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보는 것 같은 새하얀 천장이 나를 반겼다. 나의 몸을 천천히 훑어보아도 역시 달라진 것은 없다. 내가 뭘 기대한 건지.. 애초에 저의 부모라는 것은 없었고 친구조차도 나에게는 사치였다. 하, 또 혼자인 거냐.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링거액이 뚝뚝 규칙적으로 떨어졌다. 다시한번 현실을 자각했다. 오늘도 지긋지긋한 하루의 시작이다. 병실 문이 열려져 있는 것을 봐선 간호사 누나가 열어놓았나보다. 아 진짜. 열어놓지 말라니까. 괜히 문밖을 노려본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고 더러운 것을 본 것 마냥 시선을 먼저 피한다. 그거야... 이름: 오세훈 생년월일: 1994년 4월 12일 현재나이: 18세 병명: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 (울거나 웃는 감정변화가 있으면 기도가 막혀 죽는병) 특이사항: 피부색이 파란색임. 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음. "엄마, 왜 저 형아는 얼굴이 파래?" "저기..종대야, 저런거 보는 거 아니야.." 저런거? 하, 씨발. 터벅터벅 걸어나와 병실의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았다. 난 병신이니까, 병신이라서 남들과 다른 이따위 대우를 받아야 하나? 마음속의 공허한 울림은 오로지 나 혼자만이 들은 채, 뇌 속을 배회한다. 누구도 나에게는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 오늘도 저 문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누군가가 내 눈을 마주쳐주길 바라면서. 흉측하기 그지없지만 나를 그저 인간 그 자체로만 생각하며 똑바로 바라봐주길 기도하면서. 이 넓은 1인실에서 잠깐이라도 혼자가 아니었으면..하면서. * 유난히 햇빛이 눈부시다. 언젠가 이렇게 밖을 바라다 본 적이 있었던가. 기지개를 펴고는 책을 꺼나들었다. "....." 일본의 오토다케가 쓴 '오체불만족'. 페이지를 한장, 두장 넘겼다. 종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그 모습이 예뻐 멍하니 보고 있었다. 똑똑- "왜요." 노크하는 소리에 내 담당인 간호사 누나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나는 들어와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낌새가 영 이상했다. 계속 적막감만 흘렀다. 슬쩍- 고개를 들었을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또래의 흰 피부를 가진 소년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멍청하게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제서야 자각했다. 간호사누나는 노크따위 생략한다는 것이다. "....." "....." 또다시 정적. 내가 먼저 입을 뗏다. "너 뭐야." "....." "너 말 못하냐?" "....." "내가 징그러운거지? 그런거지? 흉측하다고 하고싶은 거지?" "그런거 아니야." "나가." "어?" "나가라고. 내말 안 들려?" "....." "나가 씨발! 꺼지란 말이야!!" "거짓말." "뭔 개소리야." "넌 내가 안 나갔으면 좋겠잖아." 꽤뚫어봤다. 초면치고는 당돌하고 똑부러진게 퍽 마음에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소년의 얼굴을 마주봤다. 참 하얗다. 잡티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가 부러웠다. 난, 이런데. 또 다시 기분이 나빠져 녀석을 한껏 노려봤다. 녀석도 지지않고 나를 노려봤다. 뭐. 노려보면 어쩔건데. 라는 표정으로. 아이씨, 먼저 눈 감았다. "내가 이겼네." "참나, 유치하게" "그러는 너도 같이 했잖아." 새끼, 할 말 없게 만드네. 저것도 능력인가. 근데...이렇게 오랫동안 대화하는건 또 처음이네. "내가 징그럽지 않아?" "어디 아픈거지?" "어? 어." "아픈거랑 징그러운거랑 무슨 상관이야." "....." "오세훈." "어?" "너 이름." "..맞아." "나는 김준면. 너랑 동갑이야." "오랜만이다." "무슨 소리야. 난 너 오늘 처음봐." "아니, 대화하는거." "....." "왜.." 김준면이 대뜸 나를 안아온다. 당황스러워 할 틈도 없이 어깨부근이 젖어들어 간다. 바보같은 새끼. 왜 울고 지랄이야. "흐끅, 안, 힘, 들어..?" "괜찮아." "어, 흐끅, 떡해.." "..괜찮대두." "오늘, 은, 이만, 흐끅, 가볼게." "잘가." "....." "내, 내일도! 내일도 와야되!" 제발. 얼어져가는 김준면을 보면서 빌었다. 내일도 저 하얀 얼굴을 볼수 있기를. 또 마주보고 대화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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