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자신의 차에 태웠다. 공인인지라 함부로 어디로 갈 수도 없는 처지라 아이를 데리고 더 좋은 곳으로 가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일단 아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왜 그러고 있었어. 아는 사람이야? 아까 친척이라고 하던데.”
“말려주신 건 감사합니다. 안 말려주셨으면 진짜 죽여버리려고 했거든요. 근데, 더는 제 일에 간섭하지 말아 주세요.”
“어디서 지내? 집에 잘 안 들어가는 것 같던데.”
“제게서 신경 꺼달라구요.”
아이의 말은 매서웠다. 표정 역시 처음 보았던 그때처럼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성규는 본래 제 사람에겐 잘하는 편이지만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 그 아이만 보면 제가 챙겨주고 싶고, 혼자 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의 부모님께 진 빚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성규는 생각했다.
“우리 엄마 알지. 엄마가 네 걱정 많이 하셔. 친구 아들이라 신경이 쓰이시나 봐.”
“걱정은 감사하지만, 저 애 아니에요. 알아서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자꾸만 선을 그으려고 하는 아이가 답답했지만 성규는 우선 참기로 했다. 날이 선 아이의 말투에서 아이의 상처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저에게서 벗어나려는 아이를 더 잡아둘 수 없어 성규는 우선 아이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돌려주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아무 데나 번호를 뿌리고 다니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왜인지 아이라면 함부로 번호를 뿌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번호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혹시나 도움이 필요해도 연락해.”
아이는 다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는 아이를 보며 성규는 한숨을 쉬었다. 성규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한사코 거절하더니 결국엔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선팅된 차 안에서 아이만을 보던 성규는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쯤 돼서야 시동을 걸었다.
“다들 잘했어. 고생 많이 했다. 이제 숙소 가자.”
“와, 드디어 집이다. 진심 감격스러워.”
“화장실 내가 제일 먼저 쓴다. 찝찝해.”
인피니트의 주가는 무서운 기세로 올라갔다. 그와 비례해 스케줄 또한 전보다 훨씬 많아졌으며 쉴 틈 없이 일해야만 했다. 바쁜 일정 속에 성규는 아이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어 기억 속에서 아이는 서서히 잊혀 갔다.
“도와주세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연락은 갑작스러운 순간에 찾아왔다. 처음 보는 번호라 사생팬인 줄 알고 하마터면 받지 않을 뻔한 걸 혹시나 싶어서 받았는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처음 보는 다급함에 듣는 사람마저 초조해질 지경이었다.
“설마, 남우현? 너 어디야.”
“여기 창신동인데요. 매화아파트 옆에 있는 공사장 안에 조그만 공터요. 제발 도와주세요.”
“기다려.”
물기 어린 아이의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서 이성적이고 상황 판단력 뛰어난 김성규는 없었다. 아이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어디 가냐는 멤버들의 말도 듣지 못하고 모자 하나만 눌러쓴 채 무작정 차에 시동을 걸고 아이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우현아, 남우현.”
공사장이라더니, 공사를 하다 말았는지 새벽녘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어떻게 주차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뛴 성규는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아이의 이름을 더 크게 불렀다.
“남우현. 제발 대답해. 남우현.”
“아.”
조그만 신음이 들렸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기 힘들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성규에겐 크게 들렸다. 저것은 아이의 소리이다. 본능이 내린 판단에 성규는 무작정 소리 나는 곳으로 뛰었다.
“남우현.”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의지하며 뛴 성규의 눈에 처참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이는 건물 벽에 간신히 기대 숨만 쉬고 있었고, 아이가 안고 있는 물체는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온몸이 넝마가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남우현. 무슨 일이야. 너 왜 그러고 있어. 남우현, 정신 차려봐.”
“아으, 아.”
아이에게로 뛰어간 성규가 아이를 품에 안고 깨웠다. 눈을 감고 있던 아이는 다행히 정신은 있는 것 같아 보였으나 신음만 내뱉을 뿐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초조해진 성규가 입고 있던 옷의 소매로 피범벅이 된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아이의 등을 계속해서 쓸어내리자 그제야 아이가 눈을 떴다.
“아흐, 열이, 성열아. 이성열.”
이제 보니 아이가 안고 있었던 것은 저번에 장례식장에서 아이와 같이 있던 친구였다. 눈을 뜨고 말을 한 아이에게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아이의 친구 상태를 보기 위해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 성규의 머리가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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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독자님들ㅜㅜ 이게 뭐라고 댓글을 달아주시고ㅜㅜㅜ 인티에 이렇게 올리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독자님들이란 표현도 익숙하지 않지만 정말 감사합니다ㅜㅠㅜㅠㅜㅠㅜㅠㅜ 정말 더 열심히 쓸게요ㅜㅜㅠㅠㅜ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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