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지마. 세 발자국 떨어져서 걸어."
또 우지호는 화가 났다.
내가 딱히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단순한, 어떻게 보면 유치하기도 한 이유로 또 삐졌다.
"그 옷 내가 입지 말랬지."
"넌 왜 이 옷만 싫어하는데?"
"몰라. 그냥 싫어."
우지호는 내가 이 옷만 입는 걸 그렇게 싫어한다.
한 달전에 산 원피스가 마음에 들지 않은 지,
저번에 입고 나왔을 때도 삐졌었다.
그냥 옷이 마음에 안든다나 뭐래나.
"..이쁘기만 이쁘구만 뭐가 문제지.."
혼자 궁시렁 거리던걸 들었는지 떨어져서 걷던 우지호가 확 째려본다.
솔직히 우지호가 째려볼 땐 진짜 무섭다.
우지호가 째려볼 때가 한 두번도 아닌데 3년 동안 아직도 적응 못하는 점이다.
어릴 적 보던 호러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
어휴, 나도 화가 나고 어이없긴 하지만
우지호가 저러는 데 내가 어쩌겠나 싶어 우지호 옆으로 쪼르르 가서
되지도 않는 애교를 피운다.
"자기야! 오늘 뭐 먹을까? 난 자기가 좋아하는 거면 다 좋아^0^"
우지호는 아무말 없이, 그냥 피식하고 또 웃어버린다.
자주 삐져서 그런지 이제는 익숙하다.
한 달에 몇 번씩이나 삐져버리는 우지호, 내가 먼저 풀어주는 것
모두 이젠 내 생활의 일부가 된 듯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