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인밍아웃, 그리고 징밍아웃
w.봉봉 쇼콜라
02
정말, 이래도 되나? 무턱대고 좋아요! 라고 외쳐댔지만, 나는 사실 매우 걱정 되었다. 내가 엑소가 된다고? 이게 뭔 소리야. 나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덕후였을 뿐이라고. 그냥 왓이즈럽을 흥얼거렸을 뿐인데, 길캐라니? 스엠 연생이라니? 심지어, 엑소 새 멤버? 진짜, 이게 무슨 소설이냐고. 너희는 엑소. 나는 팬. 그런데 이제 같은 그룹 멤버?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나는, 가수의 꿈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물론 철 없는 어릴 적 한 때 꿔왔던 꿈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않은가. 하기사, 딱히 하고 싶다하는 것도 없고, 정해진 것도 없고, 꿈 없는 채로 군대나 갔다 와서 2학년에 재학 중인데. 그냥 해 버릴까… 아으, 모르겠다. 나는 머리를 헝클이며 다시 인스티즈를 켰다. 자동로그인 설정을 해 둔 터라 딱히 로그인이 필요치는 않았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단독] 엑소 새 멤버 편입, 과연 그는? …머리를 쥐어 뜯고 싶어졌다. 기사가 나니, 이제와서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나는 이제 빼도박도 못하고 엑소의 새 멤버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내용은 그냥 그런 내용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엑소의 새 멤버를 편입한다고 발표를 했다. 새 멤버는 길거리 캐스팅 당한 대학생이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쩌구하는, 그런 시시콜콜한 기사.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댓글들이 중요했다. 혹여라도 나를 비난하면 어쩌지?
헐 엑소 이제 12명? 대박, 우래기들이 12명으로 늘어난다니..?, 아11명 덕질도 힘든데.. 그래도 괜찮아 난 덕후니까. 의외로 반응들은 괜찮았다. 간혹 가다가 아 개인적으로 새멤버 들어오는거 별론데ㅠㅠ하는 댓글이 보이기는 했지만 정말 간혹이었다. 약간은 똑똑똑 거리는 인티 쪽지 알림음과 함께 휴대폰 화면 오른쪽 위에 새 쪽지가 왔다는 알림이 떴다. 오늘 글 올린 거 아까 아침에 그거 밖에 없는데, 뭐지? 그리고 쪽지를 누르고, 댓글을 보았다. 스엠에 길캐되었다는 그 글에 달린 댓글. 쓰니 혹시 엑소 새 멤버야?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진짜 심쿵이 이런 거구나. 맞다고 해야하나, 아니라고 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아무런 답글도 달지 않고 휴대폰 홀드를 껐다. 이제 내일이면 계약서 쓰고, 바로 연습생 생활 시작인데… 엄마야 반대할 일 없을 거고. 고민이 해결되질 않자 나는 으아아아!, 하는 괴성과 함께 이불킥을 시전했다. 그리고 동시에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3개월 후에 엑소 컴백 때 백현 씨도 같이 컴백 겸 데뷔한다고 말하는 걸 잊었네요. 당장 내일부터 연습 시작할거고, 3개월 동안 빠듯하게 해야되니까 오늘 푹 쉬고 내일 봐요.^^ 어쩐지 거슬리는 눈웃음이었다. 3개월? 장난해?! 종대 연습생 기간이 3개월인데! 나는 3개월 동안 연습 다 하고 녹음에, 안무까지 다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정말 미쳐버리겠다. 나오는 건 한숨 뿐이었고, 결국 난 머릿속을 리셋시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진짜 그냥 푹 쉬어야지. 그리고 난 꽤 이른 저녁부터 잠에 빠져들었다.
사인을 끝으로 SM과의 계약이 맺어졌다. 그리고 한 눈에 봐도 빠듯해 보이는 연습 스케줄 표. 그리고 여기다가 더한 것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엑소 매니저님(사실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아직은 좀 그래서)의 대사이다.
"엑소로 데뷔하고 나서 불화설 같은 거 돌면 안 되니까, 당장 내일부터 숙소 생활 시작해. 가능하면 오늘이라도 괜찮고."
그 말에 생각없이 얼떨결에 네…, 하고 대답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매니저님은 그걸 오늘부터 같이 살겠다는 뜻으로 알아 들어버린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지금 집에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엄마는 웬일이니, 백현아!, 라며 호들갑인지 뭔지 모를 기합 비스무리한 것을 나에게 넣어주셨고, 아빠 또한 별 말씀 없이 호탕하게 웃으셨다. 엄마, 이제 아들 보기 힘들어 질거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 가득 싼 짐을 챙겨들고 현관에 섰다. 대문 밖에서는 매니저님이 기다리고 계실 것이었다.
