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01
“야 성이름 오늘 중학교 동창회래.”
“ㅁㅁ중?”
“어. 전정국도 나온다던데.”
“중학교 동창회라며..?”
“말만 동창회고 그냥 친하던 애들끼리 만나는 거지 뭐.”
“아 그래..?”
“너 번호 없어서 연락 안된다고 내가 데리고 나오래.”
“나 내일 수업..”
“뭐래. 내일 둘다 공강인데.”
전정국이 나온다는 말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한 탓에 바로 들통이나버렸다.
서로 시간표 꿰고 있는 사이에
내일 수업이라고 거짓말이라니..
“너 옆에 있을테니까 오늘은 가.
오랜만에 애들 얼굴도 좀 보고.”
옆에 있어주겠다는 박우진 말에
거의 끌려오다시피 동창회 장소에 도착했다.
“어? 성이름!!”
“아니 어떻게 된 게 6년 동안 소식이 없었어!!”
졸업을 하고 이런 자리를 계속해서 피한 탓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고 있었을까
“야 전정국! 이름이 왔어!”
옆에 있던 친구의 말에 온몸이 굳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도움을 청하려
눈으로 빠르게 박우진을 찾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옆에 있어주겠다더니
진짜 도움 안돼.
“이름아. 잠깐 나 좀.”
다른 테이블에 있었던 건지
친구가 얘길 하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잠깐 보자며 굳어있는 내 손목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온 전정국이다.
“오랜만이네.”
“..어 안녕...”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바로 앞에 있는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워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이름아”
“6년동안 너 찾아 다녔는데 얼굴 안 보여줄거야?”
6년...?
6년동안 나를 찾았다는 말에 놀라
떨구고 있던 고개가 들려 결국 얼굴을 마주해버렸다.
"이제야 봐주네."
6년 만에 다시 보는 얼굴이여서 그런지
중학생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 신기해
그렇게 한참 말없이 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성이름."
바로 옆에서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왜 나와 있어."
"..어디 갔다 왔어?"
"잠깐 편의점에."
아까 그렇게 찾아도 없던 박우진이
한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든 체로 서있었다.
"너 술 마실 때 초코우유 없으면 안 되잖아."
"아.. 고마워."
"오랜만이네 박우진."
"어. 오랜만이네.
덥다. 들어가자."
박우진은 전정국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는가 싶더니
바로 날 잡아끌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괜찮냐."
"....."
자리로 돌아가며 조용히 괜찮냐 물어보는 박우진에게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전혀 괜찮지가 않았으니까.
"자 다 모였으니까 빨리 한잔씩 하자."
괜히 복잡해진 마음에 친구들이 따라주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빠르게 다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야야 천천히 마셔.
집에서 안자고 밖에서 자려고 그러냐?"
"남이사 어디서 자던 말던 신경 끄지?"
옆에 앉아 잔소리를 퍼붓는 박우진을 째려보곤
잔을 들어 다시 술을 마시려는데
"ㅋ,켁...."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건지
한자리 건너 대각선에 앉아있던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게 천천히 마시라니까."
옆에 있다 나만큼 놀란 박우진이
초코우유를 급하게 뜯어 먹여주는 덕에
사레들려 나오던 기침이 점점 잦아들때까지
전정국의 시선은 나에게 머물렀다.
"뭐야. 갑자기 어디가."
"초코우유 사러."
"기다려. 같이 가."
"됐어. 금방 갔다올 거야."
계속 술을 마신 탓에 같이 마시던 초코우유가 동이 나버려
바람도 쐴겸 편의점을 혼자 간다고 하자
따라온다는 박우진을 뜯어 말려
억지로 자리에 앉혀놓고 혼자 편의점에 갔다.
"안녕히 가세요."
계산을 하고 나와 편의점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많은 우유중 하나를 뜯어 마시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차가워진 바람이 시원해
기분좋게 우유를 마시며
술을 마셔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있었는데
"진짜 초코우유 없으면 안되나 보네."
언제 왔는지 반대쪽 의자에 앉는 전정국이였다.
"처음 술 마실 때부터 먹었더니.. 버릇돼서.."
"아.. 아까 번호 물어보려다 못 물어봐서..
물어봐도 되지?"
"아, 어.. 그럼."
"번호 저장해."
아까 전 갑자기 날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 박우진 덕에
번호를 물어보지 못했는지 나에게 건네는 핸드폰에
번호를 찍어주자
내 핸드폰으로 부재중을 남기는 전정국이였다.
"시간 많이 늦었는데
이따가 데려다 줄게."
"어? 아니야 괜찮아.."
"술도 많이 마셨는데 이 시간에 혼자 위험해."
"진짜 괜찮아!
우진이랑 근처에 살아서 같이 가면ㄷ.."
"이름아."
"어..?"
"내가 데려다주면 안돼?"
"박우진 말고 내가 너 데려다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