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학교 3학년이 된 너탄에게는 2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음.
바로 대학 동기 정호석.
호석이랑 너탄은 안 친하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많이 친한 것도 아니었음
그냥 동기들이 놀러가거나 술 마시러 갈때 불러서 나가면 어쩌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애들 사이에 묻혀서 얘기 좀 나누고 웃고 하는 그정도?
어쨌든, 너탄이 정호석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하나 있는데 그게 뭐냐면.
1학년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 기말고사 기간이었음.
이때는 정호석이랑 진짜 일대일로 말도 한번 나눠본 적 없는 그런 사이었음
발표랑 시험기간이 겹쳐서 죽을 맛이었던 너탄은 그맘때쯤 진짜 죽을 상으로 다녔음.
화장도 눈썹이랑 입술 정도만 바르고, 옷도 거의 츄리닝복이었음
오죽하면 같이 다니는 친구가 공무원 시험 준비하냐고 놀릴 정도였을까
어느 1교시 들은 날, 너탄은 또 피피티 만든다고 잠도 3시간밖에 못자고 다크서클 쭉 늘어뜨리고 침대에서 일어남.
하필 전공 3시간 연속 수업이라 마음 상태도 아주 그지같았음
이대로는 진짜 안되겠다 싶어 좀 일찍 나와 편의점에 들른 너탄은 초코우유를 1+1으로 두개 삼. 그거라도 마셔야 강의 시간에 졸지 않을 것 같아서였음.
초코우유마저 무겁게 느껴져서 전공책 하나랑 주머니에 볼펜 꽂아넣고 터덜터덜 걸어서 강의실에 도착함.
15분정도 일찍 도착했고, 운이 좋게도 강의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음.
너탄은 조용하게 잠들 수 있겠다 생각하며 아무대나 뒷쪽 구석자리에 앉아서 철푸덕 누움.
누우니까 진짜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힘이 없는 느낌이 물씬 들었음 . 자기연민을 느끼며 슬슬 깊은 잠에 빠지려는 찰나,
부스럭
뭔가 옷이 부시럭거리는 듯한 소리가 옆에서 가까이 들려서 잠이 달아나버림 . 뿐만 아니라 차가운 바깥 공기까지 가져와서 히터바람에 따뜻해지려던 몸도 예민하게 반응함
잔뜩 짜증나는 마음으로 너탄은 누운채로 고개를 휙 돌려 누군지 확인해.
바로 옆 자리에 정호석이 놀라서 눈 동그랗게 뜨고 너탄을 쳐다보고 있음
"미안."
그 순간 얘는 뭔데 내 옆자리에 앉았지, 하는 당황스러움이 들었지만,
미안함이 가득가득 샐만큼 담긴 목소리에 먼저 마음이 조금 풀어진 너탄은 무슨 상관이냐 싶어 괜찮아, 하고 작게 말하고는 다시 팔에 얼굴을 묻음.
그 후로도 얘 뭐지, 하고 조금 생각하다가 어느새 잠들었는지 옆에서 누가 어깨를 조심스럽게 톡톡 두드림. 고개를 들자 정호석이 교수님이 출석을 불러서 깨웠다고 얘기해줌.
멍한 머리로 고개를 대강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키는데, 책상 위에 너탄이 사온 초코우유 말고도 츄파츕스가 몇개 올려져있음.
뭐지 싶어서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정호석이
"그거 내가 준 건데, 아까 깨운 거 미안해서."
라고 말함.
응? 깨운 게 미안해서 사탕까지 사왔다고?
일단 사탕을 보니 먹고싶어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 라고 말한 너탄은 곧 수업이 시작하자 옆에 정호석을 잊고 졸음과 싸우기 시작함.
하지만 며칠동안 제대로 못 자고 공부와 발표를 준비하던 너탄이 수업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리가 없지.
역시나 고개가 푹푹 숙여지며 졸고, 그럴때마다 정호석이 깨워야 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면서 너탄을 힐끗거림.
너탄은 그걸 알리가 없으니 한시간동안 미친듯이 졸다가,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다시 엎드림.
정호석이 자리를 뺏어버리는 바람에 너탄의 옆에 못 앉은 동기는 앞에서 너탄 조는 걸 보고 말 걸 생각도 없이 그냥 폰만 만지고 있을거야.
쉬는시간이 지나고, 너탄이 조금 정신을 차린 듯 보이자 정호석이 옆에서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해
"진짜 너 머리 박을까봐 조마조마했다."
너탄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정호석을 봐.
정호석이 그 순수한 눈망울로 옅게 쌍커풀 진 눈을 하고는 너탄을 귀엽다는 듯이 보며 웃고 있었어. (사실은 그냥 웃은 것 뿐인데 너탄이 착각한 것일수도 있고.)
그 눈웃음을 본 순간 너탄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휙 돌려버려.
정호석은 대답도 없이 고개를 휙 돌린 너탄이 의아한듯 조금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눈을 다시 마주쳐서 대답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어.
그 이후로 2교시, 3교시는 졸지 않았지만 수업에 집중하지는 못해. 옆에서 열심히 필기중인 정호석의 존재가 갑자기 신경쓰이기 시작한거지.
그래. 너탄은 그때 호석이에게 뽝 삘이 꽂혀버림.
그 후로 너탄과 호석이는 뭐 만나면 인사정도는 하는 사이가 됨.
대부분 호석이가 먼저 인사함.
너탄은 별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봐도 귀찮거나 어색하면 못본 척 고개를 돌리곤 하는데
이상하게 정호석은 멀리서라도 보이기만 하면 반갑다는 듯이 탄소 안녕! 하고 인사를 하는거야.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너탄의 마음에서 사랑이 점점 크게 싹트기 시작함.
보다보니 이 친구가 너무 성격도 좋아보이고, 장난치는 것도 귀엽고.
진지할땐 또 진지한게 너무 멋져보이는거지.
그렇게 1학년 방학이 다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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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꽂혀서 발로 썼지만 재밌게 봐주세요홍 ㅎㅎㅎ
제가 느끼는 호석이의 이미지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음편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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