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인밍아웃, 그리고 징밍아웃
w.봉봉 쇼콜라
03
혹여라도 징밍아웃 당할까 노심초사 하던 한 시간이 지나자 나는 매니저님과 함께 SM 사옥으로 향했다. 간단한 테스트 같은 것을 거친 뒤에 노래는 어느 정도 되어있으니 보컬 트레이닝 보다는 춤이나 외국어 쪽으로 더 연습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기본적인 안무들을 익힌 후에 컴백 쇼케이스에서(당연히 컴백 쇼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속으로 매우 광분했었다), 그리고 후에 어느 시상식이나 콘서트 같은 곳에서 추게 될 모르는 엑소 노래들 안무를 배우려 하는데, 사실, 배울 필요가 없었다. 음방 재탕, 삼탕으로 이미 웬만큼 꽤고 있던 안무에, 짧든 길든 공백기 동안 덕질 할 게 없을 때면 홀로 독학했던 안무였으니까. 처음으로 시도했던 엑소 춤이 바지털기였더랬다. 춤을 다 안다고 하자 내가 징어든 말든 상관하시지 않는 안무 트레이너님께서는 그러면 나중에 다른 멤버들이랑 출 때 맞춰보자며 대형만 어느 정도 설명해주시고, 다른 멤버들과 다른 솔로 파트 춤만 가르쳐 주셨다. 약 2년 정도의 덕질이 이럴 때 기지를 발휘하는 구나. 인생 헛살지 않았어, 변백현! 거기에 더불어 외국어라고 해봤자, 영어라던지, 가끔 중국에 가면 쓸 중국어만 배웠다. 영어야, 뭐, 초딩 때부터 쌓아온 실력에 나름 할 만큼은 하고, 중국어 마저도 덕질을 하면서 독학했으니. 그런 고로, 나는 현재 녹음실. 앨범을 새로 발매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무대에서는 나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멤버들 파트를 조금씩 빼서 내 파트로 만들어 버렸다. 어째 애들한테 미안해지네….
"마마 이젠 내게 대답해 줘- 왜 사람들이 달라졌는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게 존재하긴 했는지-"
마마를 시작으로 히스토리, 왓이즈럽 등등 데뷔 때 노래들부터 늑미에, 으르렁에, 12기까지. 앨범에 모든 수록곡들에 이젠 내 노래가, 내 목소리가 실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뿌듯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어쩌면 애시당초 이 쪽이 내 적성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긴긴 녹음을 웬만하면 NG(NG를 이럴 때 쓰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를 내지 말자는 심정으로 최소한의 NG만으로 녹음을 모두 끝마쳤다. 최소한이라고 해도, 역시 이런 일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한 탓에 실수가 좀 잦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고 못다한 부분은 다음 번에 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많이 힘들어?"
"에, 아뇨, 뭐…."
"그래도 처음 치고는 꽤 잘하던데."
"그럼 다행이고요."
"트레이너님들 말 들어보니까, 너 애들 노래도 다 알고, 춤도 다 알고 그렇다던데."
"…네? 아니, 뭐, 그냥…."
"혹시 애들 팬이어,"
"에, 에이! 팬은 무슨요! 그냥 엑소에 합류하니까 다 알아보고 온 거죠, 뭐!"
"그, 그래."
나의 강한 부정에 매니저님도 적잖이 당황하신 듯 했다.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하시기는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시려는 듯 보였다.
"아, 참, 백현아. 지금 애들 연습실에 있는데. 가볼래?"
"헐, 네!"
헐, 연습실에. 와. 나 지금 애들이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거 구경하는 거야? 헐, 레알 대박이다. 거기 구름은 있으려나. 시덥잖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들어가 봐. 난 볼 일 있어서."
"아, 네! 나중에 뵈요!"
매니저님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떨리는 가슴을 심호흡 하고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에 손을 갔다대었다. 그리고 그 찰나에,
"우악!!!"
"어, 배견이다."
…예? 배견이요? 백연이요? 저는 백현인데요. 내가 문을 열려던 그 찰나에 희수가, 희수 형이 안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저기, 형…."
"응?"
"배견이 말고, 백현이요…."
"그래, 배견이. 변배견."
"……하…."
그래, 너는 중궈라인이니까. 아직 한국어가 익숙치 않을 거야. 한국 온지 몇 년 된거는 알지만, 그래도 너는 중국계 캐나다인이잖아? 난 이해할 수 있어.
