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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형의 삶은 나의 삶이었고 내 삶이 형의 삶이었다. 그가 하는 것은 무조건 내가 해야 했으며, 내가 먼저 시작했어도 언제나 그는 나를 위해 같은 일을 하며 지내왔다. 내가 두 살이고 그가 네 살 이었을 시절부터 그는 우리 집에서 살았다. 내게는 형이었고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나의 아주 오래된 짝사랑이었다. 형이 우리 집에 살게 된 이유는 언뜻 보면 간단하지만 또 들여다보면 꽤 복잡하다. 우리 집은 대대로 부자인 집이었고, 꽤 큰 회사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었다. 형의 아버지는 미혼부로 준면이 형을 삼십대 초반부터 키워왔다고 들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동기였던 형의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를 따라서 입사했고 우리 아버지와 같이 회사를 다녔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가 경영진에 들어간 후로는 비서로 일해 주셨다. 그리고 업무상 이동 중에 교통사고로 우리 아버지도 많이 다치고, 형의 아버지도 많이 다치셨는데 형의 아버지는 체력이 원래 약하셨던 분이라서 수술 후를 버티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유언이 우리 집에 준면이 형을 맡기는 것이었다고 한다. 준면이 형의 아버지도 입양아로, 친지가 하나도 없어서 항상 아이를 돈 주고 맡겼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우리 집에 와서 살게 되었다는 것. 내가 나의 친형, 누나와 엄마, 그리고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다. 우리 아버지 대신 많이 다치신 형의 아버지가 측은했던지 혹은 보상하고 싶으셨던 것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는 준면이 형을 끔찍이도 아끼셨다. 심지어 돌아가시기 전에는 준면이 형이 크면 쓸 별채를 집안에 지어주셨고, 돌아가실 때 유산도 일부 주셨다. 그래서 나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도 그를 정말 가족인 것처럼 대했고, 가족과 가족이 아닌 것 같은 사이에서 쭉 지내왔다. 나만 그를 사랑했다.


 가난한 사람은 철이 일찍 든다. 내가 형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이다. 그래서 그는 나를 이용할 줄 알았다. 그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 했기에 나에게 피아노를 쳐보자고 졸랐다. 그는 그렇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마음을 이용할 줄 알았다. 아마 그는 나의 누나를 보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으리라. 형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나의 누나를 좋아했다. 나와는 7살 차이가 나니까 형과는 5살 차이가 나겠지. 그는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리 누나가 예술 중학교 입시를 위해서 한창 열을 올리던 그 시기였다. 그때부터 그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그래서 그 때의 내 꿈도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나의 누나와 피아노를 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형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형의 얼굴을 보면서 보내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그는 일 년 쯤 지난 뒤에 나에게 세훈이 너는 바이올린하면 멋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날부터 엄마를 졸라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그날부터 나는 그와 우리 누나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구경하지 못했다. 바이올린을 멋지게 치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을 바이올린만 켰기 때문이다. 지금에 생각해보면 나를 떼어내려는 그의 속셈이었겠지만,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꼭 해주고 싶었다. 우리 누나가 엄마의 미술관을 물려받기 위해 중학교 삼학년에 접어들며 미술을 시작할 때에도 그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도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언젠가 형이 나를 알아주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면서.

 


 형은 내게 바이올린을 추천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겠지만, 바이올린 연습에는 항상 피아노가 필요했다. 나는 그래서 늘 형 옆에 있을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연습할 때도, 쉬면서 그의 연습을 구경할 때도 나는 별채의, 그의 방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 옆에 서있었다. 형은 나 없이도 언제나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가 없으면 반쪽짜리 연주를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바이올린을 고집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옭아매고 싶었다. 사실은 그 것이 어쩌면 형과 나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형이 없으면 반쪽짜리 삶이지만 그는 내가 없어도 잘 살 것이다. 나는 그게 좋으면서 싫었다. 나는 그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늘 같이 시간을 보냈다. 우리 형과 누나가 나온 초등학교에 형도 입학을 했고, 나도 따라서 입학했다. 준면이 형은 피아노 실력이 좋아서 예원학교에 붙어 우리 누나와 같은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나도 같이 다니고 싶어 피나는 연습 끝에 예원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는 그 다음 해에 서울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예원학교에서도, 서울 예술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나는 그와 옆에 있으면서 같은 시간에 공부했고, 같은 시간에 연습했다. 나는 1등은 아니었어도 꽤 상위권에 머무르며 그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은 준면이 형에게 꽤 많은 압력을 주었고, 또 그에 맞게 칭찬을 했었다. 그가 잘하면 나도 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은 나를 교육하는 대신 준면이 형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 것은 형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는 그 관심에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행복하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생활을 준비하는 그 시기에 그와 같은 고등학교에 붙었다. 그리고 그가 정확하게 고3이 되는 날, 나는 서울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중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항상 대중교통으로 통학했다. 우리 집 위치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20분 쯤 걸어내려 가야했으나 그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래서 나도 중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그와 함께 대중교통을 타고 등하교했다. 그나마 고등학교는 집과 가까워서 걸어서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물론 집에서 학교로 가는 대중교통 같은 것은 없으므로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 내 입학식에도 아마 그는 우리 가족이 차를 모두 타도, 차에 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가 눈을 떠 그를 찾기도 전에 학교에 먼저 가 있었다. 그리고 입학식 도중 나를 찾아와 꽃다발을 안겨주고는 다시 피아노 연습실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그 고고한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김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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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쓰던 것보다 조금 짧죠? 첫 편이라기 보다 그 시놉시스 같은 느낌이어서

그냥 써서 올렸어요. 이것도 정경대학 402호 같이 그냥 휴지통 같은 폴더에 모아놨다가 

꺼내온 조각글에서 시작한 글이에요 ^_ㅠ.... 다음편은.... 빨리 올리고는 싶은데 언제 올릴지 모르겠네요.

이번에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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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취향 저격이네요... 피아노치는 준면이와 그를 좋아하는 바이올린 하는 세훈이... 스토리가 진행되면 어떤 모습의 세준이 그려질지 궁금해요! 신알신 하고 갑니다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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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Jin
앗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세훈이랑 준면이 많이 기대해주세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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