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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妖怪)는 식인괴. 동물의 모습으로 사람을 잡아먹는다고는 기이한 것이라고들 하지. 옛사람들로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요괴적서(妖怪籍書)에 따르면, 요괴는 보통 안개가 자욱이 깔려 음의 기운이 가득한 숲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요괴는 음의 세계에서 살다, 음과 양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때 지상에 나타나 인간을 잡아먹곤 했다고 전해졌다. 

 

그들이 지상의 땅에 발을 내밀어 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생명은 소멸하고 인간은 노예가 되리라.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는 요괴들은 뛰어난 분신술로 인간과 똑 닮은 모습을 하고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요괴는 개과, 고양이과가 대부분이었다. 굳이 능력의 서열을 따지지는 아니하였지만, 요괴의 세계에서도 신분은 존재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한 개 요괴와 인간 소녀의 이야기이다. 

 

 

 

 

 

 

 

[NCT/이동혁] 미루마신괴이전 1 | 인스티즈 

 

미루마신괴이 

Mutsukee 

 

 

 

 

 

 

 

요즘 세상에 요괴는 말이지, 꽤 똑똑해야 한다고. 인간 뒤꽁무니나 쫓다 잡아먹는 짓은 멍청한 요괴들이나 하는 짓이야. 요즘 인간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재민이 씹히지도 않는 질긴 육포를 질겅질겅 씹었다. 퉤퉤. 뭐가 이렇게 질겨! 이빨로 눌려 볼품없이 변해 침에 떡이진 육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인간들 참 정 없어. 무려 음양전*이 일어난 지 879년이나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이빨 약한 요괴들 배려도 안 해줘?” 

 

*음양전: 요괴와 인간 사이에서 일어난 대전쟁. 

 

재민은 무려 1000년의 세월을 살아온 무시무시한 세월을 건넌 용이었다. 인간들이 예로부터 신성시한다는 그 전설 속 흑룡. 어떻게 보면, 인간들도 참 이상해. 요괴를 신성시하는 게 말이나 되는 건지. 어린 소년의 몸이었지만, 나이가 들었음은 무시할 수 없는지 이빨이 약해진 탓에 이제는 제 친구가 좋아하던 육포도 제대로 씹을 수 없었다. 진공 포장된 편의점 육포 봉지를 들고 있던 재민이 조금 전 자신이 뱉은 육포를 발로 밀어 흙으로 덮었다. 육포야. 아쉽게도 너는 내 취향은 아니다. 대신 개새끼 입속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리고 재민은 지금 그 개새끼를 맞이하러 가는 중이었다. 

 

“어이~ 여우 새끼! 어디 있냐!” 

 

시끌벅적한 아이들도 어른도 없는 텅 빈 놀이터 안에서, 재민은 능청스럽게 크게 소리쳤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그를 맞아주는 것은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재민의 앞에서 모래가 섞인 거친 회오리가 일렁였다. 그 사이, 길고 복슬복슬한 꼬리가 참으로 눈에 띄는 행세였다. 

 

“입 안 다무냐?” 

“그러게 빨리빨리 좀 오라니까.” 

“바쁜 사람 오라 가라야.” 

“인준…. 우린 하나뿐인 친구잖아!” 

“너 같은 놈이랑 친구라고? 내가? 지나가던 개새끼도 웃겠네.” 

“그래서 지금 그 웃어줄 개새끼 찾으러 가잖아.” 

 

허옇게 질린 얼굴. 생기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색과 아름답게 피어난 주황빛 머리카락.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의 엉덩이 너머로 일렁이는 하얗고 큰 꼬리였다. 

 

“리틀 인준이도 왔니?” 

“만지지 말라고, 개새끼야!” 

“야, 서운하다. 너 그새 내가 용인 거 까먹었어? 난 개가 아니고 용이지! 웬만하면 용 새끼라고 해줄래?” 

 

재민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그의 꼬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자 인준이 버럭 성질을 냈다. 알겠어. 알겠어. 숨길 수 없는 재민의 능청스러움은 그가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줄 만큼 자연스러웠다. 

 

“잠든 지 벌써 800년이 넘었군.” 

“어. 따뜻한 봄날이기도 하고, 그 자식, 겨울에 잠들어서 지금쯤 깨우면 딱 좋을 것 같더라고.” 