"어? 백현이 왔네!"
"어, 네. 연습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아, 크리스 화장실 간데서 잠깐 쉬려고."
"아아."
"너는, 연습 잘 했어?"
"그냥. 뭐 연습했어?"
"연습할게 뭐 있겠어. 춤 연습했지."
"너는 뭐 하고 왔는데?"
"나도 별 거 없어. 그냥 춤 배우고, 녹음하고."
"헐, 녹음 벌써 녹음 했어?"
놀라운가?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종대에게 대답을 했다.
"응, 뭐. 아, 4월 달에 컴백 쇼케이스 있다며."
"들었어? 그 때 너도 무대 서는 거지?"
"네."
"오, 그럼 우리 맞춰 보자!"
"야야, 무슨. 하루만에 우리 춤 다 출 수 있겠냐? 그래도 우리 꽤 어려운 퍼포먼스라고, 나는 자부할 수 있어!"
"첸싱머신 납셨네."
"…경수야… 나한테 왜 그래, 응?"
그렇지, 너는 첸싱머신. 춤신춤왕, 첸싱머신이니까. 나는 차마 크게 웃지는 못하겠고, 소리죽여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 할 수 있어."
"헐, 진짜?"
"어느 노래?"
"어느 거? 어, 다. 안무 있는 거는 다 되지."
"뭐지, 얘? 춤 신동인가?"
"그걸 다 출 수 있다고?"
"얘 알고 보면 김종인보다 춤 잘 추는 거 아니야?"
역시 11명이 많긴 많구나. 나에게 다다다 쏘아 붙이는 그 말들을 들으며 나는 어느 말에 대답을 해야할지 매우 고민했다.
"무슨 얘기 해?"
"그럼, 크리스도 왔으니까 맞춰 볼래?"
"에?"
"우리도 대형 어떻게 설지랑, 파트는 다 들었으니까."
"…진짜 해요? 여기서?"
"여기가 연습실인데, 여기서 안 하면 어디서 해?"
"그건 그런데…."
"히스토리부터 시작, 콜?"
"그래, 콜!"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이것들이…. 그야말로 ㅂㄷㅂㄷ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친해지기 전까지 나는 쭈구리인 걸. 그래도 나름 이 상황이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나는 k 멤버들과 함께 연습실 중앙에 섰다. 앞에는 거울이 놓여져 있었고, 나는 멤버들 중에서 가장 왼쪽 끝. 저쪽에서 민석이 형이 노래를 틀어주었고, 히스토리의 도입부 부분, 그러니까, 음. 뭐라고 해야하지? 템버린 터는 소리보다는 좀 덜 터는 것 같은 느낌의 도입부가 틀어져 나오고, 우리는 바지털기를 시작했다. 주머니 있는 거 입어서 다행이다. 없었으면 얼마나 뻘쭘할 뻔 했어. 제 2의 도경수가 될 뻔 했잖아. 어쨌거나 저쨌거나 춤을 추기는 췄지만, 처음은 처음인지라 많이 버벅거렸다. 결국 우리는 노래를 끄고 대형을 맞추는 것만 차근차근 해나갔다. 주간아에서 민석이랑 희수랑 그랬던 것처럼 접촉 사고가 날 뻔한 것도 여러 번이었고.
"경수 너무 그 쪽으로 갔다. 좀 오른쪽으로."
엑소 춤라인들의 지휘 아래 히스토리는 어느 정도 맞춰지는 듯 했고, 한 번 더 노래에 맞춰 해봤을 때는 다행히도, 성공이었다. 그 이후로 다른 노래들은 별로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고,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해 달려 가고 있었다. 알긴 알았는데, 직접 해보니까 얘네 진짜 열심히 하는 구나. 내가 팬픽 읽고, 인티 하면서 밤을 지새울 때, 얘들은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면서 밤을 새웠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막 뭉클하네…. 마지 독방에서 준면이 관련해서 아련한 얘기를 본 기분이랄까…?
"아, 졸려…."
"그만 하고 갈까?"
