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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킨라빈스에서 뉴욕치즈케이크 맛을 처음 먹어본다.
처음 보는 맛은 맛 없을지도 모르니 일단 내 돈으로는 안사먹는다 하는 내 심보때문에, 기어코 세훈이가 먹어보라며 먹어보라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라고 나에게 파인트 사이즈로 쐈다.

"야 내가 파인트 이걸 다 어떻게 먹냐. ..내가 그렇게 많이 먹게보여?"
"아니, 누나. 나랑 먹자고, 나랑. 그리고 누나 이거 다 먹을 수 있잖아."

들킴?

내 앞에 앉아서 지꺼인듯 내 숟가락으로 천연덕스럽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세훈이의 손을 팍 쳤다.
잘못 들어간건지 눈이 시뻘게져서 목을 부여잡고 켘켘 거린다.
진짜 난 천성이 못됬나봐. 왜이렇게 괴롭히는게 재밌냐.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세훈이를 모르는척하고 핸드폰으로 계속 인터넷 서핑을 했다.

"역시 남자는 흑발이 진리인듯. 시발 오빠."


무심결에 뱉은 내 말에 다음날
세훈이는 노랗게 하다가 오랜만에 갈색한거라고 예쁘지 않냐며 자랑한 머리를 이번엔 검게 물들이고 왔다. 머릿결 많이 상할텐데.
그리고 흑발의 도경수가 전학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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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내가 왕따를 시키려고들지는 않았는데 내 한마디에 도경수는 잠정적 왕따가 되어버렸다.
나 미안해야되?


교실 정문에 담임 쌤과 함께 들어오는 도경수는 우리 담임은 키가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엇비슷해보였다.
끽 해야 174? 우리 세훈이 어깨 정도 되려나.
그리고 이어서 덤덤한 목소리로 "도경수입니다. 잘 부탁해." 라며 여자애들이 뻑간다는 반존대를 썼다.
박찬열이나 변백현이었으면 토하는 시늉하며 야유했을텐데, 쟤는 잘 어울렸다. 원래 쌍판데기랑 저 두툼한 하트입술에 버터를 바르고 댕기는갑다 싶었다.


사건은 도경수가 양 팔을 몸에 붙이고 허리를 굽혀 우리에게 인사하는 것이었는데.
아니지 방정맞은 내 입이 문제지.


찰랑거리는 검은색의 생머리가 너무 단정하고 예뻐보여서
눈이 나쁘단 핑계로, 그렇다고 너무 앞은 또 침튀긴다고 두번째줄 맨 끝에 앉은 나는 아무생각없이
"우리 세훈이도 흑발했는데. 우리 세훈이가 훨씬 예쁘나."라고 혼잣말 했다.


내 십구살 인생을 살면서 내 혀를 거노라, 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 오히려 작다면 작을까, 애들이 나에게 재차 물어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다고 반에서 영향력있는 인물은 아닐것이다. 있다고해도 그건 내 탓이 아니다. 모두 오세훈탓이다.
또 반친구가 많은 것은 아니다. 끽해야 "숙제 안했는데 보여 줄 수 있어?" "나 물 한입만." "나 지우개 좀." 이라고 말 붙일 애 다섯쯤 있다.

그냥 내가 말을 했을 때 갑자기 조용했어서 그랬다.

왜 나년은 꼭 그 타이밍에서 중얼거렸어야만 했는지.

그치만 여기서 중요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나는 분명 "세훈이가 훨씬 예쁘나."하고 말했다.
"세훈이가 훨씬 예쁘다." 하고 말한적이 없다.

아마 예전의 일이라 내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나 잠깐 헷갈리기도 하지만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도 '세훈이는 흑발한지 얼마 안되서 적응이 안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럼에도 도경수는 왜 나를 놀리듯이 대답했을까.
"나는  어떤데." 라고.


결국 가만히 있던 세훈이(정확히 말하자면 나다)를 건드린 흑발의 전학생 도경수는 그렇게 잠정적 왕따가 되었다.

고로 다시 생각해보아도 이건 내 잘못이 아님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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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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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헣 경수박력ㅎㅎ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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