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첫시작, 첫수업.
정국은 맨뒷자리에 앉아 옆열분단 창가쪽에 앉은 도담을 힐끔 본다.
얼마나 예쁘길래 다들 난리야.
뭐 조금 예쁘네..
'전정국? 어딜 그렇게 봐.'
'죄송합니다.'
정국이 대충 죄송합니다.. 하고선 다시금 도담을 보았을까
도담이 턱을 괸채로 자신을 바라보자, 정국은 급히 눈을 피하고선 칠판을 본다.
정국은 점심시간이 되어서 옆반이 된 제일 친했던 친구 민규에게 말한다.
'그 배도담? 왜 그렇게 유명한가 싶어서 봤더니 예쁘긴 예쁘더라?'
'배도담? 걔 예뻐서 유명한 거 아닌데.'
'에?'
'개싸가지.'
'…….'
'개시크, 말은 별로 안하지만 할말 다 하는 그 모습.
그리고 걔 중학생때 선배가 머리채 잡았다고 선배 가슴 주먹으로 조오온나 쎄게 쳤다잖냐'
'오오오오...'
'뭐냐 너? 설마.'
'개멋있어'
'설마 사랑에 빠진 건 아니지'
'그 초기증상인 것 같아.'
'야.. 걔 완전 얼음이야, 얼음. 옆에 가면 냉기가 화아아아알!화아아알!!!!! 말도 못걸어!!'
말을 걸건, 못걸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예뻐서가 아니라, 선배 때렸다는 게 왜 이렇게 설레는지..
정국은 밥을 먹다말고 심장부근에 손을 올려놓은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반에 혼자 있던 수영이 친구를 아직 못사귀어 혼자 핸드폰만 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뒷문으로 누가 들어와, 보니 도담이었고
소문대로 되게 차갑게 생겼다.. 생각을 하고선 다시금 핸드폰을 본다.
그러다 책상 위로 빵 하나가 놓이자, 수영이 고갤 들어 도담을 본다.
'…….'
도담이 두개 먹으려고 사온 빵을 하나 수영에게 준 것이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그냥 앉아 이어폰을 꽂은 채로 빵을 먹는 도담에
수영이 방긋 웃으며 말한다.
'이거 친구하자는 거 맞지!?!?!'
단단히 착각중이다.
도담이는 하나 더 먹으려고 했던 빵을 괜히 줬다는 생각을 하며 빵을 우걱우걱 먹는다.
'너는 정말 소문대로 되게 예쁘다!!??'
"……."
'친구 못사귀면 어쩌지했는데 너랑 친구를 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야.'
'응?'
'니 자리로 가.'
'왜??ㅇㅅㅇ?'
'왜냐니?'
'첫날이라 자리 아무도 모를텐데. 네 짝이랑 바꿔달라고 할 거야. 그래도 되지?'
"싫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상을 하던 도담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수영이년이 내가 하는 얘기마다 계속 비웃듯 웃던 게.. 첫날부터였구나../
정국이 밥을 먹고선 민규랑 같이 반에 들어왔고
민규는 반에 들어오자마자 도담을 힐끔 본다.
눈이라도 마주칠까 바로 눈을 돌린 민규가 정국에게 작게 말한다.
'눈 마주치면 뭔가 한대 맞을 것 같아서 못보겠어.'
'야 오바 좀 그만 떨어'
'진짜야.. 나 무서워!'
'가서 말걸어본다'
'뭐라고 하게?'
'"장난 쳐봐야지. 평소처럼'
'너 평소에 낯가려서 여자한테 말 못걸잖아.'
'나 다리 떠리는 거 안보이냐?'
'보여..'
정국이 자리에 앉아서는 도담을 보았다.
옆에 웬 사과닮은 여자애가 자꾸 배도담이에게 달라붙어 애교를 부려도 배도담이는 웃지를 않는다.
얼른 가서 말걸어봐- 민규의 말에 정국이 인상을 쓴채로 말한다.
'기다려 좀.'
'미친놈아 얼른 가봐! 자신감 어디갔는데.'
'밀지 마.'
'얼른!'
'지가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보채'
'궁금하자나 시바..'
도담이 물 마시려고 일어나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을까.
민규가 자꾸만 정국의 등을 떠밀자, 정국이 겨우 일어나서 도담이의 앞에 섰다.
