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이혼 전문 변호사 도경수, 이혼남 김종인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더 발갛게 달아오르는 내 얼굴이 원망스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발개진 얼굴을 똑바로 든 채로 다다다다 쏘아 붙이고 그를 집 밖으로 내밀었다.
"자꾸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할래?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진짜 법적으로 곤란하게 만들거야 너. 사과고 뭐고 다 필요없어 꺼져."
그는 한 쪽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으면서 흐트러진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등골부터 뒷통수까지 쫙 끼쳐오는 이상한 느낌에 부르르 떨었다. 인상은 팍 쓴 채로 머리 위 손을 탁 쳐내고 문을 쾅 닫았다.
그가 문 밖에서 뭐라 뭐라 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 앉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더보기
|
난 게이도 아니고 더욱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거나 사람에 대한 호감을 가진 적이 없다. 고등학생 때 부터 알고지낸 몇몇 친구들 빼고는 사적으로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지도 앟는다. 심지어 이 친구들과 만날 때 난 듣기만 할 뿐 딱히 내 이야기를 꺼내 놓지는 않는다. 28년동안의 삶은 별탈없이 이렇게 평온하기만 했고, 그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내 삶의 방식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그것도 며칠 전에 처음 본, 이름과 나이만 아는 사내로 인해서.
출근해야 할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시동조차 걸지 않고 차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란색 포스트잇을 들고.
-010-****-**** 김종인 오늘 정식으로 사과할게요 점심도 저녁도 내가 다 쏠게요 전화 꼭 해요 안 그러면 그 쪽 회사로 찾아갈거야 도경수씨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픽하고 흘러나왔다. 그의 겉모습 처럼 정갈한 글씨체에 장난스러운 말투가 묻어나왔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또 회사는 어떻게 찾아온다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연락을 하긴 자존심도 허락 해 주지 않을 뿐 더러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이없는 웃음을 입가에 담은 채 시동을 켜고 사무실로 향했다.
어젯밤에 일을 해둔 탓인지 일이 좀 수월하게 돌아갔다. 일이 없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생글 생글 웃는 그의 얼굴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그의 얼굴과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져 갈 때 문이 열리며 변백현이 들어왔다. 몇 없는 친구들 중 하나이자, 입사동기. 어제보다 더 환해진 머리톤을 찰랑 찰랑 거리며 내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놓인 의뢰인용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끔 이렇게 업무 중에 불쑥 불쑥 찾아와 곤란하게 만든다.
"야, 도경."
"업무 중입니다."
"아 예. 도 변호사님. 이라고 할 줄 알았냐?"
"닥치세요. 용건만 말하고 나가 변백현."
용건만 말하고 나갈리가 없지만 예의상 내뱉은 말에 변백현은 입술을 삐죽이며 제 할 말을 이어갔다.
"그 며칠 전에 손영주 씨 있지. 그 사람 오늘 미팅 취소래."
"왜?"
"모르지. 오늘 개인적인 일 있다고 다음주로 미뤄달라는데?"
"알았어. 이제 꺼져."
변백현은 장난스럽게 울상을 하더니 삐친 척 경수 미워! 하며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변백현의 방정거림에 안 그래도 복잡했던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벌써 점심시간이 된 건지 사무실 밖이 북적거린다. 사무실 문을 빼꼼 열고 머리만 들여놓은 채 같이 밥 먹자며 보채는 변백현을 뒤로한 채 무작정 밖을 나섰다. 주머니 속에는 김종인의 정갈한 글씨체가 담긴 포스트잇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쉽사리 연락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제가 잘못하게 없을 뿐 더러 제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그의 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했다. 신호음을 들으며 그에게 할 말을 머릿 속에서 되뇌였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지, 사무실로 찾아온다는 건 또 무슨 말인지 내가 사는 곳은 어떻게 알았는지 등 묻고 싶은 것들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에게 이리저리 휘둘릴 게 뻔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신호가 끊기고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과 괜시리 서운한 마음이 물 밀듯 밀려왔다. 문득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왜? 도경수 네가 왜? 왜 서운해 하는 거야 대체 왜.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내 자신을 스스로를 취조하 듯 구석으로 내몰았다.
그 때 시끄러운 경적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차 창을 열고 손을 흔드는 김종인이 보였다. 차에서 내린 김종인은 멀뚱 멀뚱 서 있는 내 팔을 잡아 끌고 조수석에 밀어 넣었다. 닫힌 문으로 보이는 김종인은 오늘도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이내 자신의 차에 올라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런 그의 눈길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고개를 돌리자 바람빠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김종인의 웃음에 또 다시 얼굴이 빨개져버린 난 고개를 푹 숙이곤 마른 침만을 꿀꺽 삼켰다.
"어? 아직 부끄러우면 안된다니까."
"뭐래. 출발이나 해."
"오, 진짜 나랑 밥 먹는거야? 사과도 받아주는 거죠?"
"너 하는 거 봐서."
한 눈에 봐도 비싸보이는 일식집이었다. 평소 일식을 안 먹고는 못 살 정도로 좋아하지만 일식을 좋아하냐는 김종인의 질문엔 그저 그렇다고 답해버렸다. 음식이 나오고 아무 말 없이 접시에 고개를 박고는 조용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예상 외로 맛있는 음식에 빠져 김종인과 함께 왔다는 사실 조차 잊고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아까 김종인의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 답한 제가 너무나 창피해서 음식을 먹는 속도를 줄이곤 수저를 내려놓았다. 슬쩍 고개를 들자 음식이 별로 줄지 않은 김종인의 접시와 그윽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김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맛있어요? 한 번을 안 쳐다보네."
"어? 아니.. 뭐. 그냥."
"귀여워서 그래요. 귀여워서."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엽다'라는 말을 내뱉고는 자신의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김종인의 말에 또, 또 다시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았다. 자꾸만 김종인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제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차게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음식을 넘기고 있는 목까지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어? 도 변호…, 종인 씨..."
도 변호사라는 부름에 뒤를 돌아보니 오늘 미팅을 미룬 손주영씨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에는 뒤에 종인 씨라는 말이 따랐…. 어? 김종인…, 김종인…. |
-----------------------------------------------------------------------------------------------------------------------------------------------------------너무 늦었죠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염치도 없죠.. 여러분들 늦어서 제송해여..♡ 글도 똥망글이어서 죄송해요ㅠㅠ
오늘 밤에 폭연..노여움 푸세요 부디..어어ㅓㅓㅓ어엉ㅇㅠㅠㅠㅠ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하고 싶으시다는 독자분이 계셔서요.. 또 계실지는 모르겠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
암호닉 신청 받을게요^0^..
다시 한 번 늦어서 죄송합니다!(분량도..소금..제성해여..ㅔㅔㅅ..)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와… 정국 자컨에서 내내 한 쪽 팔 가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