"네에…"
종대가 정말 지친 듯 축 늘어뜨린 긴 입꼬리처럼 말꼬리도 늘리며 준면이 형에게 대답했다.(헐 이제 준면이형은 좀 할만 한데?) 그렇게 우린 숙소에 도착했고, 모두들 씻자마자 별 말 없이 다들 잠에 푹 빠졌다. 세훈이보다 먼저 씻고 나오니 오늘 인스티즈를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헐, 포인트 깎이겠다. 망했어. 이미 새벽이니 포인트가 차감 되었을 것이다. 흐규흐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인티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예정 12일(일) EXO D.O. 생일, 이라고 뜬 것이 눈에 들어왔다. 헐, 벌써 2일 뒤에 경수 생일이야? 그럼 4일 뒤에 종인이 생일인데? 선물 뭐 사줘야 되지. 아니,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독방. 나는 늘 그래왔듯이 엓독방에 들어가자 마자 초록글부터 확인했다. 나 스엠 사옥 앞에 어떤 남자 들어가는 거 봤는데, 라는 제목의 글이 떡하니 놓여져 있었다. 나는 ?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눌렀다. 그리고 나는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을 또 한 번 느꼈다. 심쿵. 글 안에는 매니저님과 함께 사옥 안으로 들어가는 나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과 함께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이거 혹시 엑소 새 멤버임? 옆에 매니저인 거 같은데... 뒷모습밖에 못 찍기는 했는데 앞모습도 꽤 괜찮음!, 하는. 이 와중에도 꽤 괜찮다는 말에 실실 웃는 나란 징어란, 참. 이제는 글보다 무서운 댓글을 확인할 차례였다. 다행스럽게도 댓글에는 뒷태 겁귀, 헐ㅇ나도보고싶다ㅠㅠㅠㅠ, 앞모습!!!!앞모습을 달라고!!!!!!, 호평이라면 나름 호평인, 딱히 나쁘지 않은 댓글들만 놓여져 있었다. 역시 독방 징들은 다 천징!!,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형, 뭐해여?"
"……."
"형."
"……."
"백현이 형?"
"어?!"
"뭐하는데 이렇게 놀래여?"
"어? 어어, 아무것도!"
"수상한데여."
"수, 수상은 무슨!"
이거 껄리면 나는 인밍아웃+징밍아웃이다. 절대 걸려서는 안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뒤로 가기 버튼을 연속으로 다다다다 터치해댔다. 아무것도 아님 말고여, 하는 세훈이가 참 귀엽고 섹시했다. 왜 귀여웠냐하면은 말투가 귀여웠고, 왜 섹시했냐하면은 샛노란 젖은 머리와 어깨에 걸친 수건이 참 조화로웠기 때문이다. 조화로울수록 완벽하다더니, 세훈이 넌 완벽한… 아니, 너 난청이었구나. 미안. 나는 세훈이가 듣지 못할 혼잣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세훈이가 침대에 눕자 다시 인티를 켜고 생각했다. 떡밥을 뿌려줘볼까…. 그리고 나는 독방에 나 엑소 새멤버 얘기 들었는데, 하는 제목과 함께. 걔 노래도 꽤 잘하고 비율 괘쩐데. 비율이야 초록글 보면 알겟지만... 완벽한 황금비율임!
별거 없이 허질구래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올리고 나니 내가 봐도 민망할 정도의 허질구래한 자뻑글이었다. …나중에 데뷔하고 나서 이 글 펑해야 겠다. 팬들 알면 쪽팔리니까.
"근데, 형, 안 자고 뭐 해여?"
그리고 홀드를 끄기 직전, 바로 뒤에서 세훈이 목소리가 들렸다. 반대편 침대 말고, 바로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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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겁나 빨리 들고 왔어여!!!!!!! 그래도 분량은 적은 감이 좀 있네요ㅠㅠㅠㅠ
아, 그리고 저번화 살짝 수정했어요! 별거 없고 컴백이 6개월 후라고 했었는데, 3개월 후로 바꿨어요.
시간상으로 컴백 노래 같은걸 현실이랑 비슷하게 하려고 했는데, 23살에 6개월 후 컴백이면 아무리 빨라봐야 7월 컴백이 되버려서..ㅎㅎ..
아무튼 그러합니당ㅇ..
신알신 해주시고 읽ㅇ어주시는 독자님덜 감사혀요ㅠㅠㅠㅠ♥
그나저나 변백현 벌써 인밍아웃+징밍아웃 위기..ㅎㄷㄷㄷㄷ..
오세훈 저게 왜 저리 갑자기 눈치가 빨라졋는지 저도 모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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