도담이 '뭐지 이 장애물은' 이 표정으로 정국을 올려다보자, 정국이 긴장한듯 침을 꿀꺽 삼킨다.
여자랑.. 말을..했다...
남중3년... 여자 소개 한 번 받아 본 나.. 전정국은.. 그것도 시크하고 예쁜 사람이랑 얘기를 한다.
'그...그...사..귈래!?'
'…….'
'…….'
'그러시던지.'
도담이 그 말을 하고선 지나쳐 나갔고, 수영이 도담아 너어어어! 하고 따라 나간다.
정국이 벙찐채로 얼굴이 빨개져서는 가만히 서있자
민규가 놀란듯 정국의 어깨에 손을 올린채로 말한다.
"미친놈아.. 너 진짜 개또라이냐?????? 거기서 사귈래가 왜 나와????????????????
아니 근데 거기서 그러시던지는 뭐야??????"
"뭐야!? 뭐 그렇게 이상하게 사귀게 돼???"
"비꼬아서 대답한 건데. 걔가 진심으로 받아들일줄 몰랐어."
"그러시던지.. 아.. 어.. 너 표정 뭔가 상상가."
"근데 전정국 걔가 그 하루종일은 말도 못걸다가.
다음날 되니까 매점에서 먹을 걸 다 사갖고 오더라."
근데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싫지는 않았으니까. 그러시던지.. 라고 답을 했겠지?
3년 전이지만, 그 때의 나를 모르겠다.
그렇게 3학년이 되고, 워낙 장난기 많고 다정하기도 한 정국도 꽤 학교에서 유명했고
여전히 남자친구에게도 싸늘한 도담도 유명했다.
둘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고, 교실에선 정국이 말이 별로 없자 의아해한다.
학교가 끝나고 정국이 도담이에게 다가가 말한다.
'밥 먹자.'
'귀찮아.'
'카페는'
'그것도.'
'다 싫어?'
'어.'
'내가 싫은 거야.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게 싫은 거야?'
'…??'
그냥 평소처럼 이렇게 말싸움 하다가 끝날줄 알았어
근데 이상하게 오늘은 날 보내주지 않고 매달리는 전정국에 이상한 날이다 싶었지
결국엔 시간내서 우리집 앞에 있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있었어
근데 전정국이 또 나한테 진지하게 말해
'우리 만난지 벌써 2년 넘었는데.'
'벌써 그렇게 됐네.'
'다른 여자애들은 2주년 안챙겨준다고 삐지는 애들 많아'
'그렇군.'
'근데 너는 왜 내가 안챙겨줘도 아무 소리도 안해?'
'딱히 기념길은..'
'내가 보고싶다고 해도 너는 보고싶다고 안해.'
'딱히 보고싶었던 날이 없어.'
'진심으로?'
'살짝 농담 반'
'나 진지해.'
'왜 또 진지해.'
'…….'
'뭐가 또.'
'나만 너 좋아하냐? 맨날 뭐 먹고싶냐고 물어도 먹기 싫어. 어디 가고싶냐고 물어도 가기싫어.
보고싶다 그러면 말돌려. 한 번이라도 먼저 손잡아 준적이 있기는 하냐?'
'왜 그래?'
'너 솔직히 너무 시크해서 그것도 짜증나. 상대방 짜증나게 하는데 뭐 있다고.
네 성격 제발 좀 고쳤으면 좋겠어. 아니, 말투라도 좀 고쳐주면 안 되냐?"
'언제는..'
'…….'
'그래서 나 좋아했다며. 너 분명 처음에 그랬어.'
'아니. 생각해보니까. 나 너 처음에 예뻐서 좋아했어.'
'…….'
솔직히 내 성격 때문에 날 좋아한다고 했던 애는 전정국이 처음이라서
그래서 전정국을 좋아했던 거였어 난.
'헤어지자고 그래도 너 안잡을 거지.'
'…….'
'안잡을 거지?'
'뭔 말이 하고싶은 건데. 헤어지자고?'
'헤어질래?'
'그러시던가.'
'넌 뭔 대답이 그렇게 다 쉽냐. 사귀는 것도 쉽고, 헤어지는 것도 참 쉽네.'
'…….'
'간다. 이제 나도 지친다. 나 혼자 너 좋아하는 거.'
'잘가라.'
'…….'
'뭘 봐.'
'넌 어떻게 한 번도 진지한적이 없냐. 맨날 장난식으로 넘기고.'