"엄마, 아빠. 나 갈게."
"그래, 아들! 꼭 유명 연예인 되렴!"
"잘 가라, 백현아."
어째서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게 시원 털털하신지, 원. 그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나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 엑소 숙소? 난 사생이 아니라 엑소 숙소 어딘지 모르는데… 정말 사생들이 죽치고 있으려나? 그럼 내가 부셔버려야겠다. 아니, 그것보다. 나 이제 우래기들 만나는 거…? 시, 실물 영접…? 난희, 난희골혜! 와, 준멘의 은총이야, 이건. 이건 준멘의 은총이자 레멘의 은총이고 수멘에 은총이야! 난 엄청난 축복을 받은 거라고! 어, 근데… 만났는데, 숙소 들어갔는데, 어색하면 어쩌지? 애들이 나 싫어하면 어떡해…?! 물론 내가 알고있는 애들은 절대 그럴리 없지만, 혹시라도…! 아니야, 절대 아닐 거야. 난 내 가수를 믿어! 헐, 근데 이제 내가 내 가수 되는 건가? 아, 아니지. 나 말고 다른 애들만 팔 거니까. 헐, 근데 나 이제 준면이나, 희수나, 씽이나, 민석이나, 루한이나, 형이라고 불러야 돼? 준면이 형! 희수, 아니 판, 아, 아니, 크리스 형? 어느 걸로 불러야 하지? 에씨, 모르겠다. 대충 다른 멤버들 눈치 보면서 끼워 맞춰야지…. 아, 근데 형이라고 부르기 싫은데… 준면이가 좋다고!수시로 변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매니저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뭘 그렇게 걱정해. 나쁜 애들 아니야."
"그거야 당연하, 겠죠오…."
징들아, 나 징밍아웃 할 뻔. 저는 그런 걸 걱정하는 게 아니랍니다, 매니저님. 하기사, 매니저라도 제가 징어인건 모르실 텐데…. 그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새 숙소에 다다라 있었다. 어라, 사생들이 없네. 좋은 걸? 매니저님도 웬일로 사생들이 없지? 다행이다, 백현아. 얼른 들어가자. 하며 재촉하셨다. 매니저님과 짐을 나눠 들고 숙소로 들어섰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매니저님은 익숙하게 버튼을 누르셨다. 걱정을 하는 사이 순식간에 또 한 번의 땡, 하는 소리가 울리고 눈 앞에는 호수가 써진 문이 있었다. 띵동, 하는 평범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매니저님은 원래 숙소 비밀번호 모르시나? 어찌 됐건,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매니저임을 확인한 멤버들 중 누군가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내가 그토록 파고, 파고, 실물 영접을 하고파 하던, 종인이가 서있었다.
"안녕, 하세요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꾸벅 인사를 하였다. 팬싸 가면 난 너희들의 남징이야!, 라고 외칠 거라던 자신감은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매니저님은 간략한 설명을 해주시고는 나에게 한 시간 후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만 남겨두고 휘릭 떠나셨고, 곧바로 집 안에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거실로 나와 옹기종기 모였다. 오, 지져스. 내 눈 앞에 엑소 완전체라니! 나는 이름이나 나이 같은 자기소개와 함께 쭈뼛쭈뼛 인사를 했다.
"에, 이름은 변백현이고, 나이는 스물 셋…이요."
"어, 나랑 동갑이다! 말 놔도 되지? 나는 그러니까, 예명은 첸이고, 본명은 김…"
"아, 다 아니까 소개는 딱히 필요 없…"
"어? 어떻게 알아?"
"아! 그, 그게, 내, 내가 엑소에 합류한대서 차, 찾아보고 왔지! 하하하, 하하…"
아, 젠장. 또 한 번의 징밍아웃 위기가 닥쳤지만 나는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게, 많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김종대, 너란 남자는 친화력 풀에 눈치 제로니까. 그렇지? 그럴 거야.
"아아, 그래?"
그랬다. 너는 정말 눈치 제로였나보다.
"그럼 소개는 따로 필요 없는 거지?"
"네? 네!"
준면이의, 아니, 준면이 형의 물음에 나는 순간 당황을 했다가 곧 대답을 하였다. 백현이라고 했지? 백현이는 세훈이랑 방 같이 쓰면 되겠다. 헐, 네. 헐, 룸메이트가, 헐, 와, 오세훈. 세훈아! 세훈이에게 닿지 못할 나의 외침은 계속 되었고, 나는 세훈이를 따라 방 안으로 짐을 옮겼다.
"백현이 형이라고 부르면 되져?"
"어? 어, 응."
"백현이 형."
"응?"
