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고 포근한 무언가의 소리가 적막을 깬다.
눈을 뜸과 동시에 내 눈에는 환한 빛과 큰 폭포가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게 보이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무가 내 눈을 꽉 채웠다.
마치 도심 속에서 얽매여 살던 나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느낌이다.
그때, 내 옆에선 진동이 울렸고 서둘러 나는 진동이 울리는 곳을 찾으려 주변에 손을 뻗었다.
드디어 손에서는 진동이 느껴졌다.
- 음성사서함에 음성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려면 1번을 눌러주십시오.
- 다시 한번 들으시려면 2번을 눌러주십시오.
나는 망설임 없이 1번을 눌렀고, 수화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잘 지내지? 설마 아직도 바보같이 눈 감고 있는 건 아니지?
내가 널 위해서 내 몸까지 주고 여기에 와있는데 아직도 설마 눈 감고 있는 건 아니지?
제발 부디 살아있길 빌게. 사실 의사선생님께 들었어. 너에게 맞는 장기를 가진 사람이 없다고,
찾는다고 해도 넌 살 수 있는 확률이 2퍼센트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그래도 난 그 2퍼센트에 의지해 보기로 했어, 2퍼센트의 희망을 가지고 장기를기증할 사람을 기다리는데.
너를 살릴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더라?
그래서 결심했어 내 몸을 주기로. 의사선생님은 그래도 괜찮냐며. 그러면 난죽는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괜찮다고 그랬어. 그리고 며칠 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너와, 나는 ....]
내가 음성메시지에 몰입을 할 즈음, 음성 메시지는 야속하게도 1분이 지나버려서 끊기고 말았다.
난 체념을 한 체, 핸드폰을 내 옆으로 던져버리고 잠을 청하려 했다
그리고 2분 조금 지났을까, 진동이 다시 느껴졌다.
핸드폰을 다시 잡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또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음성사서함에 음성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려면 1번...
나는 망설임 없이 또다시 1번을 눌렀고 이어서 나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눈을 감고 있는 너와, 나는 같은 수술방에 들어가게 됐어.
난 부디 수술이 잘 되길 빌며 눈을 감고 수술에 임했어.
꼭 2퍼센트의 희망이 이루어질 거라며 마취약에 취해 잠이 들었지.
그리고 나선 나는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이곳으로 왔어.
난 이곳에서 눈을 떠보니 너보다 예쁜 요정들이 날 반겨주더라.
그래 난 의사 말대로 죽었나 봐. 이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는데 구름 아래로 네가 있는,
방금까지 내가 있었던 병원이 보여.
그래서 혹시나 너에게 전화해본 건데 역시나 넌 받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음성메시지 남길게. 꼭 일어나 루한. 그리고 답변해줘. 꼭.]
더 이상 내 귀에선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누군가 내가 있는 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이 평화로운 세상의 하늘에서 작게 속삭인다.
'루한, 일어나. 루한 일어나.'
난 그 소리에 다시 눈을 감고 눈을 떴다. 눈을 뜸과 동시에 눈을 뜬 나를 원망했다.
눈을 뜬 나는 병실에 누워있었고, 내가 방금 본 평화로운 세계는 내 이상 세계였으며,
이상 세계에서 나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은 지금 내 옆 침실에서 이미 사람이 아닌 그냥 살덩이 인체로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옆에 있는 핸드폰이 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메세지함을 확인해보니 음성메시지가 4통이나 와있다.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석일까 하는 마음에.
[살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항상 곁에 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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