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유치원생, 맴매

  

 

  

 

  

 

  

 

부모님이 안 계셔 둘만 살고 있는 일찍 취업한 직장인 형인 너와, 아직 미운4살 끼가 있는 5살 유치원생 훈이. 출근준비를 해야되서 안 그래도 바쁜데 오늘 아침에 훈이가 자꾸 유치원 안 간다고 떼 쓰는 중. 그러다 장난감 기차까지 집어던져 화가 난 네가 출근이고 뭐고 훈이 맴매하는 상황. 다니엘 형 좋아해요.  

 

  

 

  

 

  

 

(출근준비 하랴 자기 밥먹이랴 준비물 챙기랴 너무도 바쁜 너의 모습에 아랑곳 않고 유치원 가기 싫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 너에게 붙잡히자 울고불며 네 손이고 머리고 때리며 장난감 기차까지 집어던지는)  

 

후니는! 유치원 가기 시타고 해짜나! 형아 바부니까 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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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때면 제 이름을 낮게 부르던 네가 생각 나 제 형이 화났나 지레 겁을 먹지만 그것보다는 현재 제 감정이 더 먼저이기에 여전히 떼를 쓰며 바락바락 대드는)
박지훈 안니야! 후니야! 후니, 유치원 가기 시른데 왜 가라구 해! 형아는 바부, 멍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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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를 가지고 나와 제 앞에 오라는 너에 놀라 그래도 큰 눈을 크게 뜨고 너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거실 벽에 딱 붙는)
으응... 후니, 맴매 시져. 형아가 맴매 아니라구 하며는, 후니 그 때 가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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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혼낸다는 소리에 네 앞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바닥에 내리친 회초리가 무서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여전히 제 자리에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흐끄, 맴매 무서... 후니, 후니 맴매 안니야, 흐응...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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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셀 수 있는 가장 큰 숫자가 백인데 그 숫자만큼 맞는다고 하니 잔뜩 겁을 먹고는 얼른 쫄래쫄래 네 앞으로 가 손만 꼼지락거리는)
형아, 열 되기 전에 후니 와써. 그니까 백대 안니야, 아니, 그냥 맴매 안니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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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을 벽 쪽으로 돌리며 댓수를 정하라는 너에 더 크게 울며 다시 돌아서 너를 보는)
흐으, 형아, 후니 맴매, 끅, 맴매야? 끅, 맴매 시져... 후니 말 잘 들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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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물에도 봐주지 않고 바지를 내리는 너에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형아, 미년 형아, 후니, 후니 무서... 맴매 안 마즐래...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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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엉덩이를 세게 내려치며 화를 내는 너에 엉엉 울며 겨우겨우 바로 서서 네가 말한대로 벽을 보고 서는)
끅, 맴매 쪼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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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로 아프게 다섯 대를 다 맞고 나서 집이 떠나가라 울며 자리에 주저앉는)
흐어, 후니 아야... 흐끅, 형아 미워... 이 세상에서 제일 미워...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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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두고 나가는 너에 서러워 울다가 쪼르르 너를 쫓아가서 네 다리에 매달리는)
으응, 안 미워... 후니가, 후니가 잘모태써요. 형아, 후니 버리지마...
형아... 후니 혼자 있기 시져,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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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떼어내고 평소랑은 다르게 쌀쌀맞게 구는 너에 우는 모습도 안 보이려 눈가를 박박 닦고는 다시 네 앞으로 가 이번에는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네 앞에 서는)
안니야, 후니는 형아 안 미워. 후니, 유치원도 잘 갈 수 이써! 그러니까, 형아도 후니 아이예뻐 해조...응? 원래 미년이 형아로 돌아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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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추며 눈높이를 맞춰주는 너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눈을 반짝이는)
응! 후니, 유치원 잘 가께... 칭구들이 모래놀이 가티 안 해주지만, 후니는 모래놀이 안 해두 대! 유치원 잘 가꺼야, 후니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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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너에 그저 신나 헤실헤실 웃으며 답 해주는)
후니는, 맘마, 빠빠가 아니라 형아랑 산다구 칭구들이 모래놀이 아니래! 그래서 후니는 여자애들이랑 공주놀이 해. 공주놀이도 재미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