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죽인 거 아니라고 해.” 시원한 바람이 밀려들어오는 건물의 옥상, 들려오는 울음소리. 한 남자의 조급한 말들.
“형, 형이 아니면 누군데.... 여기 너랑 나랑 둘이 있는데, 혀,형이 아니면, 아아... 네가 아니면 누군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넘어가는 숨으로 겨우겨우 말을 이어가는 남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이 없는 건지 계속해서 눈물을 떨구며 탄식한다. 잠시후 옥상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와 함께 밑에서 몰려드는 사이렌 소리. 처음보는 총기류를 들이미는 경찰들. 어느새 울던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날카로운 칼. [꼼짝마, 머리 위로 •••] 웅웅 울리는 말들이 들리지 않고 시야는 뿌옇고 자신의 핏줄은 언제 가있는 건지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떨고있었다. 그렇게 순수하던 청년 하나는 살인범이 되어 있었고 진범은 목격자가 되어 있었다. ㅡ
“형사님 저 아니에요... 저 진짜 아닌데... 저 진짜 아닌데, 아... 저 진짜... 진짜 아닌데...” 간절한 것인지 몇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남자는 끝내 조용히 하라는 형사의 말에 속으로 말을 삼키고 그저 입술을 물어 뜯는다. 목격자의 진술이 시작되었다. 목격자는 일들을 자세히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술해 나갔고 그걸 무력하게 듣고 있는 남자는 억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 나 아니잖아. 너잖아. 너, 네가 한 일이 잖아. 니가 분명 나한테 그랬으면서, 내가 한 거라고 그렇게 말하라고 그런 식으로 굴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 나 아니잖아... 아니라고 해. 빨리 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하라고!!! “ -쾅 철조망을 서류 파일로 크게 친 형사에 의해 일어난 파열음이 크게 울린다. 유치장 안에서 소리를 지르던 남자는 그 소리에 반응 한 것인지 목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는 듯 보였다. 그렇게 억울함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어이없어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을때 정신 차리고 보니 이곳은 유치장이 아닌 재판장이 되어있었다.
“변호사님 저 아니라고 한 번만... 한 번만 말해주세요, 제발요...” -아, 안된다니까요. 이럴땐 잘못했다, 반성 중이다. 뭐 이런 말들이 더 잘 먹혀요. “ 저 아니에요. 저 진짜 아니에요... 제발 한 번이라도 말해주세요...” - 증거 있습니까? “...아뇨.” -봐요 뭣도 없어요 지금 상황이. 근데 당신이 살인자라는 증거는 너무 많아. 넘치게 많아. 근데? 여기서 무죄? 말이 안되는 거지. [ 가족 면회 들어갑니다. ]
“ 나라고 말하니까 좋지? “ 자신의 쌍둥이 형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하고 싶던 말을 내뱉는다. 그 동안 억울 한 걸 참아 왔던 것인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 너 맞잖아. 증거 있음 한 번 해보던가, 증명. “ 그에 맞서기라도 하는 듯이 더 서글프게 우는 남자는 빨개진 눈가로 확고하게 자신의 죄를 바라본다. 자신의 죄를 짊어지게 된 동생을 바라본다. 자신의 핏줄을 배반하고 버린 자신의 추악함을 바라본다. 동생의 눈물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본다. 유일하게 그를 통해 나를 본다. 당당하게 나를 바라볼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