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출근할때마다 마주치던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 옆집에 살던 남자였는데, 밤 늦게 퇴근하는 날 걱정해주시던 옆집 아주머니와 같이 사는 자식 같았다.
하지만, 요 근래 이사를 가셨다. 전엔 말이다.
항상 엄마처럼 잘 챙겨주셔서 혼자라는 생각보다는 엄마가 옆집에 산다는 느낌으로 자취하는 나에게는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어주셨다.
하지만 며칠전에 마주치던 남자가 그 집에서 나오는거 아닌가, 그래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물었다.
' 이사 간거 아녔어요? '
' 아.... 이사간게 아니라 '
며칠전에 가족들과 다같이 살다가 가족들은 집 한채를 얻어주고 자기는 이 집에 남아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정적만이 흘렀다. 정적을 깬건 옆집남자였다.
아무래도 어색한걸 싫어하는 남자구나 싶었다
" 날씨가 참 덥죠? "
" 아 그러게요.. "
별로 첫 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남자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말쑥한 수트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남자였지만 좋은 인상은 나에게 남겨주지 않았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고나서 우리는 갈라졌다.
힐끔 그의 뒷모습을 보니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걸 보니
그 남자는 차가 있는 듯 보였다.
난 자가용이 있지않아 항상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하고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A 잡지사에서 패션에디터를 맡고있으며, 일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 1년도 안됐으니 엄연히 말하면 신입사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름정도가 지날 때 까지는 우리는 마주치지 않았다.
뜨거운 햇빛때문에 저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날 이였다.
거래처들과 만남때문에 부장이 시킨 심부름때문에
양손 가득히 4잔씩 들린 커피캐리어 한손에 두개씩 들고
급하게 회사로 복귀하고 있을 때 횡단보고 건너편에서 그 남자로 보이는 형체가 보였다.
처음엔 전혀 인사 할 마음조차 없었다. 그저 그도 이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이구나 했는데,
초록불이 들어오고 난 걸음을 서둘렀다. 얼릉 시원한 에이컨 바람을 쐬고 싶었기 때문에
그와 거리가 가까워 졌을 때 쯤 사원증을 목에 메고 휴대폰을 확인하며 걸어가고 있던 그가
나를 발견하고는 그랬다.
" 도와줄까요? "
" 아.. 아니예요 저 혼자 갈 수있어요 "
" 더운데 괜찮겠어요? "
난 한번 더 거절의사를 표현할려고 했지만 끝나가는 신호 때문인지
그는 내 왼쪽손에 들린 커피 캐리어를 들고서는 급하게 건너갔다.
삑삑 신호등 경호음 때문에 나도 급하게 같이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 어느 쪽이예요? "
" 아 이쪽이예요! "
그의 회사 복귀가 걱정되었다.
" 회사는 안들어가봐도 괜찮아요? "
" 전 상관없어요 "
" 아.... "
꽤 직위가 높은사람으로 보였지만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에 딱히 물어보진 않았다.
날씨가 굉장히 더운 날 이여서 그런지 우리는 말을 하기보다는 걷기만 했다.
회사 앞에 도착했을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나서 들어가려는 찰나
" 혹시 회사는 언제 끝나요? "
당황해서 머뭇거리다가 답을 해줬다.
" 잘 모르겠어요. 일곱시 쯤에 끝날 것 같은데요? "
" 회사도 가까운 것 같은데, 내가 끝나고 데릴러 오는 건 어때요? "
그 남자의 말에 난 흔쾌히 허락했다. 여름 날 지옥철을 타는건 정말 지옥이 따로 없으니까,
야근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애매한 답을 이야기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는 말에 손이 없어서 안될 것 같다고 했더니 불러달라고 했다.
번호를 불러주고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우리는 각자의 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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