“난 안 깨울 거야. 그 고약한 성질머리 다시 보고 싶지 않거든. 800년 동안 잠잠해서 좋았는데….” 

 

한때 의식 제어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정신이 쇠약해져, 전쟁이 난 사이에서도 엄청난 폭식량을 자랑하던 대요괴였다. 개과 중에서도 한참 큰 개.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아, 인간이 있는 곳은 싹쓸이했던 놈. 그리고 그는 전쟁이 일어나고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잠들기를 택했다. 전쟁이 끝나고, 피 냄새가 바닷물 비린내로 바뀔 때 즈음에 나를 깨워달라고, 그리 말했더랬다. 

 

“그 괴팍한 놈이 처음 그렇게 말 했을 때 다들 얼마나 놀라던지.” 

“그만큼 트라우마가 심했던 걸지도 모르지. 사랑하는 사람을 제 손으로 죽였으니 말이야.” 

“그래도 멍청한 선택이야.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만큼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은 없지. 그렇게 오랜 시간 잠이 든다고 해도, 어제일 마냥 생생할 텐데.” 

 

잠이 든 기간 동안 괴로운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라고, 그들은 일부러 세상이 바뀌고 육지가 발달하는 오랜 시간 동안 그를 깨우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매번 질리도록 싸움박질을 해대면서도, 사실은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였으니. 

 

“세상 바뀐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 집을 기억해?” 

“그럴 리가. 소유권도 없던 땅이었는데, 아마 무너져서 건물이 들어서고도 남았을걸.” 

“근데 어떻게 찾아가려고?” 

“그 자식이 지니고 있던 펜던트 흔적이 남아있어서 문제는 없어.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자식 묻은 자리에 건물이 안 세워져 있기를 바래야지.” 

 

존나 무책임하잖아, 이 새끼야! 인준이 그의 귀에 버럭 소리를 지르니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헤치다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 어떻게든 되겠지요. 

 

 

 

 

 

 

 

 

두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도 그곳에 큰 건물은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건물이 세워져 있던 빌라 단지였지만, 재개발 공사에 들어갔는지 전부 무너져 콘크리트 잔해물만 굴러다녔다. 

 

용의 눈은 신비한 힘을 가졌다고도 하지. 그들은 인간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요괴들이 놓친 것들을 다시 본다. 쉽게 말하자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셈이다. 재민은 다 무너진 단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척 희미해진 상태였지만, 개의 냄새가 깃든 노란 연기가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온통 난리가 난 단지를 둘러보며 헉 소리를 내뱉는 인준을 뒤로하고 재민이 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이 부근이 맞긴 한가 보네. 죽은 령이 천지야.” 

 

인준은 특이하게도 여우 요괴 중에 령을 보는 능력이 탁월한 요괴였다. 모랫바닥 밑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지옥령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땅을 치며 괴이하게 울고 있었다. 인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재민. 찾았어? 빨리 깨우고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령들이 냄새를 맡았어. 잡아먹으려 온 난리를 피울 거야. 이 정도 숫자면 집이 팔리기는커녕, 주변에 사람 하나 없을 기센데.” 

“…….” 

“나재민?” 

 

언제 저기까지 간 건지, 인준은 제게 끈적하게 달라붙는 지옥령을 뒤로하고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재민의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나이는 들었지만, 시력도 청력도 무엇 하나 안 좋은 것이 없는 용에게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안 들려? 빨리 찾고 가자니,” 

“큰일 났는데.” 

“큰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땅바닥을 쳐다보며 큰일이 났다고 말하는 재민의 행동에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여우가 그의 어깻죽지를 잡아 힘껏 옆으로 밀었다. 

 

“이게 무슨….” 

“어쩐지 갈수록 향이 진해진다 했어. 냄새가 가득했던 공간이 전부 열려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어디 갔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단단히 굳어져 있어야 할 모랫바닥은 거칠게 헤쳐져 그사이에 놓여있던 작은 나무 상자마저도 열린 채였고, 그 안에는 있어야 할 제 친구조차 없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그가 잠들어있던 동안의 시간을 보여줄 낡은 펜던트뿐이었다. 

 

 

 

 

 

 

— 

해당 작품은 타사이트에서 동시 연재 예정입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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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너무 재밌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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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흥미로워요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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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캬아아아악 요괴라니 작가님 소재 너무 좋은거 아닙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기대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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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대박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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