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 김명수!! 너 이 새끼 같은 반 걸렸네!"
"아 씨 이성열 또 같은 반이야?"
"좋은게 좋은 거지 뭘 또 같은 반이긴 또 같은 반이래."
"맨날 같은 반이다 맨날."
"공개 커밍아웃 해놓고 새끼가 이 지랄이에요?"
"욕 좀 그만써."
둘의 만담을 지켜보는 한 남학생이 조용히 멍을 때리다가, 어떤 학생이 들어오자 눈을 빛내며 껴안는다.
"잇힝 보고 싶었엉."
"귀척 꺼져. 어제 학원에서 봐놓고 보고 싶긴 개뿔이."
"아 까칠하다 까칠해."
*
어제 인터넷을 뒤지다 심심해서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갔더니 반배정표가 있길래 기대하며 내 이름을 찾아보았다.
2학년 3반에... 김성규! 찾았다!
"우와! 우현이랑 같은 반이다."
무슨 이윤지는 모르겠는데, 중학교 3학년때 남우현을 처음보고 무턱 든 생각은 신기하다, 익숙하다였다.
본 적 없는 얼굴인데도, 반장 선거 나갈꺼라며 나 좀 뽑아줘, 하는 그를 보고는 어디서 본 것같다며 말을 걸었다.
씨익 웃는 저 미소, 분명 익숙한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3일 후에 그를 반장으로 뽑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 가고, 매일 밤 그의 웃음, 또는 그 자체를 그리워하다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결국 졸업식 때 몰래 그를 찾아가 고백했다.
매정하게 게이냐며 몰아세울 것 같았지만, 의외로 고민을 해줘서 놀랐었다.
"좋아, 사귀자."
그렇게 깨지지 않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왔는데.
아직도 변하지 않고 그가 좋았다.
왜 좋은지 이유는 없다.
그의 미소가 멋지긴 했지만 그 이유는 아니다.
잘생기고 남자답지만 그 이유도 아니다.
성격도 착하고 서글서글했지만 그 이유 또한 아니다.
운명이겠지 뭐.
*
"우현아. 궁금한게 있는데."
"어."
"너 왜 내 고백 받아줬어?"
"몰라."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알아채고, 그에게 고백을 했을 때부터 궁금했었다.
"이유가 있었겠지. 아니면 원래 게이였거나."
"딱히 게이는 아니었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됬다.
"오늘 학교 끝나고 데이트 콜?"
"학원있잖아."
"아 씨,"
*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해야 할 사람이 있는 듯했다.
사랑이란 것이 뭔지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이런 예언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김성규를 보고 아, 쟤가 내가 좋아해야 할 사람이야, 하고 느껴버렸다.
어느날 꿈은 꾸었더랬다.
김성규가 죽고, 내가 따라죽는 꿈이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개꿈이려니 하고 넘겼다.
다음 날에는 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검은 색 강을 건너는 김성규.
그리고 그를 향해 가지말라고 오열하는 나.
아마 그 때부터 김성규를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까.
*
"무지무지 좋아해, 남우현."
"나.. 나 남잔데?"
"게이새끼라고 욕해도 상관없어. 난 니가 무지무지 좋고, 정말정말 좋으니까."
"날 좋아할 만한 이유는 없는 것같은데."
운명이라고 믿었다.
"그냥... 완전 좋은 걸 어떡해."
승낙했다.
*
이젠 알고 있다.
왜 내가 남우현을 좋아하는지.
"내가.. 찾는다고 했지."
왜 운명이라고 느꼈는지.
"내가.. 너 찾는 다고 했잖아. 내가 무지무지 좋아한다고 고백한댔지,"
회상은 나에게 눈물을 주었었고, 눈물을 흘리며 사라진 그 날의 기억은,
"찾았어. 너."
지금의 우리에게 꽃같은 사랑으로 탈바꿈해 돌아왔으니까.
이번에는 불행없이 사랑하자.
아무 걱정 없이 사랑하는 연인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하자.
꼭.
Fin.
*
헐 해피로 바꾸다ㅓ 보니 막장 환생물이 됬지만
봐주신 두세명의 그대들 감사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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