'이미 끝난 사인데 뭔 말을 더 해.'
'그래. 간다, 가.'
솔직히 평소처럼 싸우는 건줄 알았어.
평소처럼 싸워서, 평소처럼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하고 다시 만날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전정국은 나한테 연락도 안했고 말도 안걸었어
근데 그러다 갑자기 아빠 일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됐거든.
그래서 말도 없이 전학을 갔고
자꾸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말도없이 번호도 바꿔버렸어
그래 솔직히 전정국이 나 많이 좋아했어. 그래서 엄청 잘해줬고
얼마나 장난도 많은지 개구쟁이처럼 장난도 잘 쳐줘서, 나도 얘 때문에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 농담도 잘 하게 됐고 말이야.
"그게 끝이야?"
"네."
"뭔 진짜 사귀는 것도 간단. 끝나는 것도 간단.
뭔가 중간에 많이 빠져있어서 답답해서 짜증나. 어떻게 사귀었는데? 네가 어떻게 변했었는데."
"예전에는 그냥 대답만 했어요."
"너 지금도 살짝 그런데."
"그땐 더 심했는데."
"…진짜 너랑 얘기 하기 싫었을 것 같아."
"네. 근데 전정국 걔랑 3년 사귀면서 드립도 늘고, 많이 웃었죠."
"어떻게 사겼는지 알려줘. 사귀면서 썰들. 재밌다."
"맞아! 맞아 재밌어!! 얘기해줘!!!!"
1#
'아아! 도담아. 나 이번주 일요일에 친구 알바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잖아?'
'처음 듣는데.'
'응?'
'혹시 딴년한테 했던 얘기를 헷갈리는 거 아니니.'
'뭐래. 나 너랑 사귀면서 여자랑 말 해본적도 없어.'
'우리 담임선생님 남자?'
'선생님 제외.'
'너희 어머니 남자?'
'엄마도 제외 ㅡㅡ.'
'눈 왜 째.'
'눈 째는 것도 뭐라해.'
2#
'도담아. 우리 담임 번호 좀.'
'왜. 네가 알아봐.'
'알려줘 네가 알잖아. 나 핸드폰 초기화 됐ㅇ..'
'나만 알 거야.'
'에휴 그래.'
3#
'생각해보니까. 내가 좀 너한테 너무하게 굴었던 것 같네.
맨날 싸울 때 보면 네가 내 말투 보고 화나서 싸우는 거잖아. 앞으로 내가 착해져볼ㄱ..'
'야.'
'뭐.'
'뒤질래? 넌 띠꺼운 거 없으면 시체야.'
'말 끊지 마. 뒤지기 싫으면.'
'네.'
4#
'야. 그 너 있잖아.'
'뭐.'
'아니다.'
'말해줘. 현기증 나.'
'안 돼.'
'왜?'
'6년 사귀면 말해줄게.
말 안해준다는 얘기야'
'ㅋ'
5#
'우리 서로 말투 바꿔보자!!'
'왜. 싫어.'
'내가 먼저 할게.'
'……'
'시발. 시발!'
'??'
'??'
'내가 언제 그랬어.'
'맨날 그러는데.'
6#
'참참참 하자 도담아.'
'싫어.'
'참참참!!!'
'아ㅡㅡ'
'촤아아아아!!!!!!!!!!!!!!!!!! 응. 걸렸어~~ 머리 대.'
'아!!'
'ㅋㅋㅋㅋㅋㅋㅋㅋ푸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띠껍네.'
'어허. 남자친구한테 개띠껍네가 무엇인가!!!'
7#
'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옙허. 내 여친.'
'오래 사겼으니까 말할게. 나 성형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성형했는데 이 얼굴이면 망한 거 아니냨ㅋㅋㅋㅋ'
'웃어?'
'성형 너무 잘됐다 ㅎㅎ.'
'시발.'
더 얘기해줘!! 지수가 더 얘기해달래서 나는 생각나는 게 꽤 많았지만 그냥 다음에 얘기 해준다하고
아까 나한테 말걸던 전정국을 떠올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쓰레기라고 한 게 짜증나
내 성격 좋다고 변하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성격이 불만이라며 헤어지자고 했던 네가
조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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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넘 늦었낭 ㅠ_ㅠ 힝힝 여더분 어여 보고 어여 잡시다!!!!!!!1 굳밤 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