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더 둥글게. -허리는 더 세우고. -감정을 더 넣을 수는 없어? 무겁다. 옆에서 태워버릴 듯 나를 쏘아보는 저 눈빛이 무겁다. 이 부담감이 내게 너무 버겁다. 친형이 아니라지만 저렇게 반감을 대놓고 표출하는 건 형이 중요시하는 예의에 어긋나는 거 같은데. -하... -이래서 사생아 새끼들이 무시 당하는 거야. -몇번을 말해도 달라지는게 없는데 이런 새끼를 데려다 뭘 시킨다고 데려와서는, 대체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신지. -야 전정국. 너는 양심도 없냐? 뻔뻔한 새끼. 이어지는 욕설들을 귀담아 듣진 않았다. 고상한 척 나긋 나긋하게 이어지는 욕들을 굳이 듣고 싶진 않았으니까. 멀리서 누군가 봤다면 우애 깊은 형제처럼 보이겠지. 형은 웃으면서 내게 비수를 던지고 있고 나는 바보처럼 웃으며 피아노를 치고 있으니까. 삐딱한 자세로 피아노를 짚고 서있는 형은 드디어 말을 끝낸건지 한숨을 한 번 크게 쉬곤 피아노를 한 번 손으로 쓸고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이것도 이제 버려야겠어, 네 손이 닿아버렸으니 이것도 이제 불순해. 도도한 고양이 한마리가 곁을 떠다듯 유유히 사라지는 형의 뒷모습을 보고 들으라는 듯 피아노를 더 크게, 힘있게, 강하게 쳤다. 걸어가는 형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