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BOYfriend
전 남자친구
01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백현이와 나는 4년을 사겼지만, 나는 백현이의 4분의 1도 채 다 몰랐다고.
그러나 나는 백현이에게 나의 전부를 내어주었다고.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는게 흠이지만.
***
학교에서는 변백현이 라임색우산의 추억을 가진 여자와 헤어졌다하는 소문이 돌았다.
백현이의 이야기를 소문으로 듣게되자, 그제서야 변백현과 나의 이별이 실감이 났다.
긴 생머리가 취향이라며 이상형을 떠벌리고 다니던 백현이는 긴생머리의 여자와 라임색 우산을 같이 썼다.
4년동안 백현이의 취향에 맞추기로 힘쓰느라 머리를 길었던 나는 2주 전에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단발이 된 상태였다.
맘같아선 목격 당시 바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혹시나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시간을 질질 끌다가
결국 일주일 정도 지나 백현이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기고 나서야 비실비실 미용실로 걸어가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자르고 나오면서 어쩌면 사족보행을 하며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4년동안 오직 백현이를 위해 길러오던 머리카락이였는데.
백현이가 매만지던 긴 생머리를 미용사가 만져주는 느낌은 이상했다.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아 자는척을 했다.
4년동안 길러왔던 머리카락을 자르니 머리가 가벼웠다.
그래서 자꾸만 머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면 나는 애써 머리를 들지 않고 그대로 숙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머리가 앞으로 숙여질 때 마다 눈물이 흐르지뭔가.
고개를 숙이고 턱을 접어가며 눈물을 기어코 떨구고 고개를 다시 들고 팔뚝으로 눈을 부비면
그냥 눈시울이 조금 빨갛게 달아오를 뿐, 백현이와 나의 이별, 나의 찌질함은 아무도 모를 터였다.
달아오른 눈시울은 2분이 채 다가기도 전에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다.
4년간의 백현이와 나의 연애는
2분이 채 되지않는 시간을 못이긴다.
그래도 나는 2분이라도 걸리지,
백현이는 아예 울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가슴이 아파 고개를 숙이고 꺽꺽댔다.
***
학교에는 변백현이 라임색우산의 추억을 가진 여자와 헤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무슨 꿍꿍이인지 몰랐다.
그 소문 직후 따라붙는 말은 변백현의 이상형이 긴 생머리에서 단발로 갈아탔다는 말이다.
그리고 거울을 보면 나는 명백한 단발이였고.
코난 코스프레 납신 학우들은 변백현이 이제 또 슬슬 시동을 걸었네,
변백현 뭔가 요즘 낌새가 수상하네, 하며 이입 저입에 우리들의 이름을 들먹거렸다.
그들의 입에선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비릿하지만, 한없이 달콤한 냄새.
변백현이 단발이 좋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거울을 보면 내가 단발이라서
그들의 입술에서 풍기는 소문이 달콤했는지도 모른다.
백현이가 단발이 좋대,
백현이가 …이 좋대,
백현이가 내가 좋대.
어쩌면 백현이가, 아직 나를….
***
뭔가 낌새를 알아챈 친구들은 조심하라고 그랬다.
그리고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그랬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소리임은 그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나는 백현이와 교제하던 4년동안 한 번도 조심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적 없었다.
백현이는 내가 대비하는 양 보다 항상 월등한 양의 매력을 과시했다.
그는 내 생각보다 대담했으며, 그는 내 생각보다 치명적이였다.
조심해, 정신 좀 차려.
백현이와 교제하던 4년 내내 친구들에게 듣던 말이였다.
카사노바 남친을 둔 자신의 친구가 영 걱정스러웠던 친구들에게 꼬박꼬박 듣던 말이였다.
그런 말을 다시 들으니, 무슨 연유에선 간에 좋았다.
나는 그가 아직도 좋았으니까.
***
변백현이?
그러디?
단발이 좋다고?
갈비의 뼈마저 가루를 내 버릴 정도로 잘근잘근 씹던 남학생의 눈썹이 지켜올라갔다.
사나울 정도로 바싹 선 미간의 주름은 딱 봐도 그의 심기가 날카로워졌음을 암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의 첸씨눈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의 소문을 날랐다.
그리고 그의 눈치없음과 비례하는 크나 큰 데미지를 지닌 막말도 아무렇지 않게 휘갈긴다.
"이야 너 이러다가 또 짝사랑 뺏기겠다?"
"……."
"이번에 또 사귀면 언제 깨질지 모르잖아? 거북이, 조금 분발하지 그래,
언제까지 뒤에서 전전긍긍 이만 갈고 있을건데, 지금이 기회라니까."
"……."
"지금부터 시동 걸어라 빨리, 4년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좋겠냐, 아니면 듣보잡 중딩동창 남자애가 좋겠냐.
넌 이미 한참 뒤떨어졌어 임마, 나같아도 4년동안 침과 혀를 나눈 남자친구랑 사귄다."
"뭐? 미친놈아? 침과 혀?."
야 초딩들도 4년 사귀면 키스는 할껄."
남학생은 숟가락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는 족족 맞는 소리다.
"키스만 했으면 다행이게."
결국 참다 못한 남자가 급식실 책상을 쾅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종대는 대수롭게 급식으로 나온 갈비를 뜯으며 일어선 남자를 올려다 봤다.
"이 김종대 개새끼야…."
내가 뭘? 종대는 눈썹으로 말하 듯 눈썹을 꿈틀 하고는 갈비를 뜯는데 열중했고,
이를 부득 갈던 남자는 식판을 들고 씩씩 급식실을 빠져 나갔다.
"야! 거북! 갈비 덜먹었잖아! 나 주고가!"
니 갈비뼈 뜯기기 전에 닥쳐! 남자는 거의 손도 안댄 급식을 잔여음식물통에 털어머리고는 급식실을 뛰쳐나갔다.
급식실에 남은 종대는 손에는 갈비를 쥐고 웃으며 읊조린다.
"도경수 병신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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