"키가 경수 형만 하시네여."
"……아, 그래."
"그래도 어깨는 안 좁아서 다행이에여."
나는 세훈이의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궁극의 어좁, 도★경★수. 미안, 경수야. 나도 너 요즘 어깨 넓어진 거 알아, 그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너도 어깨가 넓어질 거야….
"형도 경수 형 어깨가 얼마나 좁은지 아시나 봐여?"
"그렇지."
오세훈 말투, 하…. 여! 여! 하시네여. 다행이네여. 아시나 봐여? 매력있다, 세훈아. 지금 당장 ㅠㅠㅠㅠㅠ를 마구 치고 싶다. 세훈이한테 씹덕사 당할 거 같아. 얘랑 내가 대화를 하다니…!
"형은 저 쪽 침대랑 가구들 쓰시면 돼여. 짐도 그 쪽에 푸세여."
"응, 그래, 고마워."
"딱히 고마울 필요는 없구여."
응, 그래여. 속으로 킥킥 대며 대답을 했다. 짐을 다 풀고 나오니 멤버들은, 우리 애기들은! 아까와 같은 옹기종기한 모습으로 소파에, 바닥에 앉아 있었다.
"백현아!"
"어, 어?!"
어쩐지 다급한 찬열이의 목소리에 나도 순간적으로 소리를 크게 내어 대답을 해버렸다. 그게 그렇게도 웃겼던지 박찬열, 쓰블늠은 박장대소를 터트리더니 냉장고를 가리키며 나에게 말을 했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좀 갖다 주라."
"…어, 그래."
넌 오늘 처음 본 애를 그렇게 막 부려먹냐?, 하는 밍소쿠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밍소쿠라니! 이젠 민석이 형이지. 이러다가 평상시에 멤버들이랑 대화할 때도 막 김종카이 씨, 종따이, 루항아, 밍소쿠!, 니니야!, 막 이러는 거 아닌가 몰라. 어쨌던간 나는 비글력 풀파워인 멤버들과 대화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도 하나 먹어."
"어, 고마워."
뭐지. 뭐냐, 너네. 김종대, 너 뭐냐. 뭔데 이렇게 편한거냐? 니 친화력이 좋아서 그런거니? 아니면 니가 원래 쉬운 남자인거니?
"백현아."
"응? …아니, 네?"
"아직 좀 어색한가…"
"아니요, 헤헤…"
미친놈. 헤헤가 뭐냐, 헤헤가. 백현아, 하고 부르는 루한이, 형의 부름에 순간, 응? 루한아, 왜?, 하고 대답할 뻔한 것을 가까스로 막았지만, 헤헤, 라는 병신같은 웃음소리를 내어버렸다.
"너 원래 가수 하려고 했어?"
"아… 그런 거는 아니고…. 그냥, 캐스팅 되고 생각해보니까, 군대도 갔다오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 해서요."
"헐. 너 그럼 취미로 가수 하는 거야?"
도경수 동공 확장. ⊙0⊙? 딱 이 표정이다. 하, 징들아, 내 심장 돌리도. 도경수, 내 심장 돌리도! 나 씹덕사 하라고 그런 표정 짓는 거지? 그치? 에휴, 나 죽으면 너 때문이다, 경수야. 아무튼, 나는 취미로 가수 하는 거냐는 경수의 황당한 물음에 대답을 했다.
"아니, 그냥 할 일 없어서 캐스팅 된 김에 이걸 직업으로 하겠다는 거지."
"와, 뭔가 잘나 보인다."
"그러게여."
…뭔가 나도 자뻑을 한 기분이다. 난 할 일 없어서 가수하려고~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 어쩐지 뻘쭘한 이 상황에 나는 눈 앞에서 현게를 보았다.
"경수 형."
"응? 왜?"
"아, 왜 이렇게 쪼꼬매요."
"뜬금없기는."
"백현이 형 봐봐요. 형이랑 키는 비슷한데 어깨가 넓으니까 남자 같잖아요."
"난 남자 안 같아?!"
"귀여워요."
너네 장난하냐. 나 호몬데. 뭐하는 짓들이야. 호모 앞에서 이렇게 떡밥을 터쳐주면, 내가 겁나 감쟈, 고구마, 포테이토! 나는 매우 성스러웠다. 눈 앞에서 카디 떡밥을 본 것도 성스럽고, 떡밥을 터트린게 나라니! 종인이는 경수를 뒤에서 껴안고 귀엽네, 어쩌네 하는, 미친, 현게 인증을 해주었고, 나는 지금 그걸 폰으로 찍어서 독방에 올리고 싶은 걸 겨우겨우 참아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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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어쩐지 분량도 적은 거 같고..쩝.. 죄송하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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