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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1.
그렇게 3일 동안은, 누가 봐도 신혼부부로 오해할 만큼 깨가 쏟아지던 둘이였어.
물론 너는 아직 학연이에게 마음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헷갈렸지만, 그런 너를 아는건지 학연이는 그 자상한 미소를 띠우며 너를 밀어붙였어.
"이홍빈, 군대간다더라."
몇일 전,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원식이의 말에 너는 애써 괜찮은 척 고개를 끄덕였어.
곧 떠날 때를 대비해 원식이에게 고맙다며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어.
한아름 과자 선물 세트를 안고 병실문을 열자 그새 얼굴색이 더 밝아진 꼬마가 널 반겨.
"우와, 누나- 보고 싶었어-"
"그랬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과자 선물 세트를 건내자 입이 아주 귀에 걸릴 거 같았어.
이렇게 예쁜 아이가 나한테 왔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꼬마와 놀다가 오랜만에 집으로 걸어서 가는 길이였어.
이틀 남았는데.
꼬마한테도 인사했고, 원식이도 만났고, 친구들도 대충 만났고.
남은건 차학연 씨 뿐인가.
너는 휴대폰을 뒤져 학연이의 번호를 찾아냈어.
짧다면 짧은 시간이였지만, 어쩐지 학연이와는 작은 하나하나에 많은 추억이 있어서 너는 피싯 웃음이 나와.
"여보세요."
"어, 어 별빛씨- 무슨 일 있어요? 어디야?"
"응, 없어요 무슨 일. 오늘 저녁에 뭐해요?"
"나한테 지금 먼저 데이트 신청 해주는거에요? 아, 어떡해..."
"뭐야,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얼른 대답이나 해요."
"당연히 돼야죠, 안돼도 만들어야지. 어딘데, 내가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게요."
"아니야, 내가 회사 앞으로 갈게요."
그렇게 너는 오랜만에 집으로 와, 다시한번 빠진 짐은 없는지 보고는 옅게 화장을 하고 오랜만에 옷도 골라서 입어 보고 있었어.
약속 시간이 되자 너는 회사 앞으로 가 학연이를 기다렸고, 넥타이를 너풀너풀 휘날리며 뛰어오는 학연이가 보였어.
"와, 차학연 씨 이마가 되게 넓네요."
"네? 뭐, 뭐요?"
"아니에요- 오늘은 내가 쏠게요, 뭐 먹을래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한 너는 오늘이 차학연이라는 이 좋은 사람과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기로 해.
주문을 하고, 잠깐 어색할 뻔한 정적을 깨면서 학연이가 네 손을 꼭 잡아와.
"음, 내가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아이처럼 조잘조잘 말하는 학연이를 보며 너는 웃음을 띠고 고개를 끄덕여줬어.
네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며 눈을 마주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아쉽다는 듯 손을 놓는 학연이였어.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니까, 가고 나면 더 좋은 사람 찾아서 만나고 있겠지.
뭔가 아쉬운 감정이 밀려왔지만, 한순간 꿈 같던 사람은 꿈처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너였어.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네 볼도 만지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턱을 괴고 있다가 멍청히 웃어버리기도 하는 학연이를 보니, 홍빈이와의 연애 초반 같았어.
"뭐가 그렇게 좋아요?"
"응? 아니 그냥요-"
홍빈이라면 무뚝뚝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너. 라고 말했겠지.
떠오르는 잡생각을 떨쳐버리려 너는 고개를 두어번 흔들고는 남은 음식을 먹고 물을 마셨어.
회사 전화인건지 심각하게 통화하는 학연이를 두고 너는 가서 계산을 하고는 여전히 통화 중인 학연이 앞에 다시 앉았어.
"미안미안. 회사 일 때문에."
"괜찮아요."
"나한테만 이상한 일 다 시킨다니까."
또 나이에 맞지 않게 입을 삐죽이는 학연이를 보고 너는 푸스스 웃어버렸어.
캄캄해진 길을 손을 꼭 잡고 걸어오다보니, 벌써 네 집 앞이였어.
"아, 벌써 다왔네."
"그러게요."
"별빛 씨 내일은 뭐해요?"
매일매일 널 볼 생각에 들뜬 학연이였지만 너는 최대한 밝게 웃어보이며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
"내일은 좀 바빠요. 할 게 많아서..."
"정말? 그래도 연락 해요, 어디서 뭐하는 지 궁금하니까."
"집착 아니에요, 집착?"
"어, 그런거 아닌데..."
당황하는 학연이를 보다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너는 까치발을 들어 학연이의 목을 껴안고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춰.
학연이는 어지간히 놀랬는지 눈을 동그랗게 떠.
"수, 술도 안마셨는데 왜..."
"그냥요. 이제 가봐요, 나 피곤해서 빨리 들어가서 씻을래."
"아, 응... 알았어요 쉬어요-"
히힝
너무 오랜만이네요ㅠㅠ
나를 쳐 매우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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