면 난 죽었으니까.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 악몽을 꾸고 깨어날 때마다,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나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평생을 이렇게 비참하게 살다가 죽을 거라고. 황민현은 내가 죽어버리기를 바라지만, 나는 절대 스스로를 죽일 수 없을 거라고. 악몽을 꾸는 건 날 두렵게 만듦과 동시에 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모든 게 다 무너졌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건 죄였다.





*

※복구되지 못한 11 ~ 14화의 재업로드입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77 부기옹앤옹 11.07 00:5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67 부기옹앤옹 10.13 20:33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55 부기옹앤옹 10.06 21:43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45 부기옹앤옹 10.03 22:16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35 부기옹앤옹 09.30 20:20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2 부기옹앤옹 09.30 03:00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14 부기옹앤옹 09.28 18:5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04 부기옹앤옹 09.27 23:00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94 부기옹앤옹 08.31 19:09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85 부기옹앤옹 08.29 18:00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7 + 암호닉5 부기옹앤옹 08.18 17:59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5 부기옹앤옹 08.16 16:0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53 부기옹앤옹 08.10 22:0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4 (재업로드)4 부기옹앤옹 08.09 16:45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3 (재업로드)2 부기옹앤옹 08.09 16:25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2 下 (재업로드) 부기옹앤옹 08.09 16:1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2 上 (재업로드) 부기옹앤옹 08.09 16:04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1 (재업로드)1 부기옹앤옹 08.09 15:39
워너원 House of Cards 작가입니다 재업 관련 공지3 부기옹앤옹 08.08 22:05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05 부기옹앤옹 06.06 00:5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94 부기옹앤옹 02.25 01:51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83 부기옹앤옹 02.06 14:51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72 부기옹앤옹 02.01 01:2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64 부기옹앤옹 01.25 00:2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54 부기옹앤옹 01.23 19:01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49 부기옹앤옹 07.22 01:43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37 부기옹앤옹 07.08 16:55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