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언제나 아프다 上
-독방 탄소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글입니다
그래, 오늘만큼은 솔직해지자. 나는 사실 대학을 호기심 때문에 왔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 있지 않은가. 내 일 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 그래, 내가 딱 그런 사람의 정석이다. 내가 흥미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 들어도 금방 다 잊어버리는 그런 사람. 그래서일까 나는 친구들이 입시 준비를 한다고 바쁠 때, 홀로 운동장에서 축구하기 바빴고, 남들이 나를 이상에만 빠진 사람이라며 손가락질 할 때에도 옆 반의 예쁜 여자 애 생각을 하기 바빴다.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당신 또한 날 손가락질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손가락은 다시 접어두길 바란다. 난 결국 대학에 왔고, -자의적인 건 아니었지만- 대학 생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좋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대학을 어떻게 왔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호기심이 생겨서.
처음엔 대학에 관심조차 없었다. 난 그저 흥미 있는 축구만 하면 되었고, 나와 축구를 함께 해주는 친구들 또한 많았으니까. 조금 내 자랑을 하자면 이런 날 멋지게 봐주고 날 좋아하는 여학생들도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나와 함께 축구를 해주는 친구들이 적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 고등학교 2학년 초반까지는 그래도 축구를 간신히 할 수 있긴 했다. 그런데 2학기가 되자 축구를 3대 3으로 진행해야 되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11대 11, 그러니까 22명으로 진행하는 축구를 어찌 6명이서 할 수 있겠는가,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자 꽤나 충격을 받은 나는 친구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나랑 축구 한 판만 뛰자니까? 그게 그렇게 어려워?”
“야, 전정국. 나도 공부는 해야 대학을 가지 인마.”
“지금 축구한다고 대학을 못 가냐, 어? 딱 한 판만 하자”
“인마, 정신 차려. 대학은 가야 나중에 뭘 하지.”
대학이 뭐길래. 매번 대학을 핑계로 축구를 거절하는 친구들을 보며 혼자 속으로 쌓아오던 오기이다. 대학이 뭐라고. 대체 왜 내 축구를 방해하는가. 이러한 오기로부터 시작된 대학을 향한 생각이 결국은 ‘대학에 가면 재미있나?’ 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래, 나도 인정한다.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멍청했고, 누구보다 재미가 우선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대학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대학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뻔한 학생들 중 한 명이었기에.
대학을 가기로 결심한 뒤, 내가 제일 안도했던 건 지금까지의 성적이 아주 바닥은 아니라는 거다. 꼴에 시험 기간이라고 친구들이 말하고 공부하는 걸 주워 들어서인지 대학 가기에 무리인 성적은 아니었다. 그저 축구가 좋았던 학생이었을 뿐, 학교를 안 나온다든가 선생님께 개긴다든가 하는 막 나가는 학생도 아니었기에 생기부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건 ‘남은 학교 생활을 얼마나 더 성실하게 하느냐.‘ 이거였다.
대학에 가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1년 반을 정말 죽은 것처럼 보냈다. 매일을 학교, 독서실, 집 그리고 또 학교, 독서실, 집. 뭐 이런 생활 방식으로 살다 보니 나중엔 시간 개념도 사라지더라. 정말 내가 그냥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다. 이런 생각으로 살았다. 그리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수능을 치는 날이더라. 웬일인지 수능 성적 또한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상향으로 쓴 대학 또한 추합으로 합격했다. 역시 나는 하늘이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유롭고 즐거운 캠퍼스 로망을 꿈 꿨다.
그리고 내가 멍청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입학 며칠 뒤였다. 대학, 캠퍼스, OT, 성인, 새출발. 처음엔 모두 설레이고 괜히 들뜨던 것들이었는데 금방 흥미를 잃어버렸다. 대학교는 재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대체 누가 대학에 가면 즐겁다고 한 것인가. -물론 아무도 그리 말하지 않았다. 내가 혼자 멋대로 생각하고 내린 결론일뿐-
전 날에 술을 진탕 퍼부은 상태로 수강 신청을 해서 그런가. 이번 수강 신청이 망했다. 교양 하나를 잘못 선택해서 오전 수업을 듣게 되었고, 공강 또한 없다. 이번 학기만 끝나고 군대 가야지. 이런 생각으로 아침에 괴롭게 일어나 대충 준비하고 일어나 교양 수업을 갔다. 다들 나와 같이 수강신청을 망한 건지 아침부터 죽을상으로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아 그건 사실 꽤나 웃겼다. 나만 망한 게 아니라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너무 나쁜 놈으로 보려나. 수업 시작 시간이 조금 지나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출석 체크를 하고, 매번 그렇듯 지각생이 있고. 그래, 여기까진 내 일상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이 뒤로 일어난 일이 내 일상을 온전히 바꾸어버렸다.
뛰어온 듯 숨을 가쁘게 내쉬던 지각생이 너라는 것. 너의 달달한 향이 내 코 끝을 찔렀다는 것. 네가 내 옆에 앉았다는 것. 지각한 게 민망한 듯 붉어진 네 얼굴이 예뻐 보였다는 것.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친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는 것.
널 향한 내 모든 감정의 시작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내 첫사랑, 바로 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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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서 한 탄소가 움짤과 함께 올려준 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올리게 된 글이에요! 글은 처음 써봐서 많이 미숙할 텐데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 혹여나 좋은 소재를 제 욕심에 제가 망친 건 아닌지 걱정이 큰데 부디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셨음 해요. 영감 준 탄 너무 고맙고 읽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해요 글은 총 上, 中, 下 그리고 외전으로 나누어 올라올 것 같네요! 그럼 다들 안온한 밤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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