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너를 거짓으로 좋아한 적이 없었다. 네가 장난으로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내가 난 별로라는 대답을 내놓을 때에도, 난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너를 처음 만났던 날이 언제였지, 기억을 되짚을 때면 항상 그때로 돌아가서 너를 다시 만나고 오는 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은 고등학교 2학년, 1학년에서 갓 벗어난 아이들이었다. 그때는 한 학년 위로 올라간다는 게 그냥 설레고 기뻤었다. 나는 내 기쁨을 느끼느라 공부는커녕 손에 샤프 하나도 잡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본 모의고사는 당연히 망했다. 집으로 가기 전에 혼자 학교에 남아서 목이 쉴 때까지 펑펑 울었다. 그래, 나는 내가 혼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 울고 집에 가려고 일어나던 참이었다. 고개를 올리기도 힘들어 책상만 보며 눈물을 닦고 있을 때였다. 내 시야에 하얀 손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걸로 닦으라는 말과 함께 건넨 휴지 몇 장이 보였다. 혼자 집에 가는 버스에서 그 휴지를 붙들고 또 울었다. 쪽팔려서. 그때가 처음 말을 섞었던 때였다. 그냥 네가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친해지고 싶었다. 네 다정함에 빠져 허우적댈 나는 상상조차 못한 채로. 내가 너를 처음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날은 2학년 겨울 방학이었다. 그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의 연락도 다 무시하고,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았었다. 친구들에게서 오는 전화나 문자는 모조리 무시하고 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너에게도 문자가 왔었다. '여주야, 뭐 해? 네 소식 듣고 싶은데, 친구들한테 물어도 다 모른다고 해서 그냥 내가 연락 넣어. 애들이 다 너 많이 보고 싶어 해. 나도 보고 싶고.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나 걱정해. 이거 보면 꼭 답장 줘. ' 네가 걱정한다는 게, 그 와중에도 너무 기뻤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좋았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이들에게서 온 문자들 중에 네 문자만 특별했다.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 있잖아, 재현아. 나는 아직도 네가 보고 싶어.
| 항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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