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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 귀여운 선배
저절로 욕이 나오는 더위. 제일 더울 시간인 12시에서 2시 사이. 정말 짜증나게도 지금은 체육시간이다. 옆에 떡하니 강당이 자리잡고 있건만 날씨가 좋다는 씨발놈의 체육선생님 때문에 그늘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열불나게 운동중이다.
"씨이발. 좆같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래서 여름이 싫다. 차라리 겨울이 낫다. 겨울은 추우면 껴입으면 되는데 여름은 빨개벗어 도 더우니까.. 욕이란 욕은 다해가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짜증 뿐 이였다.
"야. 야 우지호, 일어나." "아, 왜." "물 마시러 가자." "오, 좋지."
우지호의 힘 없는 발걸음 이 위태로웠다.
****
주번은 까먹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안 끈 듯 교실문을 연 순간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오! 지호는 쓰러질듯 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선풍기 앞에서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 소름이 돋을 때 쯤 땀에 젖은 체육복을 벗고 교복을 갈아입었다. 다음시간을 준비하려고 시간표를 본 지호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오, 옘병할. 다음시간이 수학이라니.
**
번개처럼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교실엔 자고있는 박경과 나, 그리고 밥을 먹지않는 몇몇 애들만 남아있었다. 경은 배 가 고팠던지 슬금슬금 상체를 들었다.
"김유권은?"
잠이 덜 깨 가라앉은 목소리로 유권을 찾는 경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했다.
"걔가 어디가겠냐?" "아씨..날 버리고 가다니. 넌 오늘 안 먹냐?" "어. 오늘 맛있는거 안 나와." "그럼 나 먹고온다."
경이 나가고 교실에 남아있던 몇몇 아이들도 다 나가, 교실에는 지호 혼자 남았다.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다른 반 아이들도 다 밥을 먹으러 갔는지 2학년 층은 정적만이 흘렀다. 볼륨을 작게 하고 책상에 그대로 엎드렸 다.
'드르륵'
"저기.."
앞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왜소한 체격에 뿔테안경을 쓴 남학생이 들어왔다. 명찰에는 '이태일' 이라고 씌여있었다. 명 찰색을 보니 3학년 인 것 같은데.. 2학년 교실에는 왜?
"유권이.. 밥 먹으러 갔어?" "네. 전화 해드릴까요?" "아, 아니야. 됬어!"
손바닥을 휘저으며 강한 부정을 보이던 태일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얼굴이 빨개지고 그, 그럼 가볼게! 하고 뛰어갔다 . 다시 생각해 보니 좀 귀여웠던 것 같고.. 김유권 언제오지?
"아 맞다, 김유권."
입 안에 가득 차 있는 빵 덕분에 발음이 뭉그러졌다.
"아까 이태일? 이라는 선배가 너 찾아왔어." "태일이 형이? 왜?" "몰라. 너한테 전화해준다니까 됬다면서 가던데?" "그래? 알았어."
말을 끝나고 계속 박경과 빵 만먹는 김유권은 점심까지 먹어놓곤 배도 안 부른지 꾸역꾸역 잘도 들어간다.
***
"김유권. PD방 콜?" "콜!" "우지호는 주번이여서 안되고." "너 주번이냐? 안됬네. 그럼 정리 잘해라 -"
지호는 기말고사를 몇 일 안남기고 놀기만 하는 둘만 보며 혀를 찼다. 청소당번인 애들은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했던 교실을 청소하기 귀찮았는지 눈에 띄는 쓰레기 몇개 줍고 갔다. 지호는 잠시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곤 칠판 지우개를 들었다. 문 쪽 으로 몸을 돌리니 누군가의 머리통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문으로 가 유리를 통해 봤다. 태일선배다. 지호는 씨익 웃으며 문을 열었다. 태일은 갑자기 열린 문 때문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선배 안가고 뭐하세요?" "어, 어? 그게 말이지이..."
"유권이 아까 갔는데."
아.. 나 왜 이러지. 나 게이였나? 태일은 얼굴을 붉히며 지호를 바라봤다.
"너랑.. 집에 같이가려고 왔어." "저랑요?" "응." "저 주번인거 알고 있었어요?" "아까 여기 왔을때 칠판에 적혀있던거 봤어."
눈 웃음을 지으며 웃는 태일을 보고 지호는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갑작스레 안아버리면 오해받을까봐 안지도 못했다.
"저랑 같이 가려면 좀 기다려야 될텐데." "어.. 기다리지 뭐." "그럼 저 지우개 좀 털고 올게요." "아, 저기..같이가. 혼자있기 무서워.."
태일은 금세 울상이 됬다. 지호는 태일을 보고 아기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선배 귀엽네요." "어, 어..?"
아, 이런.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을 무의식적으로 꺼내버렸다. 그냥 다 말해버릴까.
"선배 아기같아요. 선배 처음봤을때 부터 귀여웠어요." "..." "우리 지우개 털러가요."
태일은 지호가 건낸 지우개를 받아들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둘은 손을 잡고 교실을 나섰다. |
똥글망글..☆★
제 첫작이네요! 재미없다구요?
저도알